"두말 안 할라니까.
너는 생각이란 게 있냐? 고모란 년이 이혼해서 호적을 더럽히면 내 새끼 앞날에 걸림돌만 된다니까?
참 이기적이여야 가만보믄. 나는 니가 우리 선우 앞날에 걸림돌이 되는 꼴은 못 보니까. 어떻게 너는 살아생전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되냐? 너는 왜 너만 생각하고 사냐고. 집안일도 생각해 줘야 쓸 거 아니냐.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그냥 살아라. 그것이 너도 좋고 우리 선우 앞길에도 좋은 일인 게.
이래서 딸은 쓸모가 없다니까. 쯧!"
할 말은 산더미인데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면 말문도 막힌다더니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빌어먹을 네 번째 여자는 한술 더 뜬다.
"웬만하면 참고 살지 그러냐?
니가 좋다고 나갔으니까 니가 싫다고 헤어진다, 그러니 신경 꺼라.
뭐, 그런 건 아니지?
니가 그럼 내가 뭐가 되냐? 내가 느그들 전혀 신경 안 쓴 것 같잖아!
생각이 없어 생각이...... 애들이 다 왜 지들 생각만 하는 건지. 에잇 참."
좀 낫네. 아직 자라지도 않은 조카 앞날 챙기는 아버지보다 훨씬 낫네.
이 빌어먹을 대화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는지 모르겠네. 이젠 지쳐간다. 지겹다.
니가 좋아서 나갔다라….
당신들이 싫어서 도망친 것을 모르는 척하는 거야, 아니면 정말 아직도 모르는 거야?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데. 신경 안 쓴 것도 맞는데? 제 손가락만 아팠지 남의 가슴에 핏물 고이는 것 모르는 척했잖아. 어서 눈앞에서 사라져 줬으면 했으면서 다른 소리 하기는.
그러면서 본인 욕 먹을 걱정이라... 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가식적인가 말이다.
그렇게 나간 전처 자식 계집애들은 신경도 안 썼고 제 아들들은 천금처럼 감싸고 돌았으면서.
네 번째 여자 주제에. 얼마나 살길이 팍팍했으면, 아니다 너도 네 새끼를 길러야 했으니 네 번째였음을 알고도 그 자리를 꿰찰 낯짝이 생겼겠지. 같은 여자여서 같이 새끼 기르는 여자여서 아무리 이해를 하려 해도 말이다, 네 자식만 천금처럼 감싼 것은 용서가 안 된단 말이다.
너로 인해 내가, 내 동생이 얼마나 피눈물을 흘렸는지 너는 아느냐? 모르겠지. 알면 네가 사람이겠느냐. 안다면 감히 네가 그리했겠느냐. 너는 인간이 아니다. 아니 이미 인간이 아니다. 그러므로 아버지 옆에 머물 수 있던 것이다.
나의 경멸을 이 여자는 보았나 보다. 볼때기로 할 말이 차오르고 이마에 내 천자를 그리는 것이. 저런 것도 여자라고. 저런 것도 사람이라고.
화가 확 솟구치는 것을 네가 어른이라는 감투만 안 썼어도. 내가 할아버지 얼굴만 안 떠올렸어도......
어쨌든 화가 올라온 그 덕에 나갔던 정신도 좀 돌아오고. 고맙긴 하네.
"가세요.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그렇지 한번 결정하면 두 번 다시 번복은 없어요.
잘 아시잖아요? 하긴 모를 수도 있겠네. 언제는 딸들에게 관심이나 있어서?!
모르잖아요?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성정을 가졌는지.
그저 저년은 오빠 앞길 막는 나쁜 년이었고 이제는 조카 앞길 막는 걸림돌이 아버지가 아는 나의 전부니까.
없는 자식이라 하셨어요. 맞죠? 없는 자식이라며 아는 척도, 집에도 친척들과도 모든 연락을 끊게 해 놓고 인제 와서 뭐가 어째요? 없는 자식이 인제 와서 갑자기 걸림돌이라니 우습지 않아요? 내 인생이에요. 내가 알아서 살아요.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아버지 없이 내가 알아서 잘 살 거예요. 번복은 없어요. 더 이상 말 씹고 싶은 생각도 없고. 가세요. 여기 제집인 건 아시죠? 이제 가세요. 지겨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