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Story 17화

#13. 모내기

# 이 말 할라고 따라왔구만.

by 영하

오만 생각과 되지도 않는 계산으로 순간이 후사삭 지나가는데 상할매가 내 생각을 안다는 듯이 말씀을 계속하셨다.


“오늘 우리 증손녀 생일이네. 어쩌다 본게 생일에 모내기를 하게 돼서 미안허기도 허고 그냥 지나가기는 또 서운허기도 허고 그랬는디. 안 좋은가? 이렇게 말짓 해놓고 죄송하다고 닭도 사고. 그러니 새참이 늦었다고 너무 서운해하지 마시고 들, 맛있게

묵어주소. 울 손지 그렇게 아픈치레 함시롱도 저리 크기도 허네. 고맙네 들. 그래도 아프다고 괘안냐고 물어 주고 챙겨 주고 해서 이렇게 생일을 또 안 챙긴가. 그러니 우리도 자네들헌티 고맙고 또 우리 손녀가 고맙다고 사는 것이기도 허고. 그러니 맛있게 묵고 우리 애기 늘 부탁하세.”


갑자기 조용해졌다. 아무도 먹는 사람이 없었고 나는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면구스럽고 행복하고 충만해서. 그리고... 치사해서.

이 말 할라고 따라왔구만. 나 보듬어 줄라고. 그래놓고는 거짓말은. 치사하게.

자꾸 행복하게.


“울 조카 아직 애네. 우는 것이.”


아짐은 등을 쓰다듬어 주셨다. 우는 걸 들켰나 보다.

아짐 말로 시작해서 다시 활기를 띠었다.


“아이고 울 조카 오늘 생일이야? 오래 살겄네. 생일에 피 봤응게 오래 살겄구만. 아까 뛰는 걸로 봐서는 인자는 안 아프겄드라. 걱정도 마라.”


“그랑게. 생일에 피보믄 오래 산다드라. 글고, 이라고 많은 사람들 먹였응게 잘 살거이다.”


생일에 피 보믄 오래 산다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는데 저 말은 정말 있는 말이긴 한 게야?

행복했고 울 노인네들이 감사했고 어른들이 고마웠다. 아픈 손녀의 생일을 챙기시느라 힘겨운 외식 새참을 준비하시고 사랑하고 있노라 마음을 전하느라 애를 쓰시는 나의 노인네들의 마음을 볼 수 있어서 더없이 마음이 평화로운 날이다. 나름대로 덕담을 주시고 한바탕 웃으시고 술잔 기울이시고 모두 다 즐거운 마음으로 새참을 맛있게 드신다. 늦은 새참에 잘 보지 못하는 통닭에 술 한 잔씩 걸치시니 시간이 좀 지났고 그 덕에 모내기는 더 늦어 끝이 났다.

저녁은 새참을 너무 잘 먹어 안 먹어도 되겠다 해서 모두 다 같이 모내기 마지막까지 손 넣어 끝내고 즐거운 인사를 건네면서 하루를 마감했다.

광활했던 울 집 논 모내기도 끝이 났고 한시름 놓았다며 한 번 더 돌아보시고 나오신 할아버지는 경운기에 울 식구들 모두 태우시고 덜덜거리는 경운기에 몸을 싣고 집을 향했다.

모내기가 끝난, 해가 없는 저녁 들길을 그렇게 경운기는 털털거렸다.













keyword
이전 16화#12. 모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