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는 숫자일 뿐
수능을 잘 보고 오라며 1,2학년들이 수능 전 날 학교에서 줄을 서서 고3들을 배웅해 줬다. 20살 때, 02학번인 탓에 2002년 월드컵을 뜨겁고도 요란하게 보낼 핑계가 있었다. 캠퍼스 커플로 학교생활 동안 원 없이 연애도 해봤다. (결국엔 상대방에 바람 나서 헤어졌지만...) 30살 땐, 살사 댄스에 푹 빠져 그야말로 춤바람이 났다. 세상에서 제일 위험한 바람이 왜 춤바람이라고 하는지 이제는 정확히 안다. 간신히 그 춤바람에서 빠져나와 열렬히 남자를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남들 해보는 건 다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인데,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되돌아간다면 그냥 춤바람 속에서 행복하게 춤만 추련다.ㅋㅋ) 결국, 33살에 결혼을 했고, 35살에 첫아이를 낳았다. 그 뒤부터의 이야기는 나의 첫 책 <아이를 살리고, 나는 더 단단해졌다> 속에 다 나와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33살 결혼을 할 때까지만 해도 40살 즉, 마흔이 되면 무언가 좀 이뤄내고 안정적으로 살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착각도 아주 커다랗게 했던 것이다. 그때는 '마흔'이라는 그 단어가 참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되어보고 나니, '마흔'도 그저 '마흔'일뿐이었다. 그래, 노화는 인정. 신체가 점점 노화의 길로 접어드는구나 하는 걸 느끼긴 한다. 하지만 마인드적인 부분에선 전혀 노화가 오지 않았다. 아직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다. 다만, 20대, 30대와 다른 점은 그땐 하고 싶은 걸 다 해봤다면 이제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나이라는 것이다.
39살 때 공황 장애와 조울증을 만났고, 40살인 지금도 약을 먹고 있다. 하지만 책이나 노트북만 보면 활자에 대한 공포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두려움에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이젠 이렇게 글을 쓴다. 책도 읽는다.(책은 읽다 보면 읽어도 이해를 못 하는 부분들도 있긴 하다.) 하려고만 마음먹는다면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느끼는 요즘이다. 이전부터 문의가 오던 것이 있다. '글쓰기 강의'는 안 하시냐고. 나의 선택과 집중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다시 온라인에서 활동을 한다면 어떤 콘텐츠를 기반으로 활동을 해야 할까?' 생각을 하던 중에 며칠 전, 또 글쓰기 강의에 대한 문의를 받았다. 이쯤 되면 해야 하는 거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조금씩 글쓰기 챌린지를 준비하고 있다. 어떤 형식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이 또한 하다 보면 '이거다!' 싶은 것이 생기겠지. 나의 마흔은 이렇게 하루하루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