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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Jun 27. 2024

[여행기록] 부안 변산반도

아이와 여행하기 좋은 곳 '생태탐방원'을 아시나요?

아이와 여행 갈 곳을 알아보던 중 '생태탐방원'을 알게 되었다. 국립공단공원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전국의 각 국립공원별 특화된 생태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생태프로그램을 신청하면 숙박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의 매력은 깨끗하고 가성비 좋은 숙소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작년엔 북한산 생태탐방원을 가보았다. 조류 전문가 선생님께 새 이야기도 듣고 직접 새를 찾으며 미션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을 참가한 적이 있다. 그 선생님으로부터 변산반도 작년에 지은 거라 숙소로 깨끗하고 바다뷰가 참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이번에는 변산반도 도전이다! 생태탐방원은 매월 1일 오후 5시에 익월 예약 시스템이 열린다. 1달치만 열리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 손이 빠른 신랑 덕분에 어렵사리 변산반도행 티켓팅에 성공하여 1박 2일로 여행을 다녀왔다.


<생태탐방원 예약>

https://reservation.knps.or.kr/eco/searchEcoReservation.do


생태프로그램은 약 20분간 선생님의 브리핑을 듣고 변산반도 죽막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주변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선생님의 다정한 설명으로 아이도 나도 새로운 생태지식에 매료되어 열심히 뒤따르며 프로그램을 즐겼다. 마을 초입에 웬 대나무가 이렇게 많나 싶었는데 마을 이름과 관련이 있었다. 마을에 부는 거센 바닷바람을 대나무가 막아준다는 의미에서 대나무 죽(竹), 장막 막(幕) 자를 써서 죽막마을이란다. 누가 봐도 대나무 같지만 사실은 대나무 친척 벌인 신우대라고 했다.


마을 초입에서 도룽이벌레(주머니나방 애벌레) 번데기도 보고, 칡과 등나무도 보았다. 햇볕을 보기 위해 다른 나무를 휘감아 올라가는 특성이 있는 칡과 등나무는 재미있는 사실이 있었다. 자세히 보면 등나무는 덩굴이 오른쪽으로만 돌아 올라간다. 반면 칡은 이와 반대로 왼쪽으로 휘감아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간다. 두 나무가 각자 반대방향으로 감아 올라간다면 어떻게 될까. 금세 엉겨 붙어 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것이다. 옛 선조들은 각자의 방향만 고집하는 이 두 나무를 보면서 엉켜있는 감정, 상황을 글자로 표현했다. 칡 갈, 등나무 등. 갈등(葛藤)이라는 말이 그것이다.


서해안을 지켜주는 개양할미를 모시는 수성당 부근 유채꽃밭이 드넓게 펼쳐져 있었다. 여기서 사진 찍어 보여주면 다들 제주도 다녀온 줄 안다나. 우리도 다정하게 제주도 유채꽃만큼 예쁜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7살 아들은 요새 영 사진 찍기를 내켜하지 않는다. 단란한 가족사진은 남기지 않았지만 유채꽃과 매우 유사한 배추꽃과 갓꽃을 구분할 수 있는 법은 익혀왔다. 꽃모양으로만 보아서는 그 이름을 단박에 내뱉지 못한다. 이럴 땐 이파리를 보면 알 수 있단다. 일단 이파리가 줄기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면 배추꽃 아니면 유채꽃이다. 줄기와 다정한 포옹을 하지 않은 것은 갓꽃이다. 그리고 잎 둘레가 뾰족뾰족한 것은 유채꽃, 둥그스름한 것은 배추꽃이다.


생태탐방원 선생님이 친절히 설명해 주시는 중


변산반도에서는 왕왕 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바닷가 출신인 삵은 고양이와 생김새는 유사하지만 수영을 할 수 있다. 코에 하얀 줄이 선명하며 꼬리가 방망이처럼 두껍다. 고양이는 화가 나면 꼬리를 치켜세우며 화를 표현하지만 삵은 방망이 꼬리가 무거워서 꼬리를 치켜들지 못한다. 이제 바닷가 근처에서 고양이를 보면 삵은 아닐는지 하는 눈초리로 잘 관찰을 해봐야겠다. 아쉽게도 이번여행에서 삵을 직접 마주하진 못했다.


유익했던 생태프로그램을 뒤로하고 우리만의 여행이 시작되었다. 먼저 변산반도의 대표 관광지인 적벽강과 채석강을 둘러보았다. 영겁의 시간 동안 퇴적층이 겹겹이 쌓여 마치 책을 차곡차곡 성실히 쌓아 올려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아이는 자연경관을 감탄하기보다 바다 생물 찾는데 집중을 했다. 소라게와 말미잘을 찾고, 예쁜 돌 찾기에 한창이었다. 채석강과 적벽강 입구에 설명 푯말이 있었는데 나는 이를 보고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책석강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술 마시며 풍류를 즐겼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흡사하다고 해서 , 적벽강은 중국 당나라 시인 소동파가 즐겨 놀았다는 곳 적벽강과 흡사하다 하여 붙여진 이름들이라고 한다. 우리의 이름이 아니었다. 모두 중국의 지역명을 그대로 복사해 가져온 이름에 불과했다.


동식물, 사물의 이름을 익히는 재미가 붙은 것과 더불어 세상을 바라보는데 이름(명칭)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최근에 많이 느끼고 있는 나는 이 두 곳의 이름에 대해 불만이 한동안 떠나질 않았다. 부안의 자랑이라고 하는 두 명소가 진정 그들의 자랑이 맞는 것일까. 여행자입장에서는 장소 이름을 통해 해당 공간에 대한 기억과 스토리를 떠올리는 것은 매우 귀중한 일인 듯하다. 한국의 채석강과 적벽강, 중국의 채석강과 적벽강 모두를 여행한 자에게 채석강, 적벽강은 어느 곳으로 어떤 공간으로 기억될까. 근시안적인 작명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겸손함을 느끼고 발길을 돌렸다.   




바닷가에 왔으니 회를 먹어보자며 회센터를 찾았다. 노포 느낌이 물씬 나는 가게에서 갑오징어회와 광어회를 주문했다. 반나절 이상 오래 걸어 피로감이 몰려왔던 탓에 모두 의자에 앉아 멍하게 주인장의 회 뜨는 모습을 보았었다. 수조의 광어를 잡아 올려 바닥에서 나무망치로 머리를 내리치며 기절시키는 과정이 아이에게는 꽤나 신기하면서 인상적이었나 보다. 무엇보다 다른 손님 요리도 홀로 준비해야 했으므로 손이 무척 빨랐다. 주인장의 서비스로 멍게와 조개탕도 얻었다. 다행히 회를 먹을 줄 아는 7살이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피자도 한판 사서 숙소로 향했다.


익숙한 맛인데도 여행 와서 먹는 음식은 더 맛있게 느껴진다.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먹는 와중에 아이는 연신 입에 가시가 있다며 뱉어냈다. 뼈째 먹는 회도 아닌데 광어회에 웬 가시가 이렇게 많은 걸까. 주인장은 누가 봐도 수십 년 경력을 가진 전문가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목에 걸리지 않게 입에서 잘 걸러보라는 말과 함께 배부르고 맛있는 저녁식사를 마무리했다.  


여행의 좋은 점은 같이 온 여행구성원끼리 대화를 많이 하게 된다는 점이다. 동행하며 좋았던 점, 아쉬운 점 등 하루의 기억을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많은 말들이 오고 가는 듯싶다. 안에 여러 번 걸렸던 광어 가시 덕분에 우리는 평소 여행 때 보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주제는 바로 아이가 뭐든 앞서가려 하고 빨리 하려는 행동에 관한 것이었다. 빨리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다 정확하게 하는 것이 때론 중요하다는 교훈을 몸소 깨달은 날이었다.


주인장이 조급한 마음으로 일을 서두르려고 하다 보니 뜨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부드럽게 먹어야 할 회에 발라지지 않은 가시들이 많았던 거라고. 회 좀 먹어본 7살 아이는 스스로 이야기를 마무리 지었다. 머리로는 알겠지만 아직은 마음대로 안 되겠지. 여러 번 경험하면 알게 될 것이라며 나도 마음을 다독이며 여행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광어를 기절시키는 모습과 먹을 때 가시가 나왔던 것이 꽤나 인상적이었는지 남은 여행에서도, 여행 다녀온 이후에도 종종 이 이야기를 하곤 한다.


논란의 광어회와 해산물, 피자_여행의 참맛은 먹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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