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아들에게 첫사랑이 생겼다. 어딜 가도 손을 잡고 이동하고, 숲을 자주 가는 숲유치원인지라 오르막을 오를 때에는 친구 손을 잡아주며 도와주고, 서로가 '첫사랑아~'라고 부른다고. 오글거리는 말을 태연하고 능청스럽게 말하는 아이를 보며 웃음이 나오는 요즘이다.
7살 정도가 되면 아이들 친구 관계는 좀 복잡해지는 듯하다. 최근 같이 노는 친구들 중 한 명이 친구들에게 미운 행동들을 다소 보여서인지 '첫사랑들'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진 느낌이다. 직장에서 어떤 상사나 직원 때문에 다소 힘이 들면 그를 함께 겪는 가까운 동료와 한순간에 절친이 된 그런 경험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유치원을 보냈더니 매일 청춘로맨스 드라마를 찍고 오는 듯하다. 로맨스 드라마에 삼각관계가 빠지면 섭섭하지 않은가. 미묘한 친구들과의 관계도 보이고 드라마 이야기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얼마 전 평창여행 중 안반데기에 올라 밤하늘 별을 보다가 아이가 말한다.
"엄마, 예전에 OO이가 나한테 종이별 선물해 줬잖아. 나는 진짜별 OO 이한테 갖다주고 싶어."
"그래... 별을 가져갈 수 있으면 용케 가져가보렴."
"......"
별똥별을 보면 찰나의 순간이기 때문에 미리 소원을 정해놨다가 그걸 떠올리며 소원을 1초 이내로 빌어야 한다고 아빠가 알려주자,
"나는 소원 2개가 있어. 하나는 ㅁㅁ이가 OO 이를 안 때리는 거고, 다른 하나는 ㅁㅁ이가 OO 이를 같이 못 놀게 하지 않는 거야."
소원이 2개나 있다면서 모두 첫사랑과의 관계에서 불편한 상황이 소거되는 것에 관한 소망이었다. 그날 우리는 고개를 들어 별을 보다 목디스크가 올 것만 같아 그냥 패딩을 입은 상태로 바닥에 누워 별을 보았다. 시야가 넓어져서 인지 별똥별을 정말로 보게 되었다. 처음 보는 별똥별에 나도 아이도 신이 났다. 아빠는 이날 무려 세 개의 별똥별을 보았고, 나와 아이는 한 개를 보았다.
정말 소원이 이루어진 건지 다녀와서 첫사랑들의 유치원 생활은 불편감이 많이 해소가 된 듯했다. 이들의 관계도 견고해진 듯하다. 내년에 들어갈 학교가 달라져서 학교를 안 가겠다느니 별소리를 다하며 나름의 이별을 대할 마음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친구가 두 개이면 단짝친구이고, 단짝친구가 두 개가 되면 첫사랑이야.'라고 말하는 녀석은 단짝친구보다 좀 더 친한 친구를 첫사랑이라고 여기나 싶다가도 정말 이성으로 첫사랑을 이야기하는 건가 싶어 걱정도 살짝 올라오기도 한다.
"엄마, 봉숭아 물들인 거 첫눈 올 때까지 지워지면 안 되는데... 첫눈 올 때까지 안 지워지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대(학원도 안 다니는 녀석이 어디서 이런 이야기들을 듣고 오는 건지;;;)"
"그래? 근데 너는 첫사랑이랑 이루어졌잖아."
"아~~ 맞네!!"
유치원에서 손가락에 물들인 봉숭아물이 서서히 사라지는 것을 보며 첫눈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길 바라는 아들. 서로 아껴주는 마음을 가진 그 순간순간들을 오래 기억하면 좋겠다. 누군가를 아껴주고 싶을 때 내 존재감과 행복감도 생기는 법이니까. 아이가 컸을 때 이야기를 나누면 너무나 귀여운 추억거리가 될 것 같다. 그나저나 이제 졸업을 앞둔 이 로맨스 드라마 최종회 내용이 무척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