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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토리 Sep 26. 2024

가을이 뭐예요??

"할머니는 무슨 계절이 좋아?"

"할미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 가을을 제일 좋아했단다"

"가을이 뭐야?"

"가을은 여름과 겨울 사이에 선물같이 오는 계절이었어. 더위가 물러가고 차갑지 않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그런 계절이었지. 빨강 노랑 초록 색깔옷 입은 나뭇잎들이 춤추는 때였단다."

"찬바람이 아니고 선선한 바람이 분다고?"

"응, 그랬지. 그때가 참으로 그립구나"




지독했던 여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자꾸만 가을의 시간이 짧아질까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비단 나뿐일까. 내가 손주를 볼 나이가 되면 이미 가을이 없어져 손주 녀석이 가을이란 단어 자체를 잘 모를 수도 있으려나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딱 적당한 온도의 바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는 생각에 미치면 이 가을이 너무 고맙고 사랑스럽다. 여름내 낮에는 더워서 아이와 자전거를 타러 나가지 못했는데 오랜만에 자전거도 타고 정자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아본다. 며느리한테는 안 주고 딸한테만 주고 싶다던 그 가을햇살을 맞으며 책을 읽고 있자니 그 어떤 것도 부럽지가 않다.  



엄마가 가을 감상에 젖어 허우적대는 와중에 아이는 불쑥 내 감상에 끼어든다. "엄마, 유치원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을 때부터 외우기 시작한 시인데 이제 다 외웠어, 들려줄까? 하며 시 한 편을 읊어주었다. 지금 느끼는 가을날씨를 대변해 주는 시여서 마음이 어느새 몽글몽글해졌다. 은 밤, 아이가 잠든 후 시 읊어댔던 아이 동영상을 보며 종이에 옮겨보았다. 


여름아 여름아!
더운 여름바람이 어느덧 선선하네
나무들도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하늘빛도 어느새 편안해져 가네

힘겨웠던 날들이 돌아서니 그리워
저기 가는 여름아, 먼 길 잘 가려마.

비록 덥긴 했지만 나는 알고 있다오
그대 더운 열기로 곡식들이 자라고
열매들도 익어서 추운 겨울 잊게 해 

잘 가라 여름아!
너도 수고 많았다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 안녕 안녕


덥다고 투정만 부렸지 여름의 수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와야 할 가을이 지각해서 여름은 얼마나 애가 탔을꼬. 바통터치하고 떠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참으로 수고가 많았네. 


수고 많았어 여름아. 우리 내년에는 '건강한 여름'으로 다시 만나자. 

안녕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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