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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선호가 May 19. 2024

굿~바이 맥!

내가  처음 맥을  만난건 2015년이었다. 이제 10년이 훌쩍 넘어가려고 한다. 처음 맥을 마주했을 때의 그 설렘이란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었다. 맥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적어도 그 땐 그랬다). 비주얼도 실력도 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지금도  나는 매일 맥을 만난다. 사무실에서 맥을 마주대할 때마다 왠지 모를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최근들어 맥이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세월이 흘러 그런지 맥이 예전 같지가 않다. 갑자기 맥이 나를 떠나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스며들 때가 있다. 이젠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까? 


올해 3월, 나는 중대 결심을 했다. 맥과 헤어지기로... 


애플에서는  3월에 대대적인 신학기 이벤트를 진행한다. 그 때가 연중 가장 저렴하게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구매할 수 있다고 한다. 그 이벤트 기간에 맞추어 나는 맥을 대신할 수 있는 신형 맥을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솔직히 한국에서 맥을 사용한다는 것은 많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금융 프로그램이나 정부기관관련 프로그램은 맥에서 구현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불편함을 10년 동안 감수하면서도 맥과 일상을 함께 했다. 그러기 위해 늘 서브 노트북을 책상에 두고 살았다. 그런데 막상 맥을 신형으로 교체하려고 보니 그게 그럴일인가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맥을 사용하면서 불편했던 경험들이 머릿속에서 자꾸 환기가 되었다. 그러기에 새롭게 노트북을 교체한다면 꼭 맥이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도 10년 째 맥북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데 윈도우로 갈아탄다는 건 더 불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애플 스토어 이벤트 마지막 날 급하게 신형 맥을 데려왔다. 


그런데 신형 맥북을 데려오고 나서 나는 새로운 문제를 인지하게 되었다.  내가 새로운 기계에 대한 흥미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예전 같으면 신형 기계를 사면 당장 셋팅하고 만져 보고 싶어 안달이었을텐데 이젠 그런 흥미가 생기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며칠째 신형 맥북은 거실 한켠에 처박혀 있었다.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셋팅해야 하는게 귀찮기도 하고 만약의 상황에서 윈도우 노트북과 맥북을 함께 들고 이동해야 하게 되면 무지 귀찮겠다는 생각이 다시 스믈거렸다. 그래서 급기야 무상 환불 기간 마지막 날 나는 신형 맥북을 애플 스토어에 반납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나는 윈도우 노트북을 재구매하기로 했다. 폼보다는 편리함을 위해서. 


하지만 여전히 새 노트북은 거실 테이블위에 놓여있다. 아직 소프트웨어 세팅이 되질 않아 사무실로 데려오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맥이 죽을 때까지 버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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