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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영 Jan 06. 2023

 완벽한 레시피의 인생은 없다.

그러니 당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1. 다양함


 비가 오고 난 뒤 지붕 밑에 떨어지는 물방울은 다 같은 모양일까. 다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 다만 물방울 이 떨어진 자리에는 누가 누군지 알 수 없는 물웅덩이만이 남게 된다. 물 웅덩이를 가로지르며 지나가는 자전거는 물방울의 모습 따윈 안중에도 없다.


 하지만 그중에 한 물방울은 조금은 다른 듯했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소년의 모자 위에 떨어진 물방울은 스며들어 여행을 시작하였다.


 나무 사이를 지나가는 자전거가 오른쪽으로 회전하여 다리를 건넌다. 다리를 감싸고 있는 하천이 보인다. 개발된 지 얼마 되지 않은 하천이다. 우여곡절 끝에 개발이 막 완료 되어진 참이다. 유치되고 사람들이 모일까 싶어 모아졌던 걱정이 무색하게도 수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할머니, 명품을 걸치고 걸어가는 학생들, 러닝 동호회 같아 보이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달려가고 있다. 벤치에 앉은 커플은 서로를 안고 있었고, 이제 막 하교하는 것 같은 초등학생들은 뭐가 그리 기쁜 지 깔깔 되며 웃고 있다.

물방울은 하늘에서 떨어졌을 때 봤던 광경을 떠올린다. 위에서 봤을 때 물웅덩이처럼 보였던 사람들은 실은 매우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2. 이분법

 

 인간은 두 가지의 선택지 안에서 결정을 하는 것을 선호하고 편안함을 느낀다고 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가진 두 개의 눈으로 가장 적고 익숙한 선택지 안에서 수많은 선택지를 버리곤 한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라는 책에는 사람이 죽으면 삶과 죽음의 그 중간 지대에 있는 도서관에서 인생에서 선택할 수 있었던 무수한 선택지의 책을 골라 그 인생을 살아볼 수 있는 설정이 있다. 우리가 택한 선택은 수많은 경우의 수 중에 하나일 뿐이지만 그 선택으로 인하여 나비효과처럼 삶이 완성되어 간다.

 

 선택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는 것은 신이 준 벌과 같다. 결정으로 인한 모든 결과들은 온전히 선택한 자의 몫이다. 그러니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믿어야 한다. 나의 선택은 미래에서 온 내가 하더라도 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다만 확실한 건 완벽한 레시피의 인생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니 당신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어떻게 완성시킬지가 그 몫이다. 그러니 선택에는 흑과 백이 존재하지 않는다. 잘 된 선택과 잘못된 선택이란 없다.


 수많은 선택지도 다양함도 멀리서 보면 알 수 없다. 선택지는 꽤나 많고 그중 선택되는 것이 하나 일 뿐이다.



#3. 완성


 물방울은 이제 완전히 스며들어져 간다. 깨달음에 대한 이별이다. 이제 물웅덩이 속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꽤 자연스러웠던 여행은 마무리가 돼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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