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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넋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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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오 Dec 04. 2024

아 저 눈동자, 제가 압니다

글감#3 :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아, 그분이요?

그녀는 정말 이뻤습니다.

소슬한 세상 가운데

아름다움을 담당하는 분이었죠

너무 아름다워 애틋함에

눈물마저 고일정도였죠. ”


그 테이블 앞의 사내가 가져온 돈은

아마 평생을 써도 모자랄 정도였다.


“아, 이 많은 돈을 제게 다 주신다고요?

음.. 그래도 그 기억은 팔지 않겠습니다.

왜냐고요? ”


“그 돈이 있으면 앞으로가 편할 거예요

제가 원하는 곳에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안 가본 곳곳에 여행도 다녀올 수 있겠죠

주위 사람 아픈 것도 챙겨주고,

제가 원하는 옷도 수천번 입어보고,

지금 하는 일도 조금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친구들 맛있는 거 먹여주고,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 콘서트도 수없이 다녀오고

인스타 스토리에 올릴게 넘쳐나겠네요

음 못해본 취미도 하나씩 시작하고

음악도 만들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책도 써보고, 사진도 맘껏 찍고,

매일매일이 행복할 거 같아요”


“근데요 잠시만요, 거기 한번 멈춰보시겠어요? ”

“네네 거기요”

“왜 제가 웃고 있지 않죠?

아뇨 아뇨 자세히 봐봐요

눈만 웃고, 애써 눈웃음으로 가렸지만

눈동자가 공허하잖아요 ”


“제가요, 그 사람이랑 다시 만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저는 그 기억으로 존재하고 있어요

내 낭만은 돈으로 치환될 수는 없어요

고리타분하다 생각할 수 있어요 ”


“네 저 눈동자, 제가 압니다.

곧 죽을 눈동자예요

이승과 저승사이 그 애매한 곳을 넘나들 때

눈동자가 어느 한 곳 제대로 담지 못하는 거죠.

그러니 곧 죽을 터에요. ”


“제가 이 돈을 받지 않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저는요, 지금 이 순간을 어쩌면 후회하며 살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갈 수는 있을 거 같아요. ”


“그 기억하나 갖는 대신 모든 걸 잃고 살아가는 게,

모든 걸 갖고 죽는 거 보단 낫지 않겠어요? ”


몇 분의 정적 이후,

그 남자는 그 기억을 가지고 자리를 떴다.

사내는 테이블을 정리하며 거울을 보았다.

왠지 그 눈, 아까 본 그 눈동자와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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