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감#3 : 더 이상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면
“아, 그분이요?
그녀는 정말 이뻤습니다.
소슬한 세상 가운데
아름다움을 담당하는 분이었죠
너무 아름다워 애틋함에
눈물마저 고일정도였죠. ”
그 테이블 앞의 사내가 가져온 돈은
아마 평생을 써도 모자랄 정도였다.
“아, 이 많은 돈을 제게 다 주신다고요?
음.. 그래도 그 기억은 팔지 않겠습니다.
왜냐고요? ”
“그 돈이 있으면 앞으로가 편할 거예요
제가 원하는 곳에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안 가본 곳곳에 여행도 다녀올 수 있겠죠
주위 사람 아픈 것도 챙겨주고,
제가 원하는 옷도 수천번 입어보고,
지금 하는 일도 조금 더 즐겁게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친구들 맛있는 거 먹여주고,
제가 좋아하는 가수들 콘서트도 수없이 다녀오고
인스타 스토리에 올릴게 넘쳐나겠네요
음 못해본 취미도 하나씩 시작하고
음악도 만들어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책도 써보고, 사진도 맘껏 찍고,
매일매일이 행복할 거 같아요”
“근데요 잠시만요, 거기 한번 멈춰보시겠어요? ”
“네네 거기요”
“왜 제가 웃고 있지 않죠?
아뇨 아뇨 자세히 봐봐요
눈만 웃고, 애써 눈웃음으로 가렸지만
눈동자가 공허하잖아요 ”
“제가요, 그 사람이랑 다시 만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저는 그 기억으로 존재하고 있어요
내 낭만은 돈으로 치환될 수는 없어요
고리타분하다 생각할 수 있어요 ”
“네 저 눈동자, 제가 압니다.
곧 죽을 눈동자예요
이승과 저승사이 그 애매한 곳을 넘나들 때
눈동자가 어느 한 곳 제대로 담지 못하는 거죠.
그러니 곧 죽을 터에요. ”
“제가 이 돈을 받지 않는 것을 이해해 주세요
저는요, 지금 이 순간을 어쩌면 후회하며 살 거예요
하지만 그럼에도 살아갈 수는 있을 거 같아요. ”
“그 기억하나 갖는 대신 모든 걸 잃고 살아가는 게,
모든 걸 갖고 죽는 거 보단 낫지 않겠어요? ”
몇 분의 정적 이후,
그 남자는 그 기억을 가지고 자리를 떴다.
사내는 테이블을 정리하며 거울을 보았다.
왠지 그 눈, 아까 본 그 눈동자와 닮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