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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그린 Jan 05. 2023

찾았다, 내 사랑!

요즘 시대의 글쓰기는 애플 생태계에서


장인은 도구를 가리지 않는다고 하죠. 하지만 팝콘 두뇌 작가 지망생인 저는, 슬럼프를 맞이하여 도구를 찾아 헤맸습니다. 그리고 발견했죠. 찾았다, 내 사랑. 맥북!


저는 애플 생태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트북만 제외하면 말이죠. 옛날에 구입한 맥북 에어가 있는데, 도무지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배터리도 빨리 닳는 것 같고, 팬 소리가 큰 것도 마음에 안 들었죠. 애플 특유의 OS에도 적응하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몇 년 간 멀쩡한 맥북을 방치했습니다.




제 글 선생님은 창작 노트를 마련하라고 하셨습니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붙잡아놓을 공책을 마련하라는 뜻이었습니다. 공책은 아무 종류나 사용해도 됩니다. 저는 다이소에서 2000원짜리 노트를 사서 창작노트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공책을 들고 다니는 일이 번거로웠습니다. 워낙 보부상인 탓에, 가방에 공책까지 들어가면 너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저는 핸드폰에 메모하기 시작했습니다. 비극의 시작이었죠.


글을 각 잡고 쓰려면 저는 노트북을 켜야 합니다. 그래서 제 글쓰기 패턴은 이랬습니다.


1. 아이폰 메모장에서 글감을 확인한다.

2-1. 카카오톡으로 내용을 복사 붙여넣기 한 다음 노트북 메모장에 붙여 넣어 옆에 펼쳐두고 글을 쓴다.

2-2. 혹은 핸드폰을 옆에 세워두고 화면을 왔다 갔다 하며 글을 쓴다.

3. 맞춤법 검사를 돌린다. (캐주얼한 블로그 글의 경우에는 굳이 맞춤법 검사를 안 돌리기도 합니다.)


번거로웠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업 방식으로는, 자리에 앉았을 때 글을 한 번에 완성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었죠. 블로그나 브런치 글은 중간 저장할 수는 있지만, 조금이라도 아이디어가 추가되면 다시 1번부터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게 번거롭기 때문입니다. 혹시나 한글로 글 작업을 시작하면 악몽 그 자체였습니다. 한글 파일은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편집이 어렵기 때문이죠.


그러다 iA writer가 생각났습니다. 이슬아 작가님이 강연에서 언급했던 프로그램입니다. 글 쓰는 사람들에게 강추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애플 생태계뿐 아니라 윈도우 버전에서도 사용 가능한 프로그램이더군요. 물론, 구매해야 하지만요. 혹시나 싶어 앱스토어를 켜보니, 7만 9천 원이라는 가격이 적혀있었습니다. 조용히 앱스토어를 닫았습니다.


조금 더 저렴한 앱은 없는지 찾아봤습니다. 그 결과, Ulysses와 iA writer가 요즘 대세 프로그램이더라고요. 사람들은 가격 측면에서는 오히려 iA writer를 추천했습니다. 왜냐하면 처음 살 땐 비싸지만, 영구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Ulysses는 구독제라, 오래 사용하려면 부담스럽다고 하더라고요.


일단 고민하며, 오래된 맥북 에어를 꺼내봤습니다.



미국에서 사 왔던 거라 자판에 한글이 없었습니다. 그 탓에 키스킨을 깔고 사용했었죠. 그런데 하도 방치하다 보니, 화면에 키스킨 자국이 눌어붙었습니다. 이 자국은 온갖 걸로 지워도 안 지워지더라고요. 찾아본 결과, 결국 못 지운다고 하더군요... 당시 저는 앞으로 이 맥북을 더 방치해야 했기 때문에, 키스킨을 버렸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열어보니, 그걸 버린 게 아쉽더라고요.


대충 감으로 타자를 치며, 맥북을 정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맥북의 다양한 기능들을 다시 만지게 되었죠. 메모와 사진이 바로 연동되는 걸 보며 감탄했습니다. 그리고 맥북의 워드 프로그램인 Pages의 간편한 UI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멋진 사람이 된 것 같았습니다. 글 쓰는 뉴요커가 된 느낌이 들더군요! 감성충인 제게 안성맞춤 아이템이었습니다.


역시나 전 작가 실격인 걸까요? 실격까진 아니어도, 장인 되긴 글러먹은 것 같습니다.



원활한 작업을 위해 키스킨을 새로 샀습니다. 판매자가 액정보호필름도 보내줬더라고요. '2023년에 어느 미친자가 2017년 노트북 키스킨을 사지?' 하며 적선해 준 것 같았습니다.


학생 인증을 받아 Ulysses 6개월 구독료도 지불했습니다. 대학생인 게 이럴 땐 참 좋더라고요. Ulysses는 처음에 간단한 마크다운 요소를 익혀야 합니다. 오늘부터 차근차근 배우는 중입니다. 앞으로 멋지게 작업할 제 모습이 기대되네요!


그리고 목표도 생겼습니다. 글로 돈을 벌면, 최신 맥북 에어를 구입하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올해 구매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애플 Trade-in 계산해 보니, 제 맥북 에어가 현재로서는 18만 원 환급 가능하더라고요. 내년에는 가격이 더 떨어지겠죠...? 하하하하


그렇다고 당근마켓에 팔기에는... 조금 더 높은 가격에 올라온 2017년 맥북 에어들이 있지만... 아주 오랜 기간 안 팔리고 있더라고요...ㅎㅎㅎㅎㅎㅎㅎ 그래서 그 아이디어는 기각했습니다. 특히 제 맥북 에어는 스크린에 키스킨 자국이 있어서 ^^... 욕먹을 것 같아요 ㅠㅠ


쓰고 나니 또 뻘글이네요! 그렇지만 이 글... 맥북으로 작업한 글이랍니다! 그래서 글 쓰는 저는 참 행복하게 썼어요 ㅎㅎㅎ 그리고 뻘글도 글입니다! 사실 이런 주장을 하기엔 지나치게 뻘글이긴 한데요, 굳이 주제를 좁혀보자면... 글 쓰는 사람의 분투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오늘 '작가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는 글을 읽었는데요, 공감되었습니다. 요지는 자신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따라가며 글을 써보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인상 깊었습니다.


나는 글을 쓰는 이유 중 하나는 '자유'를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우리는 모두 넓지 않은 한계 속에 살아간다. 다이나믹하게 바뀌기 어려운 직업과 직장, 주변 관계, 크게 바뀔 것 없는 자아 정체성, 나아가 관습 속에 우리는 갇혀있다. 그러나 글쓰기는 우리를 백지 위에 풀어놓고, 우리에게 무엇이든 쓸 수 있는 권리와 자유를 준다. 어제 냉철한 분석가처럼 분노사회에 대해 쓴 나는 오늘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사랑하는 일에 관하여 쓸 수도 있다. 바로 그럴 수 있어서, 글을 쓰는 것이다.

'작가들의 가장 큰 고민' - 정지우


자유. 그렇습니다. 저도 백지 위에서만큼은 자유롭고 싶습니다. 오늘은 뻘글을 쓴 제가, 내일은 유아교육에 대해 쓰고, 또 그다음 날에는 자아존중감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거겠죠. 이미 수많은 검열과 억압 속에서 사는 우리가 백지 위에서까지 억압당해야 할까요? 소아 성애나 약자 혐오 등 윤리적이지 못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한 글쓰기가 아닌 이상, 충분히 자유로워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이 글을 올립니다. 오늘의 글은, 뻘글입니다! 다음 글은 어떤 글이 될까요?


[표지 사진 출처]: Photo by Iewek Gnos on Unsplash

※ 본 글은 필자의 블로그 글을 가다듬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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