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권택의 <춘향뎐>을 보고.
<춘향전>은 고전소설의 대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유명한 작품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19세 이상의 성인 남녀 중에서 춘향전을 모르는 사람은 불과 0.65%에 머물렀다는 결과를 보아도, 이 사실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춘향전>은 단순히 '그 시대에서만' 인기가 많았던 작품으로서 남아 있으며 교과서에 실려야 하는 화석과 같은 텍스트가 아니다.
그러나 '현재'의 시점에서 <춘향전>에 대해 조금 다른 질문을 던져 보아야 한다.
과연 <춘향전>은 여전히 '지금'의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작품인가?
2000년대에 접어 들어서 크게는 드라마 <쾌걸 춘향>과 영화 <춘향뎐>과 <방자전>이 창작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나, 그 이유를 <춘향전>이 가지고 있는 내적인 요소 - 인물 혹은 내러티브 - 라고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일까?
2010년에 개봉한 <방자전> 이후, <춘향전>은 또 한번 리메이크될 것인가?
된다면, 어떠한 모습으로 재창작될 수 있을 것인가?
단순히 '재창작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그것이 '인기가 있다'고 단정할 수 없고, 반드시 수용의 측면에서도 확인이 되어야 한다고 했을 때 지금의, 그리고 앞으로의 사람들은 어떤 이유로 '이미 알고 있는' <춘향전>을 또 다시 보고자 하게 될 것인가?
그것은 혹시 텍스트 속에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관객들의 창조적인 상상력이 주는 재미가 아닐까?
하나의 소설이 영화화되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
해리포터가 영화화 되었을 당시, 사람들은 머릿속으로 상상만 하던 마법들이 실제 눈 앞에 펼쳐진다는 사실에 많은 기대를 걸었고,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황홀한 경험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실망스러운 순간으로 기억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우는 '문자의 영상화'라는 점에서만 이야기된다. 만일 20년 후에 해리포터가 영화로 재창작된다면 어떠할까.
고전 소설 <춘향전>은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수많은 매체로, 그리고 영화에서만 거의 10여편에 달하는 재창작이 이루어졌다.
왜 이전에 이미 만들어진 영화를 보지 않고, 새롭게 개봉한 영화를 '또' 보게 되는 것일까.
<춘향전>을 재창작한 작품들에 대한 논의들은 주로 '여전히 인기가 많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의 경우에는 왜 흥행하지 못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원작의 내용에 '충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즉 <춘향전>이 사람들의 이목을 끈 내적인 요소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는데도 영화 <춘향뎐>은 국내 흥행에 실패했다.
이러한 사실은 어쩌면 <춘향전>의 리메이크작을 보는 사람들의 이유가 이제는 원작 자체의 내적인 요인이라기 보다는,
그 요인을 '비트는' 지점들에 주목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