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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 Aug 28. 2023

불안이 당연해진 사회와 사람들

옆자리 형도, 옆자리 언니도, 그 옆에 앉아 꾸벅 조는 아저씨도 불안하다

 멋모르고 놀던 초등학생 시절은 이제 없다. 친구들과 어울리려 아파트 단지 놀이터에 나가보면 그 시간의 아이들은 모두 학원가에 드글거리는 것이 요즘이다. 예전에는 떡볶이었다면 이제는 마라탕과 탕후루가 그들의 대세다.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다 마주한 고등학생 아이들에게서 마라탕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걸 보고, 어릴 적 어른들이 나와 친구들을 보며 떡볶이 먹었냐는 질문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어릴 때부터 조금씩 불이 붙기 시작한 여러 분야의 '경쟁'은 아이들로 하여금 더 몰아붙여진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대치동 엄마, 대치동 키즈, 재수는 기본, 삼수는 선택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만큼 10대의 과업이 '학업' 뿐인 것처럼 보인다. 학업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사회에서 직업의 다양성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어릴 때부터 도덕 교과서에는 그런 글이 나왔다. 환경 미화원 분을 보고 무시하는 부모와 그렇지 않은 부모 밑에서 자란 각각의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나는지. 우리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고 생각하고 수용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교훈을 주문처럼 실어둔 교과서와 각종 학습자료들을 살펴볼 수 있었다.

 그런 교훈이 지금은 받아들여졌을까?


 일명 '화이트 칼라'는 샐러리맨이나 사무직 노동자를 의미한다. 건물 안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며 흔히들 생각하는 '회사원'의 이미지가 '직장인' 자체의 이미지가 되었다. 그리고 세상에는 그 밖에도 정말 다양한 직종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원이 일하는 건물을 짓는 사람, 그 건물을 청소하는 사람, 그 건물 내에서 음식을 조리하고 배분하는 사람, 그 회사의 각종 시설물을 정비하고 보수하는 사람... 하나하나 읊기에도 다양한 직업들이 우리 사회에 있음에도 우리는 대체로 멀끔한 정장을 입고 일하는 사람을 두고 '멋있다'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화이트 칼라' 직업군의 사람들은 행복할까?


 주식 시장과 코인 시장에 불이 붙었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하며 잔잔하고 안정적인 수익과 배당금을 바라는 투자 성향은 이미 구시대적 투자 방식이 되었다. '요즘 뭐가 뜨지?' 하며 주목을 받고 있는 사업 아이템이나 상황에 대해 알아보고, 단기로 거액을 투자한다. 테마주 투자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길고 긴 우량주 투자는 이미 옛말이 되었다.

 더 이상 근로소득만으로 살아가기는 힘듦을 알게 된 직장인을 비롯한 젊은 2030 층의 '빚투' 또한 과열되고 있다. 그만큼 현재에 안주하지 못하고, 불안함을 느끼며 내일의 밥벌이에 대해 손톱을 뜯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란 것이다. 부수입, 파이프 라인, 부업 등의 말이 생겨나는 것도 사람들의 불안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강연들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자존감'이다. 나를 먼저 챙겨야 남을 챙긴다는 등의 말을 1시간 동안 연설하며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다. 나 또한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공감한다. 하지만 나를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여건이 허락해 주어야 가능한 일이 아닐까? 지금 당장의 밥벌이가 불안하고 통장이 불안한데 그럼에도 나를 사랑하라는 말은 너무나 모순 같다. '전쟁통 속에 이불 깔고 편히 자세요', 하는 말 같다.

 

 이렇게 불안이 가득한 사회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책을 만들기는커녕 제안하는 일은 너무나 버겁고 힘든 일이다. 길거리에 나가 내 의사를 표현하는 것도 벅찰 수 있다.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불안한 나의 현재 상황을 알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만 말고 지금처럼만 살면 된다.

 내 또래의 누군가가 1억을 모았다느니, 자격증이 수십 개가 된다느니, 대기업에 버젓이 합격해 벌써 몇 년 차가 되었다느니, 차를 사고 집을 샀다느니 하는 말들은 필요가 없다. 나는 그와 함께 살아가기보다 나는 나와 함께 살아갈 날이 더 많다. 비교할 일도 없다. 오늘 무사히 밥을 먹었으면 된 것이고, 내일의 밥까지 걱정하지 말자. 무작정 돈을 펑펑 쓰는 극단의 'YOLO'족이 되자는 말이 아니다. 불안할 수밖에 없는 사회이자 환경이고, 그 속에서 불안을 느끼는 당신은 너무도 당연하다는 말이 하고 싶다. 불안하지 않고서는 이상할 만큼 팍팍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 불안이 당연한 사회다. 그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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