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한 미래, 돈, 걱정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든 사람에 관하여
생각 많은 사람,
걱정 많은 사람,
신중한 사람,
이것이 나를 가리키는 수식어였다. 걸핏하면 '인생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혼자 미간을 찌푸리다 우울감에 잔뜩 젖는 것이 습관이었다. 불확실한 미래가 싫었고, 그 미래를 앞두고 있는 내 상황이 싫었다. 친구, 애인, 직장, 경제력 등 무엇 하나 확실히 답이 나오지 않으니 답답하기만 했다. 답이 나올 수 없는 것들임에도 답을 원했다. 다양한 것들에서 '확인'을 받고 싶어 했다.
이런 상황들과 수식어들이 과거형이 된 이유는 이제부터 설명하겠다. 걱정과 두려움에서 벗어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내 노력을 조금이나마 소개해주고자 한다.
애인과는 다양한 문제로 부딪혔다. 상황도 문제도 매번 달랐지만, 다툼의 흐름은 늘 비슷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네가 원하는 게 뭐야?'
이 질문이 들어오고 나면 나는 말문이 턱 막혔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원하는 것이 현 상황이 아닌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그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말문이 턱 막힌 나를 보고 있노라면 애인은 답답한 듯 굴었다. 당연했다.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백히 알지 못했기에 스스로가 답답했다. 애인의 질문에 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다툼의 문제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그다음엔 가족에게서 내가 원하는 것을, 이후엔 내 무기력감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실현 가능한 범주'내에서 생각해보려 했다. 허무맹랑한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해낼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어야 상대방에게도 원할 수 있었다.
'사랑해'라는 말에 애인의 '나도 사랑해'라는 말을 꼭 듣고 싶어 했다. '나도'에서 그친 두 글자는 괜스레 서운함이 느껴졌다. 별 것 아닌 말에도 괜히 감정을 소모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서운함의 포인트라면 해결할 수 있어야 했다. 애인이 무엇이라 답하든 그것은 애인의 자유였다.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긍정의 확언을 찾아내야 했다.
상대방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통제와 조절과 타협이 가장 쉽고 빠르게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나'다. 나 자신으로부터 오는 확신의 긍정은 애인과의 상황뿐만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활용할 수 있다. 애인의 '사랑해', 양육자의 '잘했어'란 칭찬, 취업할 수 있겠지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하여 나의 변별력이 가려지는 자격증이나 경험. 상대의 결정에 나의 확신을 찾는 것보다 나의 행위와 결정에서 확신을 찾는 것이 더 빠르고 좋았다. 이렇게 되면 무언가 일이 잘못되었을 때 상대방에게 피드백을 달라고 재촉하거나 탓하지 않고, 내게서 피드백을 찾아내 상황을 '지금 당장' 개선시킬 수 있게 된다.
난 새벽 감성을 정말 잘 타는 사람이었다. 가끔은 새벽의 나와 낮의 내가 다른 사람인 양 보이는 때도 있었다. 끝없는 불안과 걱정이 내 이불 밑까지 파고들어 나를 매 말리려 든다면 당장 움직여야 한다. 이불을 털고, 새벽 오밤중에 방 불을 켜 환기를 시켜야 한다.
내가 사는 곳은 정말 시골 마을이라 해가 지면 가로등이 하나도 켜지지 않는 골목도 있다. 사람도 없고, 방범 CCTV도 없어서 무섭다. 그런 길은 피해서 가로등 밑을 걷거나 뛰고 오면 몸이 피곤해서라도 금방 잠에 들게 된다. 걱정과 불안이라는 이름을 한 사람이 내 방에 들어오지 않도록, 차라리 같이 밖에 나가 뛰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방 안에는 온전히 나만이 들어갈 수 있다.
나의 다른 글을 읽어보면, 진심으로 나는 불안과 걱정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미래가 두렵고, 사람을 믿지 못하고, 빈곤이 두려운 나였다. 얼마 전 새해의 특별함 속 평범한 나 스스로의 모습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런 내가 이제야 알게 된 것들이다. 지난 20여 년 간을 불안과 걱정 속에서 출구 없는 생각 더미에서 살았다.
당신만큼은 하루빨리 그 더미를 찢고 나오길 바란다. 이제 흘려보내고, 상대와 세상이 아닌 나로부터 답과 길을 찾아내자. 우리는 할 수 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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