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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 Nomadic Person Jul 01. 2022

권기수 작가의 수묵 드로잉

프로젝트스페이스 미음 <동구리 20년>

프로젝트스페이스 미음, 권기수 개인전 <동구리 20년> 


평창동에 위치한 프로젝트스페이스 미음은 화가 권기수의 기호화된 인격체 ‘동구리’ 탄생 20주년을 맞아 2021년 11월 19 일(금)부터 2022년 1월 20일(목)까지 권기수(b. 1972) 개인전 <동구리 20년>을 개최한다. 대중들에게 권기수는 ‘동구리’ 작가로 유명하다. 하얗고 동그란 얼굴에 언제나 미소 짓고 있는 ‘동구리’는 그의 작품에 메인 캐릭터로 항상 등장한다. 무지개를 건너기도 하고 대나무에 매달려 있기도 하며, 빌딩 사이를 날아 다니기도 한다. 화려한 색감과 유쾌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그의 작품은 문화상품으로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어 일반 대중들에게도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천진난만한 귀여운 모습이 아닌 유쾌하나 냉소적이고 거친 ‘동구리’를 보여주려 한다. 20주년인 만큼 권기수가 ‘동구리’를 어떤 의미로 만들고 그려왔는지 그동안 숨겨왔던 그의 내면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네오팝 아티스트로 알려진 권기수는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했다. 화선지와 먹 대신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이용하여 여백이 없는 밝은 화면과 두꺼운 아웃라인, 평면성이 두드러진 그의 작품은 장르와 형식적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동구리’가 행위를 하고 있는 배경은 동양화에서 상징성을 가진 소재인 대나무 숲과 매화, 파초, 보름달, 쪽배가 자주 등장한다. 작가는 동양화의 정신에 풍자적 요소를 사용하고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보여주고 있다. 그의 무릉도원에는 많은 ‘동구리’들이 서로 소통 없이 앞만 보고 획일적인 웃음을 보이고 있다. 불안과 두려움 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듯 하지만 마치 SNS 가상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는 현대인들의 모습처럼 어딘가 고독해 보인다. 타인의 시선과 긍정에너지를 강요받는 오늘을 살고 있지만 소외감 느끼는 우리의 모습과 ‘동구리’는 많이도 닮아 있다.


프로젝트스페이스 미음에서 개최되었던 <동구리 20년>은 팝아트 작가라는 그의 수식어와 낯설게 표현주의적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빠른 붓 놀림과 거친 붓 자국, 자유롭게 흐르는 물감 자국을 이용하여 검은 먹이 가진 물성의 에너지를 시각화하였다. 이번에 전시될 작품에서 ‘동구리’는 정형화 되어 있지 않은 날것의 형태로 작가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동구리’는 권기수가 인물 드로잉을 빠른 속도로 그리기 위해 연습하던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2001년 즈음이었다. 즉흥적으로 빠르게 그려낸 ‘동구리’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관객을 바라보고 있지만 다양한 감정이 느껴지고 절규하는 듯 보인다. 흐르는 물감을 그대로 두어 ‘동구리’ 위로 눈물 또는 피처럼 흘러 내려 번져있는 모습은 그로테스크하여 관객들에게 긴장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존 그의 작품과 달리 ‘동구리’만으로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화려한 무릉도원은 없고 하얀 여백으로 비워두거나 금색을 칠하여 ‘동구리’만 주체로서 강조된다. 마치 비잔틴 시대 황금으로 표현된 성당의 아이콘처럼 인물에게만 시선이 머무르게 만들었다. 하지만 황금색 모자이크 성상들처럼 위엄있고 전지전능한 모습이 아니다. 자신의 유약한 내면을 그대로 노출한 채 관객들과 마주하고 있다. 권기수가 20년 동안 그려낸 ‘동구리’는 예쁜 미소 짓는 아이콘이 아닌, 불안하고 상처받는 군중 속의 한 사람 바로 권기수 자신인 것이다. 


프로젝트스페이스 미음에서 일할 때 쓴 권기수 작가 개인전 <동구리 20년> 기획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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