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아, 강원국 작가님
9월 초 금요일 밤, 우리 동네(사실 옆동네, 도보 20분 거리) 도서관에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쓴 정지아작가님을 만났다. 빨치산의 딸로 살아온 작가님의 삶과 지금 살고 있는 구례에서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집필하게 된 이야기를 한 시간 정도 들었다.
작가님은 중학교 때 서울로 올라와 우리 동네에서 살았던 적이 있고, 내 딸아이가 졸업한 중학교를 다녔다고 하셨다. 처음 보는 작가님이 친근하게 느껴졌다. 공부를 잘했지만 칭찬보다는 빨갱이의 딸이 공부는 잘해서 뭐 하겠냐는 동정의 시선을 받아야 했던 이야기와 그럼에도 딸의 공부를 위해 헌신한 어머니, 감옥에 있는 아버지에 대해 당당하게 말할 수 없었던 사춘기 소녀의 심정 같은 이야기들을 담담하다 못해 가볍게 들려주셨다. 인간은 시련과 고통을 통해 성장한다면서. 말씀을 재미나게 참 잘하셔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나는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2년 전에 읽었다. 쉬운 문장으로 어렵지 않게 쓴 소설이라고 느꼈는데 작가님의 현재 모습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주 일요일 오후에는 정지아작가님을 만났던 곳과 같은 공간에서 강원국작가님을 만났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작가님의 책을 읽고 배운 점이 많았기에 설레는 마음으로 참가 신청을 했다. 내가 읽었던 책의 내용 중 '말하듯이 써라, 글을 쓴 뒤 소리 내서 읽어보라'는 조언을 따라 하면서 글쓰기 실력이 향상되는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강원국 작가님도 어릴 때 우리 동네에 살았던 적이 있다는 이야기부터 꺼내놓으셨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친척집을 전전하며 살았는데 외삼촌집이 이 동네였다고. 자신의 힘들었던 일들, 즉 고통이 글감이 되니 힘들게 살았다 생각된다면 무조건 글을 쓰라고 하셨다. 이 부분은 정지아작가님 이야기와 비슷한 부분이 있었다. 내가 요즘 글을 쓰기 힘든 건 그간의 고통스러웠던 일들을 글로 써서 다 치유받았고, 현재의 일상이 너무 평화로워서일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다.
머지않은 인공지능 시대에 내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꼭 글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도 강조하셨다.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글을 쓰기 전 루틴을 만들었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나도 그런 루틴을 만들어 볼 생각이다. 요즘 글쓰기를 꾸준히 이어가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이번에 <구립구산동도서관마을> 개관 10주년이라 모시기 어려운 작가님들을 한 달에 두 분이나 뵐 수 있었다. 두 분 모두 우리 동네와 인연이 있는 분들인 걸 보면 우리 동네가 글을 쓰는 기운이 남다른 지역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 기운이 나에게도 와주길. 날씨도 제법 선선해졌는데 가을엔 도서관에 가서 글을 써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