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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2025

내가 헬스장을 좋아하게 된 이유

by 윤아람

목이 따끔거리고 가래가 껴있다. 평소보다 무리한 것도 없는데 너무 피곤해서 이틀 동안 기절하다시피 잠을 잤다. 열은 없다. 일주일 전부터 이어지고 있는 내 몸상태다.


코로나가 재유행이라던데 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이 요즘 코로나 증상과 비슷하다.


만약 내가 코로나라면 어디서 옮은 거지? 우리 집에서 바깥활동을 제일 적게 하는 게 나인데 왜 나만? 생각해 보니 우리 가족 중 나만 가면서 코로나에 전염될 만한 장소가 있다. 타인의 체액이 묻은 기구들을 공유하고, 창문을 꼭 닫아놓고 거친 호흡을 내뱉고 들이마시니 전염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그곳, 헬스장인 것 같다. 건강하려고 다니는 헬스장 때문에 몸이 아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몸이 안 좋으니 운동을 쉬는 게 나을 수도 있겠지만 평소보다 가벼운 강도로 한 시간 정도 운동을 했다. 일주일에 4~5회 헬스장을 다닌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아직 나를 믿을 수 없다. 집 밖에 나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운동 갈 시간이 되면 항상 같은 고민을 한다.

'오늘만 쉴까?'

이런 내가 조금 아프다는 이유로 하루이틀 빼먹다 보면 운동을 영 그만두게 될지도 모른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하기 싫은 운동을 억지로 하는 것 같지만 난 요즘 운동의 재미에 푹 빠져있다. 내가 힘든 건 단지 집밖으로 나가는 것일 뿐. 집안에 혼자 있는 편안한 시간을 뿌리치고 헬스장을 가는 것은 마치 아빠랑 엄마 둘 중 한 사람하고만 놀아야 하는 어린아이의 망설임과도 같다.



그럼에도 두 달 넘게 꾸준히 헬스장을 다니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운동을 마치고 돌아갈 때 느끼는 행복감 때문이다. 내 일상에서 달라진 거라고는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뿐인데 내가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꾸준히 헬스장으로 보내준 데는 딸아이의 칭찬도 한몫했다.

"엄마, 요즘 피부가 왜 이렇게 맑아졌어?"

살 빠졌다는 말보다 더 기분 좋은 말이었다. 피부에 좋다는 비타민이니 레티놀이니 하는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을 열심히 발랐을 때도 듣지 못했던 말이었다. 요즘 내가 얼굴에 바르는 건 보습크림과 선크림뿐이다. 비싼 화장품을 이것저것 바르는 것보다 땀을 흘리는 게 더 좋은 피부관리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는 평소에 잘 먹는 편인데 몸이 안 좋으면 더 잘 먹는다. 일주일 동안 열심히 먹었더니 두 달 동안 조금 빠진 살이 다시 찐 것 같다. 오늘은 맛있게 먹고 열심히 운동하고,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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