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어

이 말이 참 고마웠다

by 클로드

처음부터 아이는 한 달 살기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멋모르고 따라나섰던 것 같지만, 3학년이 되자 "너무 멀지 않아? 왜 방학에도 가서 영어학원 다녀야 해? 거기 한국 식당 있어?" 등의 말로 불안과 불만을 작게나마 표출했다. 아이가 끝내 원하지 않으면 다 취소하고 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이에게도 있었던 모양이다. 두렵지만 그럼에도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요 근래 차멀미를 제법 한 탓에 비행기에서도 아이는 잘 먹지 않았다. 쿠알라룸푸르에 도착 후에도 이틀 간은 현지 음식이 아닌 한식만 찾았다. 그리고 주말 뒤 시작될 어학원 생활을 걱정했다. 확실히 2년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천진난만뿐이던 자리에 현실적인 두려움이 자라나고 있었다. 괜히 왔나, 괜히 데려왔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달라졌다고 생각한 아이는 다른 차원에서 또 달라져있었다.

"엄마, 여기까지 와서 한식만 먹을 순 없어. 이제 여기 음식 먹어볼래."

이틀 만에 다음 스텝으로의 도전을 마음먹은 아이의 모습에 놀랐다. 짠한 마음이 들면서도 감탄했다. 새로운 경험을 귀하게 생각하는 게 나 혼자만의 마음이 아니라는 생각에 기쁘기도 했다. 이후 아이는 말레이시아 국수인 판미(Panmee)를 시작으로 다양한 현지식과 다른 외국 음식에 도전했다. 다행히 무척 맛있어했다. 재작년에 나트랑에서 베트남 쌀국수를 사랑하던 때처럼 이곳에서의 판미 사랑이 시작되었다. 그 덕에 우리는 한식을 빠르게 졸업하고 쿠알라룸푸르의 다채로운 음식을 즐겁게 탐방하며 한 달을 채웠다.




어학원에 대한 불안한 마음도 막상 발을 디딘 후에는 사라졌다. 아이에게 한 달 살기를 설득할 때 조건이 있었다.

"어학원 다녀보고 힘들고 아니다 싶으면 그만둘 수 있어. 꼭 다녀야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엄마는 네가 한 번 경험해 봤으면 좋겠어. 나트랑에서도 학교 무척 좋아했던 것처럼 여기도 재밌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엄마, 그럼 나 3일만 다녀보고 생각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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