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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Aug 16. 2024

여행(旅行)

여행, 듣기만 해도 마음 설레는 말이다. 젊을 때에는 마음은 있어도 살기 바빠서 항상 마음에 희망으로만 가지고 살았다. 또한 가고 싶지 않아도, 일정 상, 일의 수행을 위해서 반 강제적으로 여행을 하곤 했다. 여행은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더 깊어지고, 생각도 한층 신중해 지는데,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여행은 일 위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여행이라기보다는 목적의 수행에 더 무게가 주어진다. 어쩌면 살기위해서 지구의 몇 바퀴를 돌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우리가 여행이라는 말하기 시작한지는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우리의 부모 세대에서는 생각하지도 못할 일이었을지도 모르는데, 지금의 우리는 아주 당연하게, 다른 일을 희생해서라도 여행을 떠나야 하는 세대가 되었다.    

 

우리는 “여행(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의 동의어로 별 다른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 그 만큼 이 말을 쓰기 어려웠다고 생각된다. 영어는 tour, trip, journey, travel 등의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 개방되고, 개척의 시대를 거치고, 다른 나라보다 일찍 자유라는 말을 사용한 나라이기 때문에 다양한 뜻의 여행이라는 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따른 여행의 의미도 다른 것으로도 느껴져 여행이 생활의 한 부분이었음을 생각게 한다. 비교적 짧고 간단한 여행으로는 city tour 같이 tour를,  짧고 특정한 목적을 위한 trip, 멀리 가는 여행을 journey, 특히, 장거리 여행, 외국여행, 출장을 travel로 말하기도 한다. 우리는 여행 간다고 하면, 제일 먼저 ‘어디로’, ‘국내야, 외국이야?’ 그 다음은 ‘얼마 동안 가는데?’ 하는 말을 한다. 단어가 많으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갈 수 있는 단어를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여행에 대한 생각은 목적이 있어야 하고, 목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경험이나 지식이라고 말하고 싶다.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얻어지는 경험이 여행의 뜻에 부합하는 것 같다. 책 또는  들은 경험으로서의 여행은 말하는 자의 주장이 강하게 들어가기 때문에 나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수 있다. 그리고 목적은 계획이 있어야 한다. 그냥 떠나고 보자고 하는 일은 그 만큼 시간 및 경비의 낭비를 가져올 수 있다.    

 

여행은 세계의 역사를 바탕으로 나의 역사를 만드는 것이다. 꼭 문화가 발달한 나라가 아니더라도 그 쪽에 가면 그 나라 나름의 역사가 있고, 그 역사가 그 시대 사람의 삶과 고행 극복을 통하여 만들어낸 역사들이 나의 마음에 자리하고 감정을 움직여 감동에 이르게 한다. 나는 거기서 꼭 무엇을 배운다는 생각보다는 그 상황이 자연스럽게 나의 마음에 채곡채곡 쌓이고 싸여 나를 세우는 주춧돌이 되어 간다. 어디에 가든 내 마음부터 열어야 한다. 특히, 박물관 관람에서 더욱 그렇다. 고대의 사람들이 살아온 과정이 꼭 나의 과정 같기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역사지만, 이렇게 저렇게 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사고(思考)로 부터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을 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금의 문화에 도달하기 전의 고대 문화에서도 어쩜 진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감정의 교류가 일어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또한, 가고자하는 나라와 장소에 대해서 배경을 좀 공부하고 가야 한다. 그림이나, 조각, 도자기, 동양화, 서양화는 그 시대에 따른 작품이므로 그 시대의 배경을 알면 더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다. 특히나 루부르 박물관이나 바티칸 박물관은 시대적 배경에 대하여 꼭 공부해 갈 필요가 있다.     



그리고, 아무런 결과도 알 수 없는 여행도 있다. 아무리 준비를 잘하고, 계획을 세워도 한 가지도 맞지 않는 경우가 우리 삶에 대한 여행이다. 출발은 그렇게 어렵지 않은 것이, 나의 뜻 보다는 부모님의 뜻으로 세상에 뛰어들어 여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때는 부모님의 그늘 아래에서 별다른 계획 없이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고, 생각의 씨앗이 발아하여 무언가 보일 듯 말듯 한 시기가 된다. 여기부터는 “선택”이라는 것이 삶의 방향타 역할을 시작한다.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여행에서 삶에 대한 눈물을 저장하는 시기가 되는 것 같다. 여행이 계속되는 것만큼 미래에 대한 어둠길은 나를 붙잡고 놓아 주질 않아 그렇지 않아도 힘든 길에 모진 풍랑이 몰아쳐 그 작은 배까지도 침몰하게 만든다. 눈을 뜨면 또 그 자리인데, 더 나아가면 모질게 버텨온 배마저도 잃어버리는 것에 목 놓아 통곡하고 있는 나를 발견 할 수 있다.     


이윽고 조금 햇살이 나는 듯 했으나, 햇살은 너무 뜨겁게 내리쬐어 탈진하게 만들어 이것이 삶인가하고 느낄 즈음에 세월은 하염없는 눈물의 바다위에 낙엽하나 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깨어 있는 아픔으로 스스로를 닦달하며 일어선 후엔 어느 듯 가족이 생겼고, 나 혼자 밀고나가는 여행보다 아내, 자식들과 함께하는 여행이 되고, 서로 밀고 당기며 세월에 대항 하려 했으나, 아이들은 자신의 길을 찾아 다른 여행을 떠났다. 민들레 홀씨처럼 아이들을 멀리 보내고 여행을 계속해도 내 마음, 내 뜻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여행길이 되었다. 언젠가부터 여행이 언제쯤 끝날 것인가를 생각하게 되고, 고통스런 여행에서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여행은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외롭고 고독한 여행에서 이긴다는 것 보다는 극복하는 것이 여행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무게를 극복하지 못하면 스스로가 더 큰 위험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다가오는, 다가서는 파도를 몸으로 막을 수밖에 없다. 한번쯤은 뒤돌아보고 싶지만, 어쩌면 겁이 나서, 어쩌면 자신의 현재 상황을 인정하기 싫은 것 때문에 뒤돌아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뒤돌아보면 시커멓고, 앞을 보면 깜깜한 것을 왜 쳐다보고 싶을 것인가.     


그간 여행에서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챙겨보면, 어느 듯 석양이 되어 있다. 황홀한 석양도 좋고, 구름 낀 넓게 퍼진 석양도 좋다. 그 여행의 결과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논하고 싶지는 않다. 눈물 속에서도 아름다운 꽃들을 보았으면 되었지, 또 무슨 결과를 탓할 것인가.     


그리고 여행은 지겹지 않아야 한다. 외롭고 고독해도 웃을 수 있고 판단할 수 있는 여행이면 좋다. 여행은 혼자 가는 길 보다는 같이 가는 것도 즐거움을 배가 할 수도 있다. 어쩜 나의 무게도 나누어 질수 있는 것도, 바르게 가고 있는지도 의논할 수 있는 길로 나쁘지 않다. 같은 목적을 가지고 여행하는 것은 서로를  더 키울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     


삶의 여행에서와는 달리 외롭지 않고, 고독스럽지 않아서 좋을 수 있다. 외롭지 않다는 것은 그 목적이 삶을 좌우 할 만큼 무겁지 않다는 뜻이고, 고독하지 않다는 것은 스스로를 너무 깊게 파지 않아도 되며, 신중한 결과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마음 편하게 삶의 한 부분을 구경할 수 있어 좋다. 나의 고집을 풀 수 있고, 다른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어, 자신의 거울로도 볼 수 있다. 삶의 경쟁자로도 보지 않아도 되고, 함께 함으로써 나의 머리에 없던 것을 채울 수 있는 것이 함께하는 여행일 것이다.    

  

여행이란 나를 찾고, 친구를 찾고, 동반자를 찾을 수 있고, 나의 모자람을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어느 나라로 가건 그 문화에 젖을 필요가 있고, 자신의 huminity를  발휘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여행은 외롭고 고독스러운 것이 원칙일 수 있다. 여행은 자신의 길을 찾아나서는 것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저기 수평선에서 해가 뜨면 내가 살아 있음과 그렇게 내가 해나가야 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순차적으로 프로그램 되고, 아름다운 석양과 더불어 해가 질 때면 오늘 하루도 잘 살았구나하는 안도감과 더불어 저 태양은 지고 나서 무슨 일을 할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침에 찬란하게 떠오르려면 무슨 준비를 할까?        


아마도 아주 맑고 상쾌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분명 사람들이 태양의 얼굴을 보고 차분하게, 즐겁게 하루를 시작하는데 기분 좋게 해주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을까.

또한, 스스로의 안전한 여행을 위해서도 마음을 쓸 것이다. 아침엔 해가 뜨기 전에 잠시 더 어두워진다는(48분정도: BMNT) 것과 해가 지고 난후에도 잠시 더 어두워지는 것(EENT)의 그  의미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우리의 여행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자신의 일들이 고난스럽다고 생각하는 것은, 내가 더 발전하기 전에 잠시 힘들 수 있다는 사실과, 그리고 고난이 부딪혔을 때에도 잠시 어려워진다는 사실도 알려주고 싶을 것이다.   

  

우리의 여행에도 인생함수를 이루는 한 부분이 되겠지만, 인생함수를 수학적으로 헤쳐보아도 삶에는 어려움이 첨가되어있어 누구라도 이 고비를 넘겨야 하게 되어 있다. 삶은 7차 함수*1로 되어 있어 6개의 꼭지점을 갖는데, 3개의 꼭지점은 아래에, 3개의 꼭지점은 그래프의 위에 존재하며, 이는 우리의 삶에 3번 정도의 어려움과, 3번 정도의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고, 또한, 꼭지점의 위치도 스스로의 노력에 의하여 변화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삶의 여행이란 어느 정도의 목표를 정하고 난 뒤, 자신의 능력이나 노력에 의하여 그 시기가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우리는 여행에서 쉬고 싶으면 잠시 배가 닿을 곳을 찾고 싶을 것이다. 누구 할 것 없이 이 삶의 여행에서 숨을 들이 쉬고 내뱉을 시간은 갖지는 못할 것이다. 어느 기점에 도달하여 뒤돌아보면 왜 이렇게나 정신없이 달려 왔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인데, 아마도 힘껏 달려 온 것에 대한 숨고르기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무슨 여행에서라도 좀 쉬었다 갈까하는 생각은 있으나, 무언지 모르게 자신의 모자람을 느끼게 되어 쉴 틈 없이 또 여행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혹 가다가 자신의 여행에서 꽃이 피는 것을 보고 ‘아! 좀 더 달려 볼까’ 하는 에너지로 사용해 왔을 것이다. 말 그대로 눈물 속에 피는 꽃을 실감하게 되는 것이다.


[LIMENSITA: 눈물속에 피는 꽃, by author]


삶의 여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다. 어떤 사람과 동행하는가에 따라 자신의 가치와 능력, 행동, 인생관이 결정된다. 삶에 있어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지만, 실제로는 인연에 따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어쩜 여행에 있어서 사람을 만나다는 것보다는 통나무를 만나게 될 것이다. 아무런 모양도, 속내도, 감정도 모르는 통나무를 만나 자신의 조각칼로 조각을 하게 되는 일일 것이다. 나의 의미를 어떻게 조각할까하지만, 또한 그 통나무도 생명을 가지고 있어 나의 마음대로 조각할 수는 없다. 그래서 조각칼보다는 둥그스름한, 날카롭지 않은 칼, 즉, 정(情)으로 다루어야 한다. 정은 드러나지 않는 칼과 같아서 내가 베일 수도 있다는 것도 삶의 한 길일 수 있다. 나의 정(情)은 칼집에 들어 있으나, 상대방은 칼집이 없는 칼을 가지고 있기도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며드는 정이 최고의 인연인데, 그 인연에 피를 흘리는 사람들도 많다. 이를 악연이라고 해야 하나.     


삶에 있어 사람이 재산인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나, 이 재산에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까. 나부터 무장해제해야 하고 무장해제로 다치는 것은 사람을 얻는 대가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 대가는 평생 지우지 못하는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도 경험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그렇게 악하게 다가서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베푸는 것만큼 상대가 녹아들기 때문일 것이다.     


화학적인 개념으로 인연을 살펴보면, 나와 다른 사람이 만나면 다른 물질(참된 정(情))로 되고 난 후 원래대로 되돌아 갈 수 없는 것이 정(情)이다. 이런 정(情)이면 무엇이 되어도 아깝지 않고 위험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같이 가는 사람이 되면 그 삶은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어쩌면 정이 의리를 낳게 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의리란 내목 숨을 내어 놓을 수 있는 관계를 말하는데 정(情)으로 쌓인 의리면 더욱 서로를 아낄 수 있고 여행의 동반자로서 훌륭한 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     


또, 여행은 내가 동반자를 위한 거름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상대가 나 때문에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면, 그 것은 여행의 큰 목적이 될 수 있다. 좋은 땅, 좋은 거름에서 곱고 강한 새싹이 돋듯이 사람이 사랑으로 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거름이 됨으로써 가능한 일이 된다.   

  

그래서 만난 인연이 부부가 되고, 특히, 항해에서 거친 파도를 만나면 그 간의 영양분으로 수월하게 넘어 갈 수 있다. 그것이 사랑이 되고 돛대가 되며, 방향키로도 될 수 있다.     



여행은 외롭고 고독스런 것이며, 세계의 역사를 바탕으로 나의 역사를 만들고, 자신의 길을 창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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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 저자가 인생과 시간의 관계를 함수로 해석한 것, ‘인생함수’로 명명 함.

(https://brunch.co.kr/@faeda5f86053477/25)     



1-2 : 미국생활(나이아가라 폭포 및 로드 아일랜드), 3:루부르 박물관, 4:베르사이유 궁전, 5:모나리자, 6:이탈리아, 7:베니스, 8-9: 바티칸 및 박물관, 10: 뉴질랜드, 11: 산마리노, 12:  싱가포르, 13: 산샤댐(중국), 14:자금성, 15: 인도네시아, 16:리버풀(영국), 17:비틀즈 고향(영국), 18: 일본생활, 19: 아소산(일본), 20: 사쿠라지마(일본), photo by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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