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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세흔 Nov 25. 2022

공진단 만들기

우리 가족의 작품 공진단!!!

약초 수업이 어제 목요일로 끝났다. 석 달 동안 월, 목 수업을 듣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고 시작한 약초 수업은, 원래 나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분야였지만 집에서 가까운 가톨릭대학교에서 강의가 열리는 것이라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고, 드디어 끝이 왔다.




강의를 들어보니, 다른 나라에서는 한약과 양약을 크게 구분하지 않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심하게 구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먹는 양약의 원료가 자연에서 온 것임을 생각하면 한약과 양약을 구별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결국, 우리가 아플 때에는 한방과 양방을 조화롭게 사용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급하게 아파서 수술을 해야 되는 경우는 당연히 병원에서 수술을 해야 하지만, 몸을 보호하거나 예방의학으로는 한방이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수업 중에 우리는 공진단을 만들게 되는 날이 있었는데, 하필 그날 미리 계획했던 가을여행을 가게 된 날이라 나 대신 남편이 수업에 가서 공진단을 만들기로 했다. 물론 교수님과 조교선생님, 우리 조 조원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고 다들 이해해 주셔서 남편이 수업을 듣게 된 것이었어서 너무 고마웠다. 

그러나 나는 공진단을 못 만들어봐서 내가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배웠으니 현장 학습을 가보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몇 학생들이 제기동 약령시장으로 현장 답사 겸 실제로 약재료를 구하러 수요일에 갔다. 

우리는 다들 처음이라 일단 구경을 먼저 했는데, 종류별로 환을 만들어서 파는 곳도 있고, 한약재료를 종류별로 파는 곳도 다양했으며, 한의원도 많고, 특히 제분소도 많이 눈에 띄었다. 나는 한약이라고 하면 거의 달여먹는 거로만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공진단과 경옥고의 경우처럼 가루로 만들어서 써야 하는 한약이 있기 때문에 시장 곳곳에 제분소들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약령시장을 충분히 구경하고, 먼저 다녀간 학생이 추천해 준 곳으로 갔는데, 그 학생이 왜 거기서 샀는지 이해가 됐다. 일단 장소가 제일 눈에 뜨였고, 물건도 좋고, 사장님이 설명을 정말 잘해주셨다.

우리는 각자 재료를 구입하기도 하고, 설명을 들으면서 배운 내용을 업그레이드시키고 즐겁게 현장학습을 하고 돌아왔다. 




집으로 와서 드디어 공진단을 먼저 만들어 본 남편이 힘을 써야 하는 일이니 반죽은 자기가 하겠다고 했고, 하루 뒤인 어제 숙성된 반죽을 알 형태의 공진단 모양으로 빚었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지난번에 먹고 효과를 본 터라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을 했다. 지난번에 먹고  우리가 느낀 효과는 일단 아침에 눈을 뜨는데 좀 개운한 느낌이 있고, 쾌변과 더부룩한 증상이 좀 없어져서 몸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효과는 나와 딸이 많이 느꼈고 남편은 잘 모르더니 이번에 먹고는 느끼는 것 같았다. 




공진단을 만든 후, 나는 두 번째 쌍화차를 끓이는데 재탕과 삼탕까지 한 후 합쳐서 끓여 달이니 작업시간만 6시간 정도 걸렸고, 그것은 쌍화차의 수준을 넘어 쌍화탕이 되었다. 먹어보니 진하다. 

역시 정성을 들여 끓이는 쌍화차는 옛날 한약 달이는 것처럼 약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에는 한약 냄새에 얼굴을 찡그리던 딸도 이제는 한약 냄새에 적응됐다며 공진단 먹을 때만 기다리게 됐다.


내가 배우고 어디에 좋은지를 알고 나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끓이는 쌍화차는 집안에 한약 냄새를 진하게 풍겼지만, 옛날에 느끼지 못한 좋은 냄새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알고 먹어야 효과가 크고, 모를 때는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아들에게도 이야기해주면서 올 겨울에 들어오면 먹게 하려고 만들었다고 하니, 자기를 챙겨주는 가족이 있다는 생각에 외로움이 없어지는지 무척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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