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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비 Jan 29. 2023

2-5. 평범한 삶을 산다는 것...

조카가 서울에 놀러 왔다.

일정에 없던 해외 출장 준비로 하루 휴가를 낼 수 없어 반차를 쓰고 함께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운동을 좋아하는 녀석이기에 소공동 롯데백화점에 들러 잘 어울렸던 트레이닝 복을 사 입히고 창덕궁에 갔다. 대학 졸업반인 사내 녀석과 사십 대 중반의 삼촌이 '같이 뭘 할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봐도 막상 떠오르는 게 없었다. 그렇다고 하릴없이 백화점만 돌아다닐 수는 없었기에 창덕궁에 가본 적이 없다는 녀석을 데리고 안국역으로 향했다.


귀가 잘리고 머리칼이 뽑힐 듯 불어 제치는 혹한의 찬바람을 가르며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얄팍한 역사 지식으로 아는 체를 하기도 하고 사진도 찍어주며 그렇게 오후를 보냈다. 햇빛에 별처럼 반짝이는 얼음처럼 꽁꽁 얼은 몸을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녹이고 서로 관심 있는 책들을 둘러보다 골라 마시는 재미와 맛있는 안주가 있던 수제 맥주집으로 향했다.


수제 맥주가 유명한 선술집에서 술 대신 안주로 저녁 식사를 하며 삼촌은 네가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촌처럼... 너무 아프지 말고,

네가 사랑하고 너를 사랑해 주는 예쁜 사람을 만나 서로를 닮은 아이를 낳아 키우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자는 아닐지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움 없이 따뜻한 가정을 꾸리고 인생의 희로애락을 느끼는 평범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군가와 꼭 같이 살아야 할 사람이 혼자 살거나, 반드시 혼자 살아야 할 사람이 누군가와 같이 산다면 마음의 병이 생기는 것 같다고 했다. 삼촌은 꼭 같이 살아야 하는 사람이나 내가 마음을 줬던 이성이 모두 내 마음을 거절했기에 지금 너무 아픈것 같다고 했다.


그러니 너는 나처럼 아픈 인생을 살지 말고...

네가 사랑하고, 너를 사랑해 주는 마음 따뜻한 사람을 만나 평범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하릴없이 하찮게 보이는 평범한 삶은 그 누구도 쉽게 이룰 수 없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니 삼촌은 내 조카가 그런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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