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 이야기 /
우아한 옥잠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옥잠화도 화단을 처음 만들 때 구한 우리 꽃 목록 20여 개 중에 있는 식물이었다.
옥잠화 꽃이 피기 전에는 비비추와 전혀 구별을 할 수 없었다. 아니 옥잠화라는 꽃이 있는 줄도 몰랐다.
비비추에 대한 기억은 어린 시절을 회상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이른 봄 엄마가 뜯어온 산나물에 비비추 어린잎이 있었기 때문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처음에는 비비추라는 이름도 생경했었다.
언젠가 이야기한 화가 한규언 씨가 어느 해 이른 봄 보내준 봄 산나물에 어린 비비추 잎과 원추리 잎이 있었다. 비비추는 낯이 익었지만 원추리를 국이나 나물로 먹는 줄도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옥잠화(fragrant plantain, 玉簪花)란 이름이 말해주듯 눈부시게 흰 옥으로 만든 비녀 같은 꽃을 보고 어쩌면 이 꽃이 백합과 닮았을까 의아했던 적이 있다. 옥잠화는 114호와 113호 사이에 바싹 붙어 심어졌다. 그곳이 햇볕이 잘 드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장마가 끝나고 가을이 시작될 무렵 딱 요즘 같은 시기였으리라. 너무나도 곱고 깔끔한 꽃이 하나둘 피어나기 시작했다.
화단을 시작하고 모두 처음 피는 꽃 들이라 내게는 각별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기쁨에 들떠 흥분했고 이 우아하고 깨끗한 꽃을 보기 위해 부지런히 3층과 1층을 오르내려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만큼이나 꽃을 좋아하는 114호 언니가 말했다.
"이 선생 나 요즘 밤이면 너무 행복해요. 저기 저 하얀 꽃에서 향기가 어찌나 그윽하게 나는지 성경이 저절로 써져요."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114호 언니는 언제나 바쁜 분이다. 이른 새벽 성당에 가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고 성당에 가지 않을 때는 책상에 앉아 성경을 사경 하기 때문이다. 올해 여든넷인 114호 언니의 그런 생활은 요즘도 계속되고 있다.
언니의 그 말에 희고 우아하기까지 한 예쁜 꽃이 향기까지 좋다는 말에 옥잠화가 더욱 각별하게 느껴졌다.
옥잠화(fragrant plantain, 玉簪花)
꽃봉오리가 옥비녀같이 생겼다고 하여 옥잠화라는 이름이 붙은 이 꽃은 백합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원산지는 중국으로 우리나라에 언제 어떤 경로로 전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어린잎은 비비추처럼 나물이나 국을 끓여 먹으며, 꽃과 뿌리는 물론 줄기까지 부은 종기를 치료하거나 지혈과 우리 몸의 독성 물질을 없애는 효능 때문에 한방에서 약재로 사용한다.
비비추와 옥잠화는 꽃이 피기 전에는 구별하기 힘든데 두 식물 다 그늘에서 잘 자란다. 하지만 비비추처럼 옥잠화는 쉽게 번식하지 않는다. 때문에 군락을 지어 자라는 모습을 보기 쉽지 않다.
꽃은 장마가 끝날 8월부터 9월 사이 비녀 모양의 흰 꽃이 피기 시작한다. 이 꽃도 야행성이라 저녁에 피었다가 아침이면 시들기 때문에 활짝 핀 모습을 보기 힘들다. 이런 이유로 나는 활짝 핀 옥잠화를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옥잠화의 은은한 향을 맡을 수 없었던 것이다. 대신 밤에 피니 옥잠화의 그윽한 향기는 오롯이 그 꽃 옆에 사는 114호 언니 몫이었던 것이다.
옥잠화 번식과 파종시기
씨앗을 파종하거나 포기나누기로 한다. 가을에 씨앗을 받아 곧바로 파종하거나, 이듬해 봄에 파종하면 된다.
그러나 포기나누기가 수월하다. 잎이 마르는 가을이나 이른 봄 새순이 날 무렵 나누어 심으면 된다.
옥잠화는 자라는 상태와 모양이 비비추와 아주 흡사하다. 이른 봄 싹을 틔워 잎을 성장시키고 여름이 되면 꽃대를 세워 차례로 꽃을 피운다. 옥잠화는 심고 몇 년이 지나면 뿌리가 우거지고 여러 개의 새싹이 동시에 자란다. 흰색의 꽃이 상당히 아름답다.
옥잠화는 한두 포기 있을 때보다는 무리 지어 한꺼번에 핀 꽃이 보기 좋다. 공원이나, 유원지 등의 나무 그늘 아래 무리 지어 핀 흰색의 옥잠화 꽃은 초가을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자료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옥잠화 (텃밭 백과(유기농 채소 기르기), 2012. 3. 2., 박원만, 김인경)
옥잠화 전설
옛날 어느 외딴 시골 마을에 피리를 잘 부는 청년이 살고 있었다. 소를 기르는 목동이었던 청년은 풀을 뜯는 소 옆에 앉아 항상 피리를 불었다. 청년이 사는 마을은 너무 외져 또래 친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의 유일한 낙은 피리 부는 일이었다.
세월이 흘러 청년의 피리 부는 수준은 상당해져 날짐승은 물론 들짐승들도 귀 기울여 듣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가 피리를 불면 풀을 뜯던 소는 물론 그곳을 지나는 바람까지도 청년의 피리 소리에 빠져들어 숨을 죽이고 바라보곤 하였다.
특히 삼라만상이 고요한 밤에 청년이 부는 피리 소리는 깊은 정적에 잠긴 계곡을 지나 먼 곳의 산과 들은 물론 하늘에까지 울려 퍼지게 되었다.
휘영청 보름달이 뜬 어느 가을밤
청년은 여느 때처럼 뒷산 정자에 앉아 피리를 불기 시작했다. 그 순간 청년의 주위가 환해지더니 달나라 선녀가 청년의 곁에 사뿐히 내려앉았다.
아름다운 피리 소리를 따라 지상까지 내려왔다는 선녀의 말에 청년은 아름다운 곡으로 화답했다. 선녀는 밤새 청년의 피리 소리를 들었고 새벽이 되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밤새워 자신에게 아름다운 피리 소리를 들려준 청년에게 선녀는 머리에 꽂고 있던 비녀를 빼어 건네주었다. 선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취해 넋이 나간 청년은 선녀가 주는 비녀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비녀는 청년의 손가락 사이로 미끄러져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선녀가 떠난 뒤 날이 밝자 청년은 비녀가 떨어진 정자 밑으로 내려가 보았다.
비녀가 떨어진 자리에는 선녀가 자신에게 준 비녀를 꼭 닮은 흰 꽃이 피어 있었다. 그 꽃에는 선녀의 은은한 향기가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옥잠화의 꽃말은 '추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