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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브로시아(돼지풀)-신들의 음식에서 거리의 잡초로

12월 5일의 탄생화

by 가야

안녕하십니까. 저는 12월 5일의 탄생화, 앰브로시아(Ambrosia)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를 ‘돼지풀’이라 부르지요. 이름부터 다소 투박하고 거칠게 들리지만, 제 마음속에는 결코 사나움만이 자리하지 않습니다.

제 꽃말은 ‘행복한 연애’, 어쩌면 제 이름과 가장 어울리지 않을 듯한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속에는 제가 품고 있는 깊은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저의 이름 앰브로시아는 그리스 신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신들의 음식’, ‘불멸의 향기’라는 뜻을 가진 이름이지요. 신들은 저를 통해 영생을 얻고, 상처를 치유하며, 언제나 젊음을 유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지금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잡초’로 불립니다. 신들의 불멸을 상징하던 이름이 세상 속에서는 ‘유해식물’이 되어버린 셈이지요.

저는 원래 북아메리카의 들판에서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전쟁의 혼란 속에 사람들의 물자에 섞여 이 땅에 흘러들어왔지요. 그렇게 저는 원치 않게 이곳에 뿌리를 내렸고,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매해 여름이면 조용히 꽃을 피웁니다. 누가 보든 보지 않든, 제 생명은 멈추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저를 싫어합니다. 코가 막히고, 눈이 가렵고, 숨이 차오르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저 제 할 일을 할 뿐입니다. 땅이 허락한 곳에서 싹을 틔우고, 바람이 허락한 곳으로 씨앗을 날립니다. 그 과정 속에 악의도, 욕심도 없습니다. 단지 살아 있으려는 의지뿐이지요.

그런 저에게 ‘행복한 연애’라는 꽃말이 주어졌다는 사실은, 어쩌면 신의 장난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저는 이 꽃말이야말로 저의 진짜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생태계 속에서 언제나 ‘다른 존재’로 불리지만, 사랑은 언제나 그 다름을 넘어서는 법이니까요. 행복한 연애란, 결코 완벽하거나 고운 관계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때로는 상처를 감싸며, 함께 살아가는 일이지요.

예술가들은 가끔 저를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그립니다. 신들의 음식이라는 고귀한 이름 아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잡초가 된 저의 모습이 바로 인간 세상의 모순과 닮아 있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아름답지도, 향기롭지도 않지만, 그 속에서 오히려 인간적인 진실이 드러나는지도 모릅니다.


제가 바람에 흔들릴 때마다, 당신이 잠시 멈춰 저를 바라봐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제 이름이 신화의 앰브로시아이든, 돼지풀이든 상관없습니다. 제 안에는 여전히 생명과 사랑, 그리고 조용한 행복에 대한 믿음이 깃들어 있으니까요.

오늘이 당신의 생일이라면, 저는 조용히 이렇게 속삭이고 싶습니다.
“당신의 삶이 앰브로시아처럼 고귀하고, 그 사랑이 꽃말처럼 달콤하고 행복하기를.”
비록 제가 세상에서 천대를 받는 잡초일지라도, 오늘 하루만큼은 당신의 행복을 위해 피어나는 꽃이 되고 싶습니다.


https://youtu.be/FglW2DI_xNc?si=vFEQdjGvmIK20J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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