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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교실 1 식물이란?

가야의 식물교실

by 가야

☘ 식물교실 1
식물이란?


꽃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가장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려 한다. 식물이란 무엇인가. 너무 오래 곁에 있어서, 오히려 제대로 불러본 적 없던 이름이다.


우리는 꽃을 보고 계절을 말하고, 나무를 보며 시간을 떠올리지만, 정작 식물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해서는 깊이 묻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꽃 이야기는 결국 이 질문에서 시작되고, 다시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식물은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대신 한 자리에 뿌리를 내리고 빛을 기다린다. 엽록소를 지닌 잎은 햇빛을 받아들이고, 그 빛으로 스스로의 삶을 만들어 간다. 광합성이라는 말은 과학 교과서 속 용어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아주 단순하고도 위대한 사실이 담겨 있다. 식물은 다른 생명에게서 빼앗지 않고, 스스로 먹고 살아간다는 것. 그 조용한 자립이 수억 년 동안 지구를 지탱해 왔다.


식물은 생태계의 가장 첫 번째 생산자다. 우리가 숨 쉬는 공기, 우리가 먹는 곡식과 열매, 우리가 몸을 덮는 섬유와 집을 짓는 나무까지, 모두 식물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문명은 언제나 식물 곁에서 시작되었고, 식물 위에 쌓여 왔다. 하지만 식물은 늘 배경에 머물렀다. 눈에 띄지 않게, 말없이, 그러나 한 번도 자리를 비운 적 없이.

국립수목원의 식물자원 정보는 식물을 정의한 뒤 곧바로 ‘기원’을 이야기한다.


식물이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묻는 일은, 식물을 단순한 장식이나 재료가 아니라 지구 생명의 역사 속에 놓기 위함이다. 식물은 바다에서 시작해 육지로 올라왔고, 이끼와 양치식물을 지나 마침내 꽃을 피우는 존재가 되었다. 이 긴 시간 속에서 식물은 서두르지 않았고, 대신 환경에 자신을 맞추며 살아남았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자생식물, 외래식물, 품종이라는 말도 모두 이 정의 위에서 의미를 얻는다. 식물이 먼저 무엇인지 이해하지 않으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떻게 불리게 되었는지는 공중에 떠 있는 말이 된다. 이름은 시대와 장소를 따라 바뀌지만, 식물이라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뿌리를 내리고, 빛을 받아들이며, 그 자리를 지켜내는 일. 그것이 식물의 방식이다.


꽃을 좋아한다는 말은 어쩌면 식물을 좋아한다는 말보다 훨씬 쉬운 고백일지 모른다. 꽃은 화려하고, 계절을 알려 주며, 감정을 건드린다. 그러나 꽃 이전에 식물이 있었다. 그리고 꽃이 진 뒤에도 식물은 남는다. 오늘의 이 글은 그래서 화려하지 않다. 대신 앞으로 이어질 모든 꽃 이야기가 다시 돌아와야 할 자리로 우리를 데려온다.


식물은 움직이지 않음으로써 세상을 지탱해 온 생명이다. 그리고 인간은, 그 곁에서 살아온 존재다.


말미 요약
· 식물은 스스로 양분을 만들어 살아가는 가장 오래된 생명이다
· 식물은 배경이 아니라, 생명의 토대다
· 모든 꽃 이야기는 ‘식물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https://youtu.be/wr1XmvKhgzA?si=8cTFo0WrI60gslr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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