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의 꽃 이야기
겨울의 공기는 언제나 소리를 낮춥니다. 나무들은 잎을 떨구고, 도시의 색은 점점 무채로 기울어갑니다. 그래서인지 겨울에 들어선 식물원의 온실은 늘 작은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지난 일요일, 서울식물원 지중해관에 들어섰을 때도 그랬습니다.
유리 너머의 회색빛 세상과 달리, 그 안에는 포인세티아의 색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붉음은 불꽃처럼, 분홍은 설탕을 뿌린 듯 부드럽게,
흰빛은 눈처럼 포근하게, 연두는 막 돋아난 잎처럼 싱그럽게 펼쳐져 있었습니다.
같은 포인세티아라는 이름 아래 이렇게 다양한 표정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흔히 크리스마스 장식 곁에 놓인 붉은 화분 정도로 이 식물을 기억하지만, 이곳에서 만난 포인세티아는 그보다 훨씬 깊고 넓은 세계를 품고 있었습니다.
특히 장미처럼 둥글게 모여 피어난 볼타입 포인세티아 앞에서는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추게 되었습니다. 꽃이 아니라 잎이 만들어낸 이 풍성한 형태는, 식물이 지닌 조형적 아름다움을 다시 보게 합니다. 가운데 작게 모여 있는 노란 꽃은 마치 색의 중심처럼 조용히 빛나고, 그 주변을 감싸는 포엽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을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이번 전시가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 이유는 국내에서 개발된 포인세티아 품종들을 함께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수입 품종에 익숙해진 눈으로 바라보는 국산 포인세티아는, 어쩐지 더 가까운 언어로 말을 걸어오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색도, 형태도, 생육의 리듬도 우리 계절에 맞춰 다듬어진 이 식물들은 겨울의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었습니다.
전시장 곳곳에 놓인 QR코드 투표판을 보며 관람객들의 고민이 이해되었습니다.
어느 하나를 고르기 어려울 만큼, 포인세티아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아름다웠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것도, 고요한 것도, 따뜻한 것도 모두 겨울이라는 계절 속에서 제 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온실을 나서며 다시 겨울 바람 속으로 들어갈 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인세티아는 겨울을 견디는 꽃이 아니라, 겨울을 환하게 밝히는 식물이라는 것을요. 이번 계절이 지나기 전, 이 색의 숲을 한 번쯤 직접 걸어보시기를 조용히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https://youtu.be/mYV1QRXrkQM?si=UeCFQuoY4ZHm8kj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