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87일 차, 20200612
어릴 때부터 진실된 마음이 아닌 누군가가 좋아할 만한 마음을 표현해 온 한 남자.
기가 막히게 매력적이어서 진실이든 아니든 그 남자의 말과 행동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소설 인간실격에 나오는 인물의 이야기다.
본인 감정을 인지하면서도 지독하도록 자연스럽게 그 표현을 숨기며, 마치 드러내는 그 감정이 진실인 것처럼 행동하는 그 남자의 마음은
어떤 사람이 알 수 있을까.
그 감정이 거짓인지 아무도 모르게 자연스럽다면.
자연스러움이라는 단어는 나와 한참 먼 단어다.
운동신경도 뒤쳐져서 모든 몸의 움직임에 부자연스럽고
자세가 안 좋아서 앉는 자세나 걸음걸이도 부자연스럽고
말을 할 때도 이런 말을 해야 하나 저런 말을 해야 하나 한참을 고민한 후에 드라마 대사 내뱉듯이 어색한 말을 읊조린다.
더욱이, 입 옆에 있는 근육은 얼굴을 움직일 때마다 어색하게 반응하여 어떤 표정도 진심을 담아내기 어렵다.
반면 한없이 자연스러운 사람들도 있다. 움직이는 모습에서부터 걸음걸이, 앉은 자세 말과 행동 웃음까지.
나도 그런 사람들처럼 자연스럽게 보이고 싶어서 중학생 이후 나의 기준에 맞추어 연습을 해왔지만
20년이 채 안 되는 시간이 흘러오기까지 변화가 없다.
나는 아직도 내 모습을 모른다.
거울에 비치는 내가 나의 모습인지, 사진에 찍힌 내가 나의 모습인지, 동영상에 담기는 내가 나의 모습인지.
어떤 표정이 나다운 표정이고 어떤 말과 행동이 나다운 것인지. 진짜 내가 누군지 아직도 모른다.
굳이 알아야 하는 것인가 나의 모습.
진실된 마음을 숨기고 보기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던 나의 삶의 단면은
나조차 나의 진실된 모습을 잃어가는지도 모른 채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되고 있었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