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98일 차, 20200623
2년 만이다. 햇빛을 쬐러 공원 들판에 들어 누운 지.
바쁨으로 힘겹게 지냈던 2019년 여름. 한량이처럼 보냈던 2018년 여름.
그 2018년 여름에는 자주 오후 여름 햇살을 받으며 몸을 태우고 마음도 태우고 감정도 태우고, 햇빛 아래 부정적인 감정을 다 태워버리길 그리고 새로운 희망이 마음속에서부터 피어나길 간절히 바라면서 이따금씩 나 자신조차 햇빛에 증발되어 사라지길 바라기도 했다.
남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여유롭고 편해 보였던 그 해 여름. 2년이 지나가는 지금 되돌이켜봐도 불쌍할 만큼 위태위태한 걸음을 매일 내딛고 있었다.
서쪽을 향해 펼쳐있는 호숫가 근처 공원의 잔디밭은 오리 똥으로 흙과 잔디가 잔뜩 뒤덮여 있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위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지나다니는 오리들 그리고 그들이 남겨놓은 똥과 털들을 교묘하게 피하여 독일인이 된 것 마냥 아무렇지 않게 스카프를 피고 자리를 잡는다.
어림잡아 200명 정도는 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서 또 아무렇지 않고 옷을 훌러덩훌러덩 벗는다.
예전 서울의 양재 시민의 숲에서 웃통을 벗고 자전거를 타다가 공무원에게 발견되어 지적을 받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면 모두에게 경고장을 보내고 싶어 할까.
똥 사이사이로 교묘하게 피해서 자리를 잡고 나면 쏟아지는 햇살을 온몸으로 받아들인다.
따뜻하다. 햇살이 참으로 따뜻하다.
온몸으로 눈물을 흘린다. 햇살을 받으면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나는 것이다.
피부 속까지 햇살이 파고들어 오래 묵은 안 좋은 것들을 내 몸에서 다 소독시켜 주길 바란다.
햇살이라면 그런 힘이 있으니까. 햇살은 정하게 하는 힘이 있을 테니까.
이제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2018년 햇살 가득 받던 그 시기와 다르게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햇살을 받아 피부를 태우는 내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제는 그 여름과는 다르다.
희망을 향해 조금씩 나아가는 하루. 비록 의지가 약해서 뜻한 바는 다 이루지 못하고 있지만 마음속에 자리한 작은 소망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는다.
빛으로 달궈진 내 몸을 이끌고 집으로 향한다. 새로운 에너지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