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일간의 코로나 일기 84일 차, 20200609
예전에 본 책이나 방송 내용에 따르면 사람이 습관을 형성하는 데는 최소 66일이 필요하다고 한다.
66일 동안 일정한 패턴을 유지하면 습관으로 굳혀지고 그 이후에는 그 행위를 처음처럼 어렵지 않게 일상에 실천해 나갈 수 있다고 한다.
66일, 간교한 숫자다. 간교한 설명이다.
일기를 써온 지 어언 84일이 다 되었고,
코로나 바이러스로 출근을 못하는 것은 100일이 가까워진다.
66일을 넘긴 날들이지만, 일기를 쓰는 일도, 재택근무를 하는 일도 매일 나를 붙들고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게으름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가기 일쑤다.
어제는 정말 우연히 예전에 하던 핸드폰 게임을 열었다.
한 때 매일 하며 밤을 새우고 현질도 하고…
그렇게 한 해의 여름을 홀딱 보낸 적이 있다.
66일은 훨씬 넘었을까 그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나날들이.
게임을 안 한 지 한참이 지난 후 오랜만에 시작한 게임은
언제 게임을 쉬기라고 했냐는 듯 나를 홀연히 게임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분명 게임 말고 다른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습관이 들여졌을 테인데 말이다.
다시 한번 인간 의지의 나약함 그리고 다짐의 허무함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아무리 이렇게 해야지 저렇게 해야지 다짐한들
너무나도 하찮은 무언가로 손쉽게 무너져버리는 모래성처럼 스르륵 소리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채우는 것은 언제 무슨 공력을 쌓았냐는 듯 비웃는 세상의 파도 소리만
찰싹 찰싹 찰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