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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토아부지 Dec 27. 2023

쉬어가는 페이지-올해 내가 한 갑질의 순간3

[영화감]

※이번주 개봉하는 영화가 극히 적습니다.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와 '도티와 영원의 탑'이란 걸출한 영화가 있긴 한데, 꼭 가라거나, 가지말라고 하고 싶진 않더군요. (개인적으로 오퍼스는 다큐멘터리 대상의 후광으로 보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류이치 사카모토란 사람이나 그의 음악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굳이 100분을...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영화 추천 대신 다소 사적인 기록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기자가 뭐 대수라고 이런 기회가 주어졌을까. 혹은 이런 대접 아닌 대접을 받을까에 대한 고민을 가볍게 풀었어요. 


2011년 부산영화제 때 찻퐁이형한테 받은 사인. 뒤에 비치는 이름은 누구게. 


갑질이란 유리한 지위를 이용해 상대방을 강제로 자신에게 따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자라는 신분 덕분에 무언가를 했다면 그게 다 갑질 아닌가. 올 한 해 기자라는 이유로 일상에선 만나기 힘든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것을 체험할 수 있었다.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21세기 최고의 시네아스트 중 한 명이자 칸 국제영화제 단골 손님. 20년 전쯤엔 이 태국 감독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지에 따라 시네필 여부를 판가름하는 믿거나 말거나 한 기준이 있었다. 


지난 7월, 9월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아피찻퐁의 작품을 상영하고, 그가 내한한다는 소식에 설렜다. 미술 출입이 아닌지라 현대미술관엔 아는 연락처가 없었다. 홈페이지 대표 번호로 수소문한 끝에 간담회에 동참할 수 있었다. 아피찻퐁 감독은 자신에게 영화란 "외부를 막아주는 방패인데, 점점 방패가 투명해지고 있다"며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피사체와 관객이 구별되지 않는 그의 영화처럼, 그는 영화와 하나가 되고 있는 걸까.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수줍게 사인받은 지 12년 만에 그와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1/0002585652?sid=103


영화를 좋아했던 대학원생에서 영화 담당 기자로 10년 만에 부산영화제를 다시 방문했다. 10월 4일 개막부터 5일간 부산에 머물며 영화를 보고, 영화인들도 만날 수 있었다. 기자가 되니 프레스 배지란 걸 받았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인 일반 예매에 비해 좀 더 예매하기가 쉬웠다. 대체로 예매에 성공했고, 그래서 실패한 불특정 다수에게 미안했다. 


하루에 3~4편 정도 봤는데, 특히 알렉산더 페인의 ‘바튼 아카데미’를 7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본 경험은 기억해두고 싶다. 모두가 ‘시네마천국’의 일원이 된 양 함께 웃고 울고 박수쳤다. 수많은 관객은 여전히 좋은 영화를 찾아 헤매고, 관객이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그 영화는 완성된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21&aid=0002598340


인터뷰는 기자로서 의무방어전일 때가 많지만, 한 번씩 특권이 되기도 한다. 박종호 풍월당 대표와의 12월 8일자 M인터뷰가 그랬다. 품위가 사라진 시대에 꼭 필요한 귀한 말을 전하게 돼 기뻤다. 기사 일부를 발췌해 옮긴다. 


풍월당은 서울 압구정 로데오 거리에 20년간 그 공간을 지킨 클래식 음반 가게이다. 음반을 팔고, 책을 팔며, 강의를 하는 이곳은 ‘공들인 음악’을 듣기 위한 사람들이 모이는 사랑방이자, 절박한 마음으로 문화와 인간다움의 가치를 사수하는 방둑이다. 정신과 전문의 출신인 박 대표는 20년간 수십 권의 책을 쓴 작가이자, 수많은 사람에게 예술과 삶의 본질을 일깨우는 길잡이 노릇을 해왔다. 박 대표는 "최소한 풍월당에서만큼은 밖에서 통용되는 자본주의란 잣대가 아닌, 정신적 가치를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문학에서 베스트셀러란 말은 얼마나 웃기는 이야기냐"는 일갈이 실은 가장 통쾌했다. 이전까지 에세이가 무슨 글이냐, 문학으로 가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이 분 에세이 읽고 에세이의 매력에 빠지게 됐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1/0002609643?sid=103


정답은 봉준호 감독. 만나면 말해줘야지. 나한테 고백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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