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토아부지 Jan 17. 2024

지긋지긋한 공매도 세력을 무찌르다…‘덤 머니’

[영화감]

   

공매도 세력을 무찌르고 싶다.

주식에 투자하는 일반인, 소위 개미투자자라면 한 번쯤(혹은 매일) 꿔볼 법한 꿈이죠.


17일 개봉한 영화 ‘덤 머니’에선 이 꿈이 실현됩니다. 영화는 개미들이 수조 원을 휘두르는 월스트리트 헤지펀드사를 파산에 이르게 한 ‘게임스탑’ 주가 폭등 사태를 영화화했습니다. ‘덤 머니(dumb money)’란 월스트리트에서 개인 투자자들을 얕잡아 부르는 말입니다. 어리석은 투자자들이 허공에 뿌린 돈은 먹는 사람이 임자란 부자들의 심보가 반영돼 있죠.


개미투자자들의 취약점은 돈이 별로 없다는 거죠. 한정된 자원을 굴리는 탓에 매도와 매수가 자유롭지 않습니다. 평소보다 내리면 ‘두근두근’ 사야 할 것 같고, 조금 오르면 ‘콩닥콩닥’ 팔아야 할 것 같죠. 이러다보니 매도와 매수 타이밍이 매번 어긋납니다. 한마디로 갈팡질팡하는 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공매도란 최악의 적이 있죠. 올라가는 길이 꽉 눌린 탓에 좀처럼 주식이 오르지 않습니다.


‘포효하는 냥’으로 주식 혁명을 이끌며 공매도 세력을 격퇴한 키스 길(폴 다노) 선생님.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그런데 곳곳에 산재된 개미투자자들이 ‘게임스탑’ 주식으로 ‘연대’하게 됩니다. 이들을 한 데 묶은 구심점은 키스 길(폴 다노)이란 삼류 애널리스트. ‘포효하는 냥’이란 이름으로 주식 관련 유튜브를 하고,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서도 주식 투자 관련 글을 올리는 소시민이죠.


길이 ‘게임스탑’에 투자하는 이유는 단순하지만 명쾌합니다. 공매도 세력 때문에 주식이 바닥인 이 회사의 가치가 분명 그보다 높다는 믿음이 있었죠. 그는 심기일전하고, 유튜브와 레딧에 게임스탑 관련 주가 분석을 계속 올립니다. 주가는 3달러에서 10달러로 오릅니다.


게임스탑의 반등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투자하면서 게임스탑 주식은 폭등하기 시작합니다. 10달러쯤이야 무시했던 공매도 세력들도 사태가 심상치 않아지자 공매도 규모를 키우며 대응합니다. 이에 길은 전 재산 5만3000달러를 투입하고, 매일 자신의 계좌를 대중에게 공개합니다. ‘나 아직 안 팔았다’란 메시지죠. "난 이 주식을 믿어요"란 길의 말이 손만 대면 꼴아박는 똥손인 제게 용기를 줍니다.


세스 로건 잘나가는 척은 꼴보기 싫어서 못 참지.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공매도 세력과 개미 군단의 ‘전쟁’은 개미 군단의 승리로 끝납니다. 하루 동안 30~200달러를 오가던 주가는 200달러를 넘었고, 공매도 원흉 멜빈 캐피털은 파산합니다. ‘게임스탑’ 사태는 ‘혁명’을 방불케 한 초유의 사건이었고, 청문회까지 진행됐습니다.


이 영화의 강점은 매력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거죠. ‘기울어진 운동장’인 주식시장에서 늘 약자, 피해자, 어리석은 자 역이었던 개미투자자들이 ‘혁명’을 일으키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즐겁습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 답게 시작부터 ‘실화를 바탕으로 함’이란 자막을 당당히 달고 나옵니다. 아울러 당시 개미투자자들에게 물먹은 헤지펀드사와 CEO의 실명이 그대로 나오죠. 미국인들의 풍자는 시원시원한 맛이 있습니다.


내 주식도 이렇게 올랐으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특히 초반 몰입감이 좋은데요. 가족 부양을 고민하고, 학자금 대출을 고민하며, 생계를 걱정하는 개미투자자들과 고급 주택을 개조하고, 골프를 즐기며, 파티를 여는 공매도 세력을 극명하게 대비시킵니다. 연기 장인 폴 다노는 어딘지 지질하지만, 심지 굳은 키스 길로 열연합니다. 세스 로건, 피트 데이비슨 등 할리우드의 재치남들이 더러 등장합니다.


반대로 후반으로 갈수록 긴장감이 느슨해집니다. 공매도 세력의 "이래도 주식 안 팔고 버틸 거야?"와 개미투자자들이 "그래도 주식 지키겠어"의 반복인데, 단편적이라 ‘수박 겉핥기’식이란 느낌이 듭니다. 좀 더 정교하게 인물들의 심리나 사회적 처지를 드러냈다면, 마지막 통쾌함도 훨씬 컸을 거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빅쇼트’의 힙한 버전 같기도 한데, 깊이감은 떨어지지만 그만큼 편하게 볼 만 합니다.



<제 결론은요> ‘안 감’ (OTT ○ / 극장 △) 

실화의 힘과 '약간'의 위트가 주는 재미. 


※온라인 기사를 재구성했습니다. 포효하는 냥이의 심정으로 제가 쓴 (몇몇) 글의 가치를 믿어요.

https://n.news.naver.com/article/021/0002616513


이전 06화 신나게 찍고 울면서 편집했다…<외계+인 2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