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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영화감 13화

[영화감] 오컬트? 좀비물? 아니야 신토불이야~<파묘>

우리 땅엔 우리 귀신 ㅜ

by 테토아부지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22일 개봉)는 같은 자리에 있던 묘를 두 번 파냅니다. 처음 파낼 때는 장 감독의 특기인 오컬트 장르의 전형적인 경로를 밟아나갑니다. 서늘하고 신비로운 호러를 원했던 관객의 기대가 충족됩니다.


그런데 두 번째 파냈을 땐 영화는 미스터리 오컬트라기보단 집념의 추적극이자 질척이는 좀비물에 가까워집니다. 조금씩 산으로 가는 이야기에 어안이 벙벙하지만, 날것이 주는 두려움과 독특한 유머, 배우들의 인상적인 연기는 관객을 쉽게 놓아주지 않습니다.


common - 2024-02-20T172030.051.jpg 김고은 무당되면 어떡해ㅜ 쇼박스 제공


줄거리 들어갑니다.

영을 느끼는 무당 화림(김고은)과 그를 따르는 봉길(이도현), 그리고 땅의 기운을 읽는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은 절대 묫자리로 써선 안 됐던 ‘악지 중의 악지’에 묻힌 묘와 맞닥뜨립니다. 이들은 미국에 사는 그냥 굉장한 부자에게 거액의 의뢰를 받고 관을 이장해야 하는데, 사고로 관에서 잠자던 조상 귀신이 나오고 말죠. 천신만고 끝에 사태를 수습하지만, 그 땅 아래엔 그보다 더 ‘험한 것’이 있었습니다.


조상 귀신의 저주를 풀기까지 초반 1시간은 초자연적인 현상을 통해 긴장감을 팽팽하게 이어가는 오컬트 장르의 정석처럼 느껴집니다. 시종일관 음산하고,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죠. 점프 스케어로 깜짝 놀라게 하기 등 전형적인 공포 수법이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 자주는 아니지만 더 효과적으로 쓰였어요.


common.jpg 악지는 땅 색부터 다르더라. 최민식은 맛도 보더라. 촬영팀이 그래도 좀 맛있게 만들어줬대. 쇼박스 제공


그런데 묫자리에 다른 것이 묻혀 있었음을 발견한 이후 영화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나의 영화가 아니라 두 개의 영화가 느슨하게 연결된 것 같다는 느낌을 줄 정도에요. 개인적으론 그 귀신들린 인부를 만나기 전까진 인물들만 그대로인 시즌제 드라마인 줄 알았어요.


굿판이 수차례 이어지고, 묫자리를 파내고 또 파냅니다.("아 왜 또 파" 란 말이 절로 나와요.) 영화엔 한국 귀신도 나오고, 일본 귀신도 나옵니다.(※괄호 안 스포일러 주의. 일제 시대까진 오케이. 그런데 임진왜란 때 싸우고 세키하가라 전투에서 죽은 다이묘인가 쇼군인가까지 나올 줄이야. 아니 일본 여우놈이 묻었을 줄이야.) 조상 귀신도 있고, 생판 남인 귀신도 나와요.


이 과정에서 상덕의 대사처럼 ‘우리 땅’ 한반도가 겪은 과거사도 언급됩니다. 장 감독은 “과거를 돌이켜보면 우리 땅엔 상처가 많았다. 그걸 좀 파묘하고 싶었다”며 “이게 영화의 중심이지만,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녹이면서 무엇보다 재미있는 영화로 만들고 싶은 욕망이 들끓었다”고 말했어요. (도드라져요 감독님)


common - 2024-02-21T095936.313.jpg 김고은 일본어 잘함. 오네가이시마스 발음 좋음 ㅜ 쇼박스 제공


전반부가 관객이 장 감독에게 기대하는 바였다면, 후반부는 장 감독이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은 바에요. 대중이 원하는대로 무속신앙 버무린 매끈한 오컬트를 만들 수 있었지만, 열정 혹은 욕망으로 밀어붙인 후반부는 흥미롭습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야기의 정교함은 떨어지지만, 저력은 배가 돼요. “좀 더 직관적이고 체험적인, 화끈한 육체파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20일 시사회에서 밝힌 장 감독의 말대로입니다.


귀신을 연출하는 방식 역시 전반부와 후반부가 다릅니다. 유리창에 비친 모습 등 귀신이 간접적으로 보였던 전반부와 달리 후반부 귀신은 전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인물들을 직접 공격합니다. (고은 누나 왈 "우리랑 달리 쟤넨 닥치는대로 죽여")


귀신이라기보단 좀비나 괴수와 유사합니다. 오컬트 장르와는 또 다른 영화적 쾌감이 분명 있지만, 귀신은 보이기 직전이 가장 무서운 것 아닌가 하는 의문도 들긴 해요. 후반부 귀신이 워낙 오픈마인드라 절제하며 긴장감을 쌓아가던 초반에 비해 덜 무섭습니다.


common - 2024-02-21T095925.183.jpg 여기 긴장감 좋음. 이도현 팔에 저거 부적임 ㅜ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등 동나이 대에서 연기력 최고인 배우들이 투혼에 가까운 열연을 펼쳤습니다. 특히 신들린 듯 굿판을 벌이는 김고은과 이도현의 연기는 발군입니다.('더 글로리' 안 본 사람으로서 이도현 연기에 놀랐어요.)



배우들의 호연은 현장에서 실제로 불을 내고, 커다란 나무를 만들어 몰입감을 높인 장 감독의 실사 우선 연출 방식에 힘입은 바가 큽니다. 장 감독은 “컴퓨터그래픽(CG)을 써서 어떤 가상의 상황을 연기하는 것보다 배우가 실제로 깜짝 놀랄 때 그 한순간의 연기를 담고 싶었다”며 “‘파묘’ 같은 영화는 CG에 의존하다 보면 계속 의존하게 돼 땅이 발에서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감독 말대로 날것의 두려움과 찝찝함, 그리고 갑분 결혼식 하객 풍경이 공존하는 영화 '파묘' 입니다.


common - 2024-02-21T095955.071.jpg 뭐만 하면 케이오컬트, 케이파묘어벤져스 이러는데 지양 바람 ㅜ 역사크리쳐물이란 말도 민망함. 학계에 등재된 장르만 통용바람 ㅜ


<제 결론은요> '감'(50%) - 후반부 때문에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그 후반부를 각자 느끼고 판단하는 걸 추천.)

영을 느끼는 무당과 땅을 읽는 풍수사의 특식같은 신토불이 로망스.


안지루함 ★★★★

안유치함 ★★

균형감 ★

특이함 ★★★★

종합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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