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
데드풀 : 내가 구세주(메시아)구나. 내가 마블 예수야.
울버린 : 주둥이 좀 다물어.
아무리 망가져도 죽지 않는 ‘데드풀’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마블을 구원할 수 있을까. 24일 개봉한 영화 ‘데드풀과 울버린’(감독 숀 레비)은 데드풀의 매운맛 구강 액션과 노란 코스튬을 입고 가면을 쓴 울버린이 클로를 휘두르는 근육질 액션이 넘치도록 나온다. 귀여운 수다와 잔인한 액션이 쉴새 없이 이어지며 끝내 엑스맨을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에 성공적으로 불러들인다. 데드풀은 구원자까진 아니어도 최소한 희망의 징검다리 정도는 된다. 데드풀 보러 간 관객들이 엑스맨을 품고 나올 영화다.
시작부터 도발적이다. 데드풀(라이언 레이놀즈)이 대뜸 묘를 파내며 울버린을 찾는다. 영화 ‘로건’에서 최후를 맞이한 그 울버린이다. 이어지는 데드풀의 독백. “‘로건’의 숭고한 죽음을 더럽히진 않을까 궁금하겠지? 당연히 더럽힐 거야.” 데드풀은 시체가 된 울버린의 뼈들로 몰려드는 적들을 작살낸다. 엔싱크의 ‘Bye Bye Bye’에 맞춰 춤을 추면서. 스크린엔 울버린의 뼈와 두개골이 날아다닌다. <좋든 싫든 이 시대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데드풀이 울버린을 찾는 이유는 자신의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마블 영화의 아픈 손가락 같은 멀티버스(평행우주) 설정이 등장한다. 시간관리국(TVA)에 따르면, 데드풀이 사는 세계의 ‘주축 인물’인 울버린(‘로건’의 울버린)이 죽으면서 그 세계는 종말을 맞게 됐다. 그리고 TVA는 데드풀에게 지금 속한 세계를 버리고 새로운 세계에서 어벤저스 합류를 권한다. 데드풀은 선택의 기로에 직면한다. 자신의 세계를 버리고 평생의 꿈이었던 어벤저스가 될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세계와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것인지.
당연하게도 데드풀은 자신의 세계를 구하는 쪽을 선택한다. 로건이 죽어서 세계가 종말을 맞으니 다른 세계의 로건을 데려와서 대체하려는 게 그의 계획. 평행세계를 돌아다니며 키가 너무 작은 울버린, 십자가에 매달린 울버린, 헨리 카빌이 연기한 울버린 등 각종 울버린에게 퇴짜를 맞은 데드풀은 자신의 세계에서 버림받은 ‘최악의 울버린’(휴 잭맨)을 만나게 된다. <카빌버린...슈퍼맨의 울버린 연기는 DC와 마블의 조우ㅜ>
‘제4의 벽’(현실 세계와 극 중 세계를 구분하는 가상의 벽)을 깨뜨리는 데드풀의 자학성 농담은 거침없다. ‘데드풀’과 ‘엑스맨’의 제작사였던 20세기폭스가 디즈니에 인수된 상황에 대한 언급이 많다. 어벤저스 합류를 제안받은 데드풀이 갑자기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고 “폭스 꺼져. 나는 디즈니로 간다”고 말하거나, 수많은 데드풀 군단을 보며 “멀티버스는 그만해. 실패를 했으면 고쳐야지”라고 말하는 장면이 대표적 폭소 유발 장면이다.
데드풀 시리즈 특유의 유혈이 낭자한 액션도 살아 있다. 데드풀과 울버린 모두 신체 회복 능력자인 만큼 이들은 상대방에게 열 받을 때마다 서로를 썰고 베며 마음껏 난도질해댄다. <농담도, 썰기도 지나치다 싶긴 해>
데드풀과 울버린은 TVA를 통해 ‘보이드’로 가게 된다. 각 평행세계에서 쓸모없는 존재가 가게 되는 일종의 쓰레기장 같은 곳이다. 흡사 마블이 폐기 처분한 낙오자 집합소처럼 보인다. 사실 어벤저스에 합류하지 못하고 좌절감을 지닌 채, 사랑하는 여인과도 헤어진 데드풀 자체가 마블 세계관에서 가장 낙오자에 가까운 캐릭터다. 울버린도 동료들의 요청을 저버린 채 술독에 빠져 있는 ‘최악의 울버린’.
이미 ‘보이드’에 살고 있던 판타스틱4의 조니(크리스 에번스), ‘엘렉트라’(제니퍼 가너),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 ‘갬빗’(채닝 테이텀) 역시 영화가 망했거나, 제작되지 못했거나, 마블의 간택을 받지 못한 비운의 캐릭터들이다. 결국 영화는 자신의 세계에서 ‘뭣도 아닌’ 낙오자들이 힘을 합쳐 세계를 구하는 얘기다. <깜짝 출연은 놀랍지만, 낙오자 갱생기는 가오갤에서 했던 것>
영화 곳곳에 ‘엑스맨’에 대한 헌사가 흐른다. ‘로건’에서 울버린이 구해줬던 꼬마 X-23(다프네 킨)이 출연하고, 엔딩 크레디트엔 원조 ‘엑스맨’ 메이킹 필름이 흐른다. 휴 잭맨의 무려 25년 전 모습과 함께 리부트 시리즈 주인공인 제임스 맥어보이와 마이클 패스빈더도 모습을 비춘다. 원조 시리즈 찰스 자비에 패트릭 스튜어트랑 매그니토 이안 맥켈런 옹도 당연히 나온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MCU의 중심축이 엑스맨으로 이동할 것이란 예상이 자연스레 든다. <아픈 손가락 멀티버스는 집어치우고 이제 뮤턴트 사가로>
<제 점수는요> '감'(60%)
순수재미 4.0
영상미학 있을리가
참신함 2.0
자학성농담 4.0
올드팬향수 4.0
종합점수 3.5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021/000265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