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영광이 현대까지, 경이로운 건축물들과 함께 걷는 로마 여행 2일차
Rome wasn't built in a day
비가 오기 시작했다. 날이 더운데 습도도 크게 올라갔다.
어제 함께 술마신 동행인과 함께 로마로 향했다. 일단 날씨 요정과 경쟁부터 해야겠다.
먼저 트레비 분수로 향했다. 사람들이 굉장히 밀집되다보니 소매치기에 조심해야되는 것이 필수이다.
대놓고 귀중품을 빼가는 사례도 발견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인구로 관광지 구경을 할 수 있는게 어려우니 일찍 다녀오는게 마음 편하다.
학교 후배를 닮은 이 분의 인상이 아주 면접 프리패스 상이었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 인사드립니다. 지금은 군인이신 Mr.big mountain씨
이번 로마 여행에서 트레비 분수를 5번정도 다녀왔다. 소원을 그 정도나 빌었다니...
아무튼 후딱 사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정말 내 소원 이루어줄까?
나에 대한 것도 빌지만, 가족들 생각이 나서 가족들만 빌게 되었다. 박사는 내가 따야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학위를 달라고 빌어도 신이 대답한다면 알아서 하라고 할 것 같다.
중간에 이태리 마트에서 비를 피하려고 쉬다가다시피 했는데, 그냥 비 맞고 시원해지는게 좋아서 나만 워터밤 체험을 했다. 같이 온 동행인은 우산 사러 갔다가 바로 시티투어로 직행하셨다.
그 유명한 판테온(Pantheon) 신전이다.
모든 신을 위한다는 뜻을 가진 이 건물은 가톨릭 종교로부터 활용되어 7세기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로마에 있던 건축구조물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어린이들 블록 쌓기 놀이에 나올 것 같은 이 신전 뒷부분은 원통형인데, 여기 내부 천장에는 구멍이 나 있다.
건축 구조가 내부의 대류가 상승기류를 타기 때문에, 비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한다. 동력 없이 이론 구조상인의 이야기인 것 같다. 그래서 직접 가보니까 사진 찍는 내내 머리에 물 맞고 건물 특정 스팟이 아주 비가 잘 떨어져 물이 흥건했었다.
아무래도 오랜 시간이 지나며 상승기류에 필요한 이론 수치가 변형된 것 같다. 판테온에 입장료는 없었다.
입장하기 전에 커피부터 한잔 마시고 들어가기로 했다.
판테온 근처에 타짜도르라는 카페가 있다. 워낙 유명해서 줄을 서고 기다리고 마셔야 되는 타임이 있다.
내 인생 32년, 머리털 나고 먹어본 커피 중에 다섯손가락 안에 들어간다. 커피가 이렇게 고소한 맛이 날 수 있다니 분명 커피만 넣은게 아닌 것 같다. 여기는 7번 정도 온 것 같다.
여기는 앉아서 먹는 곳이 아니었다. 카운터에서 계산부터 한 뒤, 영수증을 들고 직접 바리스타 앞에 가서 알려줘야한다. 이 두 입거리도 안되는 커피에 고농축의 카페인이 함유되어있는 것 같기 보다는 그냥 양이 적은 것 같다.
건물과 사진 구도가 뭔가 좀 안 맞는다. 사진으로 봐서 저렇지 실제로 보면 신전이 굉장히 크다.
이 때 기억으로는 한국분께서 정말 열심히 사진을 찍어주셨던 걸로 기억한다.
영어로 다가가니까 외국인으로 오해하셨었는데, 내가봐도 내가 중국인처럼 보이긴 하다.
몇 톤일까? 정교하게 쌓아 올린 뒤 붙이려면 어떻게 설계를 해야하는건가 싶다
로마 제국 공학 기술의 정점이라 불리는 이 건축물은 훗날 현대까지도 수 많은 영감을 주게된다. 미켈란젤로가 이걸 보고 천사의 설계라며 극찬 했다고 한다.
건축학과 학생들은 어떻게 만드는지 알겠지?
수십 세기나 걸쳐 유지되는 건축 재료 또한 주목 받아진다. 베이지식 돌덩이, 바로 콘크리트이다. 이 건축물은 놀랍게도 철골재료가 들어가지 않고 건축되었음에도 굉장히 높은 하중을 버티는 구조로 설계되어 유지됨을 보여주는데, 현대 사회 처럼 발달된 문명에서는 콘크리트 + 철골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콘크리트같은 세라믹 재료들은 한번 균열이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오기 때문에, 철근 사용이 필수이다. 콘크리트 강도의 100배의 인장강도를 가진 철근 기둥들을 콘크리트 사이 사이에 배지해 놓으면 상승된 단면적 덕분에 물리적인 하중이 분산되어진다.
사람 몸에 뼈가 없다면 메타몽과 같이 흐물한 물복, 생각하는 슬라임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물리적 강도와 하중을 조절해주는 복합 구조에는 철골 구조가 필수적이다.
갑자기 복합재료 수업 시간이 되었는데, 이 콘크리트라는 물질이 굉장히 신기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향토와 지푸라기, 나무로만 이용한 집을 짓거나 동굴에서 살던 인류의 문명이 갑작스럽게 퀀텀 점프하게 된 재료이기도 하다.
콘크리트가 신의 물질로 이야기 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수명과 단단함인데, 무엇보다 철근과 완벽한 케미로 함께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철근은 부식되기가 쉬운데, 콘크리트가 계속해서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며 단단해질 뿐만 아니라, 열팽창 계수도 소름 돋게 일치한다.
건축물도 사람과 함께 덥고 춥고 계절을 겪는다. 그 때마다 열에 의해 팽창되며 수축하는 것을 반복하다보면 사이의 틈이 발생하여 곧바로 생명으로 직결되는 황천길의 씨앗이 될 수 있다. 그렇다. 이 모든 노력들은 사람이 죽거나 다치기 때문에 발전해 온 것이다.
아무튼 인류가 콘크리트를 대체할 때 즈음에는 또 다시 한 단계 위로 나아가는 문명을 살아갈 것 같다.
여기 건물 높이가 약 30m라고 한다.
저 돔의 구멍 이름은 오쿨루스(Oculus)라고 한다. 신에게 제물을 태워 하늘에 있는 신에게 연기를 닿게 하고, 저 구멍 만이 햇빛이 들어와 마치 하늘에서 신이 지켜보는 듯한 역할이라고 한다. 그런데 저 구멍이 있기 때문에 주변 돌들과 힘의 균형을 이룬다고 한다. 내 짧은 건축 지식으로는 잘 모르겠는데, 보통 이글루 지을 때 맨 위에 구멍을 막아놔야 건축물이 유지 되지 않나
그런데 찾아보니 신전 내부에 불을 떼면 열에 의해 상승기류가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에서 비나, 눈과 같은 이물질들이 들어올 수 없다고 한다.
내부에 여러 신들의 조각상들이 일정한 비율로 배치되어 있다.
건축물이 너무 웅장해서 카메라 안에 다 담을 수 없었다.
이걸 설계한 사람의 머리 속은 대체 어떻게 된 걸까
왜 유럽에는 이렇게 천재가 많은 것인가
잡생각만 많아진다.
로마에 볼 것이 많다는데, 개인적으로 미술작품이나 건축물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만 여기는 여행 내내 감탄만 한 것 같다.
로마에 워낙 성당들이 많고, 죄다 똑같은 건축물로 보이기 때문에 어딜 가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벌써 시작부터 10km를 걸어서 그런가, 로마 패스가 아까워진다. 잠깐 숨 좀 돌리고 싶어서 우연히 아무 곳이나 들르게 된 성당이 있었는데, 천장 벽화가 아주 기가 막힌다.
저거 도대체 어떻게 그렸지? 사다리가 그렇게 높은게 있었던건가 아니면 이미 그려놓고 위에 붙인건가
이름도 모르고 들어가서 감명 깊다가 뒤늦게 구글 지도로 기록된 gps 따라 알게된 곳이었다.
여기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보고 자랐구나
가족들이 언제나 건강했으면 좋겠다
우리집 만복이는 못 빌어줘서 미안하다 동전이 부족했었다. 그래도 잊지 않고 기도했다.
목 디스크 환자들을 위한건가 벽화를 편하게 감상할 수 있다. 이제 다음 장소인 포로 로마노(Foro romano)로 이동했다.
여기는 로마 문명의 문화 중심지였다고 한다. 신전, 성당, 회의장 등 각종 정치 문화적인 내용들이 발탁되거나 논의된 주요 장소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습기가 높다고 해야하나 비온 뒤 물이 잘 안 빠져 진흙 구덩이들이 자주 발견되었다. 사람이 살기보다는 일만하기 적당한 곳인듯하다.
여기 들어갈 때 입장료가 있었는데, 로마패스로 어느정도 할인 받았다. 입장료가 필요한 장소 위주로 방문할 때는 로마패스는 끊는게 더 효율적인 것 같다.
지금에서야 돌만 남은 저 흔적들이 지금껏 지나온 수십세기의 시간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실은 저렇게 봐도 상상이 안가서 잘 모르겠다. 로마 길거리에는 이런 유적들이 생각보다 자주 볼 수 있는데, 전혀 보호되지 않는 것 같다. 나라에서 관리를 안 하는 것인가, 아니면 건드리면 안되는 이유가 있는 건가.
가는 곳마다 신전들이 보인다. 내부로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보존이 잘 되어있었다.
이런 유적지를 볼 때마다 생각하는건데, 아무리 친환경 세라믹 재료들로 만든 이 건축물은 1천년 이상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데 플라스틱은 대체...?
수천년 이후에 후손들이 옛 플라스틱들을 볼 때에는 에너지 문제는 이미 해결 되었으면 좋겠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습기, 온도 등에 의해 유기물이 관여했을 텐데, 아직까지도 유지하고 있다는게 대단하다.
언덕길을 한참 올라 부숴지다 만 건축물들을 관찰했다. 어떻게 보면 전쟁의 흔적 처럼 보이기도 하고, 먼 훗날 버려진 별에 문명의 손이 닿지 않은 곳 같기도 하다.
여기가 콜로세움 바로 옆에 있었다. 여기가 옛 로마 제국의 핫 플레이스인건 맞구나.
이 개선문 2천년이 훌쩍 넘길 정도로 오래된 개선문이라고 한다. 겉으로 봤을 때는 표면에 크랙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잘 지었다고 밖에 감탄할 것이 없었는데, 사진 찍을 겨를도 없이 일단 배가 고파오기 때문에 빠르게 이동하였다.
이 시대에서도 이렇게 미술이 발달될 정도라니... 감탄만 나온다.
위의 사진은 포로 로마노를 나오고 언덕을 조금 더 올라가서 사진 찍었다.
아무래도 입장료 때문인지 주변에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었는데, 무료로 내부를 촬영할 수 있는 스팟이 있었다. 갈매기가 생각보다 많았는데 사진에는 잘 찍지 못했다.
저녁 약속으로 향하면서 잠시 조국의 제단에 들르기로 했다. 통일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그런데 여기 사람들은 이 조국의 제단이 좋은 시선으로 만은 안 본다고 한다. 너무 크게 지은 것도 있고, 다른 건축물들이 더 돋보이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철조망 뒤에 화로 두개가 있다. 여기 사람들 말로는 저 두 화로는 1년 내내 불을 유지하는데, 꺼지면 로마도 망할 것이라는 믿거나 말거나 소문이 있다.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돈을 내야 되기 때문
이날 저녁에 찍은 사진들이 죄다 날아갔다. 동행인과 만나 유명한 맛집에서 spritz 와 피자, 파스타 등을 먹었는데 맛이 끝내줬던 걸로 기억한다.
비가 왔음에도 습하고 더운 날씨였는데, 보는 눈은 즐거웠다.
그렇게 로마 2일차 여행을 마무리하고 다음날의 일정을 다시 준비했다.
3줄 요약
1. 로마 건축물들은 볼 것이 많다
2. 유적지가 생각보다 유지보수가 잘 안되는 것 같다
3. 우연히 들른 성당이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