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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세계 속으로(Deutschland)-7

백조의 성이 자리 잡은 곳, 퓌센 (Füssen) 편

by 폐관수련인


오늘은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퓌센 (Füssen)을 가보기로 했다.

날씨를 보고 잘츠부르크, 밤베르크, 퓌센을 두고 결정했다. 혼자 가기 그랬는데, 다행히 동행인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전날에 그냥 자버린 게 아니었네, 자려고 하다가 술을 얻어 마셨다. 몰랐었는데, 뮌헨은 8시면 마트 문을 닫아버린다. 그래도 8시에 마감시간에 들어가도 받아준다고 해서 5분 안에 EDEKA를 뛰어갔다.


화면 캡처 2023-10-27 131409.png 전날 뛴 거리

구글 타임라인으로 이동 거리가 다 저장되었었다.

미친 사람처럼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던 게 기억이 난다. 사실 조언주신 분의 말대로 방향 알려준 길이 있었는데, 귀에도 안 들어왔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지? 뮌헨 욕을 한가득 달려 나가 EDEKA에 다다르니 이미 닫아서 Aldi 가 보여서 거기로 들어갔었다. 마트에 들어가고 나니까 장바구니를 아차 싶었던 것은 뒤로 하고, 빨리 사라고 그래서 손에 잡히는 대로 사니까 내가 마실 맥주랑 무슨 이상한 초콜릿이었네.


이래서 여행에는 미리 조사하고 오는 게 필요한 것 같다. 휴가를 와서도 여유가 없냐 왜.


아무튼 전날의 고군분투를 뒤로하고, 오늘의 일정을 위해 아침 구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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뮌헨의 아침

오늘은 일정이 바쁘니 간단히 2km만 뛰고 들어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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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의 미역국이여 입이 행복하다.

이곳 숙소가 정말 감사한 게, 급하게 잡았는데도 바로 받아주셨다는 거다. 거기다 밥이 진짜 너무 맛있었다.

김치 잘 담그는 집은 맛을 낼 줄 아는 능력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길을 나섰다.

이번 여행에는 이상하게도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죄다 이야기 주제가 운동 이야기이다.

나는 애석하게도 제대로 이야기에 끼어들 수 없었다. 나는 이들처럼 강한 사람이 아니니까 ^-^

여하튼 죽음의 전사들만 모아놓은 듯한 이번 뮌헨 여행의 훈 민박 식구들이었다.

20230718_092448.jpg 뮌헨 중앙역에 스타벅스 들름

퓌센이 정차하는 기차 플랫폼은 중앙역 안 쪽 구석에 있다.

사람들 몰려오면 자리도 없으니 미리 자리 잡아 편히 갔다.


퓌센 역에 도착하면 버스를 한번 더 타고 올라가야 한다. 역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있는데, 퓌센 Bahn hof에서 78번을 타고 종착지까지 가면 된다. 버스는 Deutschland ticket이 사용 불가했는데, 현금 혹은 카드로 약 5유로 정도 낸 것 같다. 호엔휴방가우 성 (Hohen Schwangau castle)가 밑에 있고 위에 노이슈반슈타인성(Neuschwanstein castle) 이 위에 있어 버스에서 내리면 좀 걸어 올라가야 한다.


3시간 정도 걸쳐서 왔기 때문에, 가기 전에 밥부터 먹고 올라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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퓌센 레스토랑 체험

그런데, 가는 날이 장 날이라 그런지 본래 가고자 했던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었다. 수리 중이라 내일 연다고 말해주는 친절한 수리공이 계셨다.


다행히 동행인분이 빠르게 찾아주셔서 근처 맛집으로 가 먹게 되었다. 역시 대도시보다는 도시 바깥의 레스토랑이 확실히 맛이 다르다. 체코에서 느꼈듯이, 미리 만들어 놓는 맛없는 굴뚝빵과 체스키에서 파는 굴뚝 빵 맛이 심하게 달랐다. 갓 구운 슈바인스학세와 굴라쉬 요리 풍미가 깊었다.


그런데 내 여행 루틴이기도 하지만, 가는 길 돌아오는 길 내내 길을 물어보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 같다. 길을 좀 못 찾는 것도 있는데 매번 쉬운 길도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경향이 있어 답답해 보였을 거다.



20230718_131558.jpg 로컬 맛집답게 가격도 장난 없다

그래도 식당 분위기나 맛은 좋았다. 팁까지 함께 65유로를 결제했는데, 팁은 맛집 추천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대신 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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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에서 본 듯하면서도 다른 곳이다.

날씨가 비가 올 것 같이 느껴지는 바람이었는데, 결국 비가 왔다.

오히려 좋은 게 더워 뒤지는 줄 알았어서 차라리 괜찮았다. 올라가는 길에 말똥이 매우 많은데, 여기 지역 주민들은 마차를 통해 소소한 생계유지를 하시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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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인이 찍어준 사진 1


한 1~2km 정도는 걸어 올라간 것 같다. 모기가 자꾸 나만 물어서 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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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슈반슈타인 성 외부 뷰 1

디즈니 로고의 모티브가 되었다는데, 가까이서 보니 성보다는 탑 같은 느낌이었다.

1689692925221_scaled.jpg 노이 슈반슈타인 성 외부 뷰

내부로 들어갈 수도 있는데,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가지는 않고 사진 스폿을 빠르게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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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엔슈방가우 성 전망

망원경은 사실 안 보인다. 돈 내야됐다.

성 색깔이 눈에 확 띄는데, 1832-1836 년으로 약 4년에 걸쳐 낡은 성을 개조한 네오고딕 건축양식이라고 한다. 체코에서 본 성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아닌 것 같다.


독일에서 탄소로 칠해진 검은 벽돌이 아닌 성을 찾기가 어려운데, 이곳은 세계대전으로 피해가 없었는가 보다.


1689693073635_scaled (1).jpg 노이 슈반슈타인 성

디즈니 로고는 저작권 문제로 넣지는 않았다. 로고를 비교해 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성을 보는 길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산 봉우리 - 산 봉우리 사이에 줄 다리가 있는데, 자칫하다 휴대폰을 떨굴 수 있다. 다리 계단이 푹푹 들어가는 게 불안해 죽는 줄 알았다.


비가 살짝씩 오기 시작했는데, 비 오는 성을 바라보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1689693073797_scaled.jpg 동행인이 찍어준 사진 3

비바람 덕분에 시원하면서도 멀리 보이는 풍경들을 보니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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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인이 찍어준 사진 4

아이폰이라 그런가 색감이 확연히 다르게 보인다.

이 기회를 빌어 찍어주셔서 감사 인사 드립니다.


이제 다음 장소인 호수 알프제(Alpsee)로 가기로 했다. 수영하려고 옷도 갈아입고, 안에 생물들 찍으려고 고프로도 준비해 왔다.


20230718_143318.jpg 하산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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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psee 뷰 1

비가 조금씩 멈추고 있었다. 산화칼슘이 녹아든 강가의 빛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스위스처럼 에메랄드 빛은 아닌데, 지층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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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엔슈방가우성

호수 근처에서 바로 보인다. 참 독특한 색깔의 성벽이다.

20230718_153856.jpg Alpsee 뷰 2


비가 오는 호숫가라 그런지 특유의 영화 속 분위기가 났다. 이 알프제라는 강은 완전한 고인 물이 아니고, 슈반제(Schwansee)와 연결되어 있는데 아래로 약 500m 안되어 내려가면 바로 오스트리아와 맞닿는다.

물 성분이 좀 독특하다. 오리나 백조들이 사는 거 보면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임에 분명하다.

비가 와서 그런가 물고기는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작년 노르웨이에서부터 여기까지 해양 생물 촬영을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다시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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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인이 찍어준 사진 5

기가 막히게 잘 찍어주셨네

철 지난 낭만 유행
알프레 괴물
1689693092943_scaled.jpg 동행인이 찍어준 사진 6

물이 생각보다 차가웠다. 신발을 안 가져와서 뾰족한 돌멩이들 위에 발을 딛고 있기가 너무 불편했다.

호수는 몇 걸음만 들어가도 푹 들어가는 구간이 있는데,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었어서 깜짝 놀랐다. 사실 잠수 할 줄 몰라서 허우적거렸음.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스킨 스쿠버는 다음 여행지의 타깃이다.


그런데도 나 혼자 수영하기 뻘쭘해서 그냥 몸만 담그고 나왔다.

아무것도 없다

그래도 몸을 좀 담그니 흘린 땀이 다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너무 시원해서 좋았음.

오리샛기들 영상

삐약 거리는 게 아주 여기 명물처럼 보인다.


물수제비 영상

여기까지 왔는데 아쉽게도 그냥 가기 뭐해서 영상을 좀 많이 남기고자 했다.

액티비티가 물수제비 밖에 없었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뮌헨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무지개는 참 기분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어준다.

20230718_180806.jpg 착한 사람에게만 보이는 아주 희미한 무지개


무지개 영상
퓌센 - 뮌헨 타임랩스

수건을 가져오긴 했는데, 무언가 느껴지는 이 찝찝함이 있다. 유기물이 많은 강이라 그런지 모기가 온몸을 뜯어댔다. 왜 나만 무냐 근데


이번에도 가성비 맛집인 켈러를 갔다. 가성비를 떠나서 여기가 제일 양도 많고 맛도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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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티나 켈러


동행인이 찍어준 사진 7

이후 다른 숙박 일행들을 함께 불러 당일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뮌헨은 내부보다는 근교를 여행하는 게 더 볼 게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계속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는데, 발달된 도심지보다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로컬이 더 내가 선호하는 것 같다. 브레첼 (Brezel)을 이렇게 큰걸 먹어보는 건 처음인데, 맛이 나름 괜찮았다. 비센 브레츤(Wiesnbrezn)이라 불리는 이 빵은 뮌헨 음식의 특징을 보여준다. 빵의 기원이 종교적인 것과 연관이 있다. 물, 소금 밀가루만 가지고 만들어서 그런가 나는 4년 동안 돈 주고 먹은 적이 손가락에 꼽는다.


옥토버 페스트에는 아니스라는 미나리 비슷한 허브를 함께 넣어 굽는다고 하는데, 진짜 소스 마려운 이 빵을 학세처럼 1인 1식으로 먹기가 어렵다.

저 굵은소금이 진짜 관건인데, 함께 베어 물면 담석 걸릴 것 같은 직감이 온다. 그나마 좀 떼어내면 고소한 빵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오늘 두 번째 뮌헨의 밤이 저물었다.

내일은 또 어디로 가볼까?

물수제비.png 알프레 물수제비


뮌헨 여행 2일 차 요약


1.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된 퓌센 백조의 성을 가보기로 했다.

2. 독일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3. 오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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