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모든 행복과 영광이 있는 곳, 뮌헨(München) 1편
7월에 다녀온 여행을 이제야 기록하게 되었다. 여유 있을 때 하나라도 좀 써놔야겠다.
갑작스러운 휴가로 어딜가지 고민하다가 이번에는 독일을 모험해 보기로 했다. 원래는 수영하려고 북쪽으로 가려다가, 독일 하면 뮌헨이니 남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가는 길에 타임 랩스 촬영하고 싶어서 설치해 두었다. 이것보다는 벽면에 마운팅 해서 촬영하는 게 더 나은듯하다. 베를린-뮌헨 비행기 1시간 밖에 안 걸리는데, 입국 절차나 각종 소요되는 시간들을 더하면 기차가 더 낫다는 말들이 많다.
가격도 비슷비슷해서, DB를 못 믿지만 기차 여행 느낌은 덤이었다.
전국 팔도를 돌고 돌아 남도 음식이 맛있다던 사람의 말이 기억난다. 독일도 마찬가지로 음식은 뮌헨이 맛있다고 해서 아주 살짝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 설레는 마음에 학세를 시켰다.
한 입 베어 물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남쪽 지방이 덥다 보니 땀을 많이 흘리니까 음식에 염도를 높인 줄 알았다. 안경점이나 금속 가공점에 가면 찌-잉 하며 sonicator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혀에 Sonication을 친 듯 아려오는 맛이었다. 그나마 오렌지처럼 생긴 탱글한 감자볼만 먹을만했다.
음식 실력을 지역 별로 나뉘어 놓는 건 정확하지 않는 것 같다.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한입 베어 물고 밖에 바라보고 한입 베어 물고 밖에 보고 씹어 삼키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너무 아까워서 다 먹도록 했다 ^-^
이번에는 계획 하나 안 세우고 오기로 했다. 타임어택을 하지 말자는 마음이었다.
그런데도 어디를 향해야 할지 몰라 불안한 마음이 가득했고, 이동 중에 어디로 향할지 검색하느라 정신을 못 차렸었다. 그럼에도 여유를 부려보고자 시간을 확인하지 않았다. 걷고 싶으면 걷는 거고, 트램 타고 싶으면 타고자 했는데, 그 마저도 불안해했다.
그렇게 숙소 체크인을 하고 일단은 뮌헨 레지덴츠로 가기로 했다.
Die Waffen nieder (무기를 내려놓으세요)
전쟁에 관련된 내용 같다. 이 때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이슈가 컸었는데, 지금 순간에도 필요한 말인 듯하다.
끊임없이 진행되는 전쟁 통에 이제는 누가 먼저 선빵 날렸는지는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멀리 왔다. 오로지 서로 죽고 죽이는 데에만 정신이 팔린 것 같다.
테아티너 성당, 1660년대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이다.
사람들이 몰리길래 가서 사진 찍었는데, 안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유명 건축물인지도 몰랐었다.
펠트헤렌할레, 바이에른 왕국 군대를 기념하는 이태리풍의 사자동상 및 비가 있다.
독일의 영원한 볼드모트 히 모씨가 여기서 군중을 이끌었던 뮌헨봉기의 장소라고 한다.
문제는 내가 레지덴트를 찾아야 하는데, 입구를 못 찾아 한참을 돌고 돌았다. 그래서 함께 헷갈려하는 여행자분이랑 같이 이야기 나누어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 입장료 받는데, 7~9유로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한다.
여기 찾느라고 정말 많이 돌았다님.
이 부분만 동양스러웠다.
잘 모르겠지만 굉장히 오래된 작품이라는 것처럼 보인다. 이거 설마 다 뺏어온 건가
복도를 쭉 따라가다 보면 본격적인 레지덴츠가 나온다. 드레스덴에서 봤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인데, 좀 더 화려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드레스덴 것이 더 보기 좋았다.
생각보다 넓다. 4~5층 정도의 높이로 보이는데, 계단으로 내려가면 위의 벽화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은근히 동 양스러운 작품들이 많은데, 술을 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1385년에 지어진 이 궁전은 수세기 동안 수많은 예술 작품들이 수집된 것 같다. 동서양의 교류, 혹은 전쟁의 전리품과 같은 이곳의 수많은 작품들이 그동안의 교류를 보여준다.
뭐지? 우리 집에 있는 거랑 비슷한데?
달마상?
예술은 동 서양의 구분이 없어 보인다.
궁전 내부 장식품들을 보다가 느낀 건데, 스페인, 체코, 튀르키예 등등 서로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은 느낌을 준다. 개인 경험상으로 제일 "부"를 나타내고 싶은 태국과 오스만 제국의 궁전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거울이 아지랑이 피듯 굉장히 꿀렁꿀렁하게 보인다. 이 날 굉장히 더웠던 걸로 기억한다.
황금색은 모든 궁전의 필수 색깔이구나
누군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색깔과 비율 등의 조화를 지켜보다가 마주친 작품이 있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칼로 베어내는 장면을 담았다.
우마차의 복잡한 매듭을 풀어내는 자가 아시아의 왕이 된다.
신탁으로부터 여러 사람들이 도전했지만 그 누구도 풀지 못했었다. 어디선가 아리스토텔레스 제자라는 자가 찾아와 칼로 베어버려 풀어낸 것이다. 생각해 보면 다들 손으로만 풀 생각을 했던 사고방식의 차이가 이뤄낸 결과인 것 같다. 중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그때의 사건으로 나타낸 사자성어가 "쾌도난마"이다.
유라시아를 정복했던 마케도니아의 지도자, 알렉산더 대왕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워낙 아시아를 지배했던 유명한 인물들 중 하나이기도 하고, 일화들도 많지만 학자들과의 일화가 기억에 남남 앗다. 전쟁하느라 공부 양을 어떻게든 줄여보려 학자들에게 세상의 모든 지식을 함축해서 한 문장으로 진리를 담아 오라고 했는데, 그 말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였다.
과학으로 따지면, 에너지 보존 법칙이 그 말이겠다.
아무튼 다음 방으로 향해보자.
이 패턴은 로마에서 본 것 같은데 착각인가?
유럽은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 않는구나
그때 당시 컴퓨터도 없이 시각이 안정되는 비율을 잘 그려낸 것 같다.
고풍스러운 색깔과 함께 문과 문 너머의 거리도 계산해 낸 것이 보인다.
건축가 = 수학자 = 예술가처럼 보인다.
음식을 담는 통과 각 식기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고 또 찾아봤다. 마리엔 광장을 가보고자 했다.
마리엔 광장에 있는 신 시청사이다. 이 건물이 눈에 확 들어온다.
여기 레스토랑이라고 한다. 뭔가 스페인에서 봤던 가우디 건물과 비슷하면서도 비슷하지가 않네
문양들이 멋쩍여서 사진 찍어놨다.
날도 더운데 보라색 꽃이 눈에 띄었다.
시에서 관리하는 건가 더워 죽는데도 색깔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일단 전망대에 가기 전에 근처에 교회가 보여서 들르기로 했다. 이태리에서나 지금이나 나한테 갑작스러운 이벤트처럼 등장하는 곳이구나 교회는
내부에 가서 잠깐 쉬었다. 생각보다 더워서 탈수 오는 줄 알았다.
다행히 근처에 REWE가 있었는데, 마실 거라도 챙겨서 다행이었다.
이제 전망대로 향했다. 입장료가 있었는데, 7~9유로였나 기억이 자세히는 안 나는데, 내 돈 내고 일일 운동권 끊은 느낌으로 기억된다.
독일은 0층부터 시작해서 여기 11층이다. 약 10층의 계단을 올라오는데, 탈수 나는 줄
편하게 올라가는 길이 아니라 사람들은 많은데 좁은 길이다. 그래도 이런 오래된 건물을 보게 되어서 좋았다.
무한의 다락방 올라가는 느낌
13층이 끝이었던 걸로 기억된다.
위의 공기가 아래와 확연히 다르다. 바람이 몸을 식혀주는데, 내려가서 또 땀날 거 생각하니까 내려가기 싫었다.
안전상의 이유로 철조망이 가려져있어서 틈사이로 찍었다.
역시 날씨 운은 타고 난 듯하다.
전망대 위의 골목길이 좁아서 휴대폰을 손에 꼭 쥐고 돌았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광경은 아찔하기만 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멈춰있는 구간이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시계탑이 보인다. 이 건물만 이질적이다.
물건 조심해야 된다.
괜히 사람들끼리 비집고 들어가다가 떨어뜨리면 낭패니까
올라올 때는 내 돈 주고 왜 헬스권을? 끊었는가 그랬었는데, 그래도 올라오고 나니 기분이 상쾌했다.
이제 저 프라우엔 교회를 가보자.
체코, 이태리에서 많이 빌었으니까 이번에는 안 빌어보려고 했다.
자꾸 빌면 내가 나도 모르게 불안하다는 마음을 내비치는 것 같아서 피하게 되었다.(결국 다음에 와서 빌었지만... )
교회에서 앉아있다가 집에 들어갔다. 점시에 먹은 학세가 저녁이 되어도 꺼지지 않았다. 맛은 없었는데 포만감은 확실하구나.
근처에 FC 바이에른 뮌헨 스포츠 용품 판매점이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가면 알리안츠 아레나 스타디움이 나오는데, 김민재 선수 때문에 찾는 한국인들이 늘었다고 한다.
그렇게 첫 번째 날이 마무리되었다.
첫날에는 그냥 잤다. 많이 피곤한 것도 있었고, 사람들이랑 술을 마신 지 아닌지 기억도 안 난다. 다음날 일정에 대해서 고민했던 기억만 난다.
뮌헨 여행 1일 차 요약
1. 어나더 독일, 유일무구한 곳에 가 보았다.
2. 다 좋은데 더워 죽는 줄 알았다.
3. 나한테 계획은 아주 조금이라도 있어야지 마음이 안정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