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의 성이 자리 잡은 곳, 퓌센 (Füssen) 편
오늘은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퓌센 (Füssen)을 가보기로 했다.
날씨를 보고 잘츠부르크, 밤베르크, 퓌센을 두고 결정했다. 혼자 가기 그랬는데, 다행히 동행인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전날에 그냥 자버린 게 아니었네, 자려고 하다가 술을 얻어 마셨다. 몰랐었는데, 뮌헨은 8시면 마트 문을 닫아버린다. 그래도 8시에 마감시간에 들어가도 받아준다고 해서 5분 안에 EDEKA를 뛰어갔다.
구글 타임라인으로 이동 거리가 다 저장되었었다.
미친 사람처럼 전속력으로 달려 나갔던 게 기억이 난다. 사실 조언주신 분의 말대로 방향 알려준 길이 있었는데, 귀에도 안 들어왔다. 뭐 이런 곳이 다 있지? 뮌헨 욕을 한가득 달려 나가 EDEKA에 다다르니 이미 닫아서 Aldi 가 보여서 거기로 들어갔었다. 마트에 들어가고 나니까 장바구니를 아차 싶었던 것은 뒤로 하고, 빨리 사라고 그래서 손에 잡히는 대로 사니까 내가 마실 맥주랑 무슨 이상한 초콜릿이었네.
이래서 여행에는 미리 조사하고 오는 게 필요한 것 같다. 휴가를 와서도 여유가 없냐 왜.
아무튼 전날의 고군분투를 뒤로하고, 오늘의 일정을 위해 아침 구보에 나섰다.
오늘은 일정이 바쁘니 간단히 2km만 뛰고 들어오자.
이곳 숙소가 정말 감사한 게, 급하게 잡았는데도 바로 받아주셨다는 거다. 거기다 밥이 진짜 너무 맛있었다.
김치 잘 담그는 집은 맛을 낼 줄 아는 능력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침을 든든히 먹고 길을 나섰다.
이번 여행에는 이상하게도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죄다 이야기 주제가 운동 이야기이다.
나는 애석하게도 제대로 이야기에 끼어들 수 없었다. 나는 이들처럼 강한 사람이 아니니까 ^-^
여하튼 죽음의 전사들만 모아놓은 듯한 이번 뮌헨 여행의 훈 민박 식구들이었다.
퓌센이 정차하는 기차 플랫폼은 중앙역 안 쪽 구석에 있다.
사람들 몰려오면 자리도 없으니 미리 자리 잡아 편히 갔다.
퓌센 역에 도착하면 버스를 한번 더 타고 올라가야 한다. 역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있는데, 퓌센 Bahn hof에서 78번을 타고 종착지까지 가면 된다. 버스는 Deutschland ticket이 사용 불가했는데, 현금 혹은 카드로 약 5유로 정도 낸 것 같다. 호엔휴방가우 성 (Hohen Schwangau castle)가 밑에 있고 위에 노이슈반슈타인성(Neuschwanstein castle) 이 위에 있어 버스에서 내리면 좀 걸어 올라가야 한다.
3시간 정도 걸쳐서 왔기 때문에, 가기 전에 밥부터 먹고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가는 날이 장 날이라 그런지 본래 가고자 했던 레스토랑이 문을 닫았었다. 수리 중이라 내일 연다고 말해주는 친절한 수리공이 계셨다.
다행히 동행인분이 빠르게 찾아주셔서 근처 맛집으로 가 먹게 되었다. 역시 대도시보다는 도시 바깥의 레스토랑이 확실히 맛이 다르다. 체코에서 느꼈듯이, 미리 만들어 놓는 맛없는 굴뚝빵과 체스키에서 파는 굴뚝 빵 맛이 심하게 달랐다. 갓 구운 슈바인스학세와 굴라쉬 요리 풍미가 깊었다.
그런데 내 여행 루틴이기도 하지만, 가는 길 돌아오는 길 내내 길을 물어보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 같다. 길을 좀 못 찾는 것도 있는데 매번 쉬운 길도 두 번 세 번 확인하는 경향이 있어 답답해 보였을 거다.
그래도 식당 분위기나 맛은 좋았다. 팁까지 함께 65유로를 결제했는데, 팁은 맛집 추천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대신 내드렸다.
날씨가 비가 올 것 같이 느껴지는 바람이었는데, 결국 비가 왔다.
오히려 좋은 게 더워 뒤지는 줄 알았어서 차라리 괜찮았다. 올라가는 길에 말똥이 매우 많은데, 여기 지역 주민들은 마차를 통해 소소한 생계유지를 하시는 것 같았다.
한 1~2km 정도는 걸어 올라간 것 같다. 모기가 자꾸 나만 물어서 혼났다.
디즈니 로고의 모티브가 되었다는데, 가까이서 보니 성보다는 탑 같은 느낌이었다.
내부로 들어갈 수도 있는데, 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가지는 않고 사진 스폿을 빠르게 가기로 했다.
망원경은 사실 안 보인다. 돈 내야됐다.
성 색깔이 눈에 확 띄는데, 1832-1836 년으로 약 4년에 걸쳐 낡은 성을 개조한 네오고딕 건축양식이라고 한다. 체코에서 본 성과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아닌 것 같다.
독일에서 탄소로 칠해진 검은 벽돌이 아닌 성을 찾기가 어려운데, 이곳은 세계대전으로 피해가 없었는가 보다.
디즈니 로고는 저작권 문제로 넣지는 않았다. 로고를 비교해 보니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성을 보는 길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산 봉우리 - 산 봉우리 사이에 줄 다리가 있는데, 자칫하다 휴대폰을 떨굴 수 있다. 다리 계단이 푹푹 들어가는 게 불안해 죽는 줄 알았다.
비가 살짝씩 오기 시작했는데, 비 오는 성을 바라보는 것도 나름 괜찮았다.
비바람 덕분에 시원하면서도 멀리 보이는 풍경들을 보니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아이폰이라 그런가 색감이 확연히 다르게 보인다.
이 기회를 빌어 찍어주셔서 감사 인사 드립니다.
이제 다음 장소인 호수 알프제(Alpsee)로 가기로 했다. 수영하려고 옷도 갈아입고, 안에 생물들 찍으려고 고프로도 준비해 왔다.
비가 조금씩 멈추고 있었다. 산화칼슘이 녹아든 강가의 빛은 짙은 녹색을 띠고 있다.
스위스처럼 에메랄드 빛은 아닌데, 지층이 달라서 그런 것 같다.
호수 근처에서 바로 보인다. 참 독특한 색깔의 성벽이다.
비가 오는 호숫가라 그런지 특유의 영화 속 분위기가 났다. 이 알프제라는 강은 완전한 고인 물이 아니고, 슈반제(Schwansee)와 연결되어 있는데 아래로 약 500m 안되어 내려가면 바로 오스트리아와 맞닿는다.
물 성분이 좀 독특하다. 오리나 백조들이 사는 거 보면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임에 분명하다.
비가 와서 그런가 물고기는 아쉽게도 볼 수 없었다.
작년 노르웨이에서부터 여기까지 해양 생물 촬영을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다시 다음 기회를 기약해야겠다.
기가 막히게 잘 찍어주셨네
물이 생각보다 차가웠다. 신발을 안 가져와서 뾰족한 돌멩이들 위에 발을 딛고 있기가 너무 불편했다.
호수는 몇 걸음만 들어가도 푹 들어가는 구간이 있는데, 카메라를 손에 쥐고 있었어서 깜짝 놀랐다. 사실 잠수 할 줄 몰라서 허우적거렸음. 내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인 스킨 스쿠버는 다음 여행지의 타깃이다.
그런데도 나 혼자 수영하기 뻘쭘해서 그냥 몸만 담그고 나왔다.
그래도 몸을 좀 담그니 흘린 땀이 다 씻겨나가는 것 같았다. 너무 시원해서 좋았음.
삐약 거리는 게 아주 여기 명물처럼 보인다.
여기까지 왔는데 아쉽게도 그냥 가기 뭐해서 영상을 좀 많이 남기고자 했다.
액티비티가 물수제비 밖에 없었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뮌헨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친 무지개는 참 기분을 싱숭생숭하게 만들어준다.
수건을 가져오긴 했는데, 무언가 느껴지는 이 찝찝함이 있다. 유기물이 많은 강이라 그런지 모기가 온몸을 뜯어댔다. 왜 나만 무냐 근데
이번에도 가성비 맛집인 켈러를 갔다. 가성비를 떠나서 여기가 제일 양도 많고 맛도 괜찮은 것 같다.
이후 다른 숙박 일행들을 함께 불러 당일 있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뮌헨은 내부보다는 근교를 여행하는 게 더 볼 게 많은 것 같다.
개인적으로 계속 이동하는 것을 좋아하긴 하는데, 발달된 도심지보다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로컬이 더 내가 선호하는 것 같다. 브레첼 (Brezel)을 이렇게 큰걸 먹어보는 건 처음인데, 맛이 나름 괜찮았다. 비센 브레츤(Wiesnbrezn)이라 불리는 이 빵은 뮌헨 음식의 특징을 보여준다. 빵의 기원이 종교적인 것과 연관이 있다. 물, 소금 밀가루만 가지고 만들어서 그런가 나는 4년 동안 돈 주고 먹은 적이 손가락에 꼽는다.
옥토버 페스트에는 아니스라는 미나리 비슷한 허브를 함께 넣어 굽는다고 하는데, 진짜 소스 마려운 이 빵을 학세처럼 1인 1식으로 먹기가 어렵다.
저 굵은소금이 진짜 관건인데, 함께 베어 물면 담석 걸릴 것 같은 직감이 온다. 그나마 좀 떼어내면 고소한 빵 맛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오늘 두 번째 뮌헨의 밤이 저물었다.
내일은 또 어디로 가볼까?
뮌헨 여행 2일 차 요약
1. 디즈니 성의 모티브가 된 퓌센 백조의 성을 가보기로 했다.
2. 독일에 이런 곳이 있었구나 싶을 정도로 참 아름다운 곳이었다.
3. 오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