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을 쌓아 보다 높이 올라가려는 자가 있다. 그가 높게 쌓아 갈수록 햇빛은 오롯이 그의 것이다. 그가 마음껏 쌓고 또 쌓아가는 동안 이제 막 싹을 튼 나무는 흙의 그림자에 드리워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이 작은 나무는 홀로 냅두면 충분히 높게 뻗어 나갈 수 있는 종임에도, 차곡히 쌓아지는 흙의 그림자가 덮어 버렸다. 나와 동생의 이야기이다.
무엇이든 과하면 소외되는 부분이 생긴다. 내 불도저 같은 의욕이 동생을 지난 십 수년간 주눅 들게 만들어 왔다. 부모님은 쌓아 놓은 흙의 높이를 보고 비교하지 않았음에도, 알게 모르게 주변에게 들어온 말들이 동생의 자존감을 갉아먹어왔다.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만든 그림자는 갈수록 커져갔고 비교는 더 잦아졌지만, 나는 내 갈 길이 바빠 돌아보지 않았다. 내가 더 나아가면 나아갈수록 가족들을 함께 데려갈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동생 기죽는 걸 피하기 위해 공부를 멈추는 건 내 꿈을 포기하라는 말이었다.
비교하는 이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동생이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닌 것이 된다. 동생의 이야기는 내가 써 내려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생에게 아무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동생이대학원에 들어가고자 했을 때 내심 기뻤다. 정확히는 신이 나면서도 뭔가 미묘한, 빨강과 파랑 사이의 그 무언가 같은 감정. 스스로 빛을 찾아 떠나려는 모습이 보기 참 좋으면서도 도움 되는 오빠가 못 되어서 미안한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참 모순된 사람이다 나는. 좀 더 따뜻한 오빠로서 다가갈 순 없었나.
동생은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다. 그런 여린 동생에게 상처 주는 이는 항상 나였다는 걸 깨닫는데 참 오래도 걸렸다. 동생은 나보다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사람임에 분명하지만, 내가 그 길을 막아 왔던 것 같다. 나는 나이만 더 먹었지 오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동생은 나보다 더 잘 해낼 것이다. 처음의 어색함은 짧고 성장은 긴 길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내가 그런 동생이 좀 더 자라날 수 있는 흙을 구해 쌓아 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