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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알하제 Jul 31. 2023

캐비어와 권력

여의도 오마카세의 이방인

권력이란 무엇일까.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상대가 가지고 있는 것

그 힘에 의해 타인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

모두가 가지고 싶지만 절대적인 그 수가 소수여서 아무나 가지지 못하는 것.

보통 권력은 돈과 함께 움직이는 것. 일반적이라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토요일 저녁 선배를 따라 간 오마카세에서 어색하고 불편한 권력을 맛보았다.


오마카세, 가보고 싶지만 뭔가 그 돈을 주고 그 비싼 곳을 가야 하나 싶은 그런 생각이 들어서 가본 적이 없다. 그러던 중 여의도에 가성비 좋은 오마카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다른 데는 몰라도 여기는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일 년에 두어 번쯤 보는 적당히 친한 선배가 그곳의 단골이란 것을 알게 됐고, 나중에 기회 되면 같이 가보자고 내가 부탁을 했었는데 지난 토요일이 바로 그런 날이었다.


스시 오마카세집은 왜 다 밝지만 밖에서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구조인지, 식당 바로 앞에 있어도 베일에 싸인 그곳에 호기심이 들었다. 안에는 어떤 곳일까, 어떤 음식이 나올까.


가성비 오마카세답게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았고,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그런지 노래는 흡사 밤과 음악사이에 나올 법 한 음악이었다. 시끄러웠다. 바로 옆에 앉은 선배와 이야기하려고 해도 목이 아플 정도로 이야기했어야 했고, 맘만 먹으면 테이블 반대편의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음식도 맛있고 술도 맛있고, 사장님은 MZ 맞춤형인지 적극적으로 손님들과 소통하며 단골장사애 열을 올리셨다. 손님들도 사장님의 아이가 태어난 지 100일 이라며 선물이고 풍선이 고를 준비해서 왔더라. 요즘 보기 힘든 정이 있는 곳 같아서 보기 좋은 면도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사장님이 검은 캐비어 캔을 들고 나왔다. 사람들은 열광했다. 이게 뭔지 모르는 나만 어리둥절 해 하고 있었다. 얼마인지 가격도 기억이 안 나지만(그 정도로 나에게는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뭐 대략 몇백만 원짜리 케비어 라며 사장님이 손님들에게 한 젓가락씩 나눠주고, 손님들은 좋다고 사진 찍고 열광했다.


캐비어를 유통하는 사람과 사장님이 친분이 있어서 저렴하게 가져왔다며 자랑했다. 예수가 강림하면 이런 모습일까. 서로 캐비어를 한입이라도 맛보려고 테이블 반대편에서 한달음에 와서 캔이랑 사진 찍고 난리가 났다.


그 모든 흥분 상태에서 고요했던 것은 나뿐이었다. 그 가게의 단골손님이었던 선배 덕분에 나도 한입에 몇만 원씩 하는 캐비어를 한입 먹어봤는데, 감흥이 없었다. 사람들이 뒤로 왔다 갔다 하며 사진 찍고 시끄럽게 해서 더욱 맛이 안 느껴지는 것 같았다. 캔과 사진 찍는 사람들도 이해가 안 됐다.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러면서 권력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나 빼고 이 식당에 있는 사람들을 이 가게 셰프 사장은 캐비어로 들었다 놨다 할 수 있다. 명령까지 하는 것 안 되겠지만, 기분을 좋거나 나쁘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카트게임의 실드 아이템을 쓴 것처럼 나에게는 영향력이 없었다.


만약 내가 관심 있는 부동산이나 테니스, 골프 강의나 아이템이었다면, 그자는 나에게 권위자 권력자이었을 것이다. 글쓰기 강연을 하면서 내가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그는 나에게 권력자로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오마카세 이방인인 나에게는 그 셰프는 그저 아무런 권위나 권력이 없었다.


저녁 식사는 즐거웠고, 여의도 오마카세에 이방인으로 앉아있으며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한번 더 알게 되었다.


뭐가 되었던 캐비어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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