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다 하품한다. 자고 일어났는데 뭘 써야 할지 몰라 손이 자꾸 머뭇거렸다.
그렇게나 바라왔던 내일인데 오늘이 오고야 만다. 나는 내일이 오길 또 바란다. 새삼스레 할 것도 없으면서.
책을 여러 권 사 왔는데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의 시간은 곡선그래프로 흐르는 것 같다. 지금은 곡선의 어중간한 밑 언저리쯤 있을까. 한번 내려오기는 쉬운 시간은 올라가는 건 온 힘을 다해야 한다.
어쩌면, 그건 나름 살아가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관통하는 나의 현재는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오늘은 추억을 많이 쌓아둬야지.라고 생각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정돈되지 않은 집안을 둘러본다. 어수선하기도 짝이 없지. 그럼에도 이 어수선함 속을 이상해하지 않는 나는, 꽤나 멍청하게 앉아있다. 그냥 앉아있다. 불안이 스며들기도 전에 이미 귀찮음이 마음속에 자리를 잡은 탓인지, 불안이 비집고 들어올만한 자리가 없다. 미안. 어쩔 수 없어, 오늘은 좀 가줄래.라고 마음에서 밀어내는 느낌이다. 세상이 온통 귀찮은 건 나만 그런 건 아닐 거라며 뻔한 위로를 내게 보낸다.
상담은 끝났고, 상담사는 일상에서 아주 사소한 것부터 오는 행복감을 찾으라고 했다. 아직 찾지 못했다. 주어진 미션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아직도 모든 것이 진행형 단계에 머물러있는 듯하다.
무엇을 하든, 어떤 생각을 하든, 뭘 행동하든 늘 그렇다.
이쯤에선 자기 위안을 해야 한다. 괜찮다고 스스로 말해야 한다. 모든 것이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속으로 수천번을 스스로에게 말해주어야 한다. 항상 그렇듯, 내가 생각하는 두려움은 언제나 사소하다.
아이가 사 온 풍선껌을 바라보며 풍선을 입으로 불어 보는 상상을 한다. 빵. 금세 터지지만 괜찮다. 또 불면 되니까. 그런 식으로 나는 시간을 딛고 일어난다. 공기 속에, 온통 풍선껌의 향이 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