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보다 훨씬 작은 존재로 흩어진다. 내가 하는 모든 말들은 다 어디로 가는 걸까. 나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사실은 잘 모르겠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오늘 해야 하는 일들을 해야 하는 것이고, 오늘 해야 할 일들을 미루는 것뿐이니까.
누구한테도 속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닿지 않는 말들이 붙잡을 수 없이 사라진다. 그건, 꼭 사라지는 것 같은 연기 같다. 한낮의 말들과, 오전의 이야기들은 저녁이라는 단어와 함께 묻힌다. 어쩌면 그걸 바란건지도 모르겠다.
주로 사생활을 쓰는 류의 글을 쓰지만, 가끔은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종종 있다.
그건 꼭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닌 나 자신이 이렇게 스스로 뒤엉켜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얽히고설켜서 내가 하는 말이 내뱉는 말인지, 그저 혼자 스스로 묵히는 말인지 잘 모를 때. 그럴 때 나는 꼭 어떻게든 쓰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것들은 단어로 정의 내릴 수 없고, 어떤 것들은 문장으로 풀어낼 수 없다.
책을 펼쳤다가도 다시 덮고, 다시 펼쳤다가도 다시 덮는다.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 탓이다. 핸드폰의 시계를 바라보기만 하고, 유튜브를 틀었다가, 껐다가 또 틀었다가, 껐다가 한다. 영상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이 하기 싫은 날이 있다는 걸 깨닫는 요즘이다. 그 모든 것들이 손에 잡히지 않는 그런 어느 날. 오늘 같은 무더운 여름날. 나쁜 습관을 반복한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
나는 짜임 있게 계획대로 사는 여자가 아니고, 계획표를 잘 세우는 여자도 아니다. 그저 감정이 이성보다 조금 더 앞서서 하는 일들이 많고, 외향형에서 내향형으로 완전히 바뀐 여자일 뿐이다. 그거 말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말들이 뭐가 있을까. 골똘히 생각해 보지만 마땅한 단어가 생각나질 않는다. 내가 다른 사람을 단정 짓듯이 나 스스로를 단정 지을 수 있다면 꽤 좋을 것 같기도 한데, 사실은 나 자신이 제일 어려운 거라 단정 짓지를 못하겠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게 감정이고 마음이라는 거니까.
마음을 눌러본다. 마땅히 하고 싶은 게 없으니, 마음을 누른다. 꾹꾹 누른 마음속에서 뭔가가 튀어나올 때까지 눌러본다. 그건 사실 어렵지 않다. 마음을 누르는 건, 마음을 드러내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 일인 것 같기도 하다.
턱을 괴고 하루종일 식탁의자에 앉아서 아무 생각하지 않았다. 때가 되면 아이들 밥을 차려주었고, 오늘은 일주일 만에 해외에 출장을 갔다가 남편이 돌아온다. 그리고, 나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책도 보지 않고, 먹은 아이들 그릇을 식세기에 넣고, 다시 앉아서 책을 뒤적거리고, 핸드폰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이 흘러가는 것을 느끼고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꼭 머릿속이 비어있는 느낌이다. 좋은 걸까 나쁜 걸까. 그걸 구분하는 것조차 명확하지 않다. 이건 굳이 우울이라고 정의 내리고 싶진 않다. 그냥, 그냥 그런 거니까.
말들이 흩어진다. 사실은 하는 말이 없다.
낮의 내가 쓸쓸히 저녁으로 돌아가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