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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달 Jul 11. 2022

[영화 리뷰] 무한대를 본 남자

사실을 왜 증명해야 하나요?

영화: 무한대를 본 남자

감독: Matt Brown

개봉: 2016.11.03



나는 대학생 때 수학교육을 전공했는데 입학 후에 첫 전공 수업을 들으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었다. 학생 때 배웠던 수학과는 너무 달랐고 왜 이렇게까지 증명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2가 무리수임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나에게 2란 의심할 것도 없이 무리수였다. 그러나 대학교에서는 그 당연한 것을 증명하지 않으면 쓸모없는 지식일 뿐이었다.

  그러던 중 동기 한 명이 교수님께 이걸 왜 증명해야 하냐는 질문을 했다. 교수님께서는 수학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배우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자 고등학생 때 본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란 영화가 떠올랐다. 영화에서 박사는 수학을 아름답다고 이야기하고 모든 숫자를 사랑한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의 행동 하나에도 의미 부여를 하듯이 수학을 하는 사람은 숫자 하나도 특별하고 사랑스럽게 바라봐야 하나보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의 박사처럼 진정으로 수학의 아름다움을 느낀 사람만이 다른 사람에게도 그 마음을 전해줄 수 있기 때문에 그저 공식만 암기하며 지나가는게 아니라 증명하는 과정도 필요하구나 생각했다.




  '무한대를 본 남자'의 주인공은 천재지만 처음에는 증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나는 주인공이 어떤 마음일지 이해된다. 자신이 발견한 공식이 진실인데 그걸 증명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걸 안 주인공은 절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런 라마누잔을 보고 하디 교수는 겸손하라고 이야기하는데 이 말은 수학하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이야기같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가정하고 문제를 바라봐야 증명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고 좀 더 명확하고 자세히 증명할 수 있다.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1<0<1이 성립한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전공자는 이것이 당연하지 않다는 가정하에 증명해야 하고 내가 기존에 갖고 있던 지식을 내려놓아야 한다.


  하디 교수는 번호판이 1792인 택시를 탔는데 숫자가 따분했다고 말한다. 그러자 라마누잔은 1792는 세제곱수의 합으로 나타낼 방법이 두 가지 이상인 수 중 가장 작기 때문에 특별하다고 대답한다. 나도 라마누잔처럼 모든 수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모든 이에게 특별함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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