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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나영 Jun 08. 2023

늘 사랑을 지니고 있는 당신에게

꽃을 사는 심정으로 中

그렇죠, 오늘도 꽤 늦은 시간이네요.

요즘 시간이 어쩜 이렇게 들쑥날쑥한지 모르겠어요.
어떤 날은 더디고, 어떤 날은 너무 빨라서.
물론 체감의 차이겠거니 하지만

그 체감으로 하루를 버티는 나로선 버겁거나 슬플 때가 많아요.


네, 기억나요.
사랑을 하는 순간은 참 빠르게, 더 안타깝게 지나갔죠.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해서
순간순간이 느리게 갔으면 하는 마음에 항상 아쉬웠고, 서로의 시간은 늘 부족했더랬죠.
아마 간절함 때문이 아니었을까-해요.
그 순애적이고 애틋한 마음이 가진 간절함.


함께하는 모든 순간에 이대로 멈추길 바라고

느리게 흘러갔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던 건,
그래서 더 빠르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어요.
그저 그 달큼했던 순간들을 조금 더 길게 마주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는데, 왜 그렇게도 빨랐던 건지
영원하고자 했던 모든 순간들까지 그렇게 순식간에 사라질 줄은, 정말 몰랐는데 말이죠.


아마 사랑을 하는 그 순간은 변함없이 느리길 바랄 거예요.
그 순간에 오롯이 두 사람만 담긴 눈에는

간절하고 사랑하는 순간밖에 보이지 않을 테니까요.
그 모습들이 얼마나 예쁜지, 그 애잔함에

지금의 더딘 내 시간까지 내어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알아요, 지금의 나의 시간도 참 소중하다는 걸.
사랑을 꼭 하지 않아도, 아니 어쩌면 매 일상에 사랑은 남아있는 거예요.
그러니 그 일상을 지루하게만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더디던, 빠르던 의미 있는 내 일상을 좀 더 뜻깊게 생각하고 지내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물론 그대의 순간과 일상에도 늘 사랑이 스며들어 있어요.
나와 주변에 두는 시선에서부터 사랑이 아니겠어요?      

늘 사랑을 지니고 있는 당신.
더 깊은 사랑이 찾아오기 전에, 주변의 사랑은 이미 당신에게 묻어있네요.
그래서였나 봐요, 당신이 그렇게도 항상 빛나고 있던 사실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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