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복지에 관하여
빵이는 몇 해 전 집에서 키우다가 하늘로 간 햄스터의 이름이다. 4년 정도 키웠는데 아주 조그맣고 온통 하얀 그리고 눈이 까만 귀여운 햄스터였다. 아들이 키우고 싶다고 졸라대서 근처 마트에서 구매했다. 케이지를 사고 쳇바퀴와 다양한 종류의 혼합된 먹이와 잔디도 깔아주고 외로움을 타지 않은 동물이라는 말에 안심하고 방치하며 키웠던 것 같다.
도서관에서 우연히 동물복지에 관한 책을 보게 되었다. 문득 빵이 생각이 났다.
케이지 안의 세상이 전부였던 빵에는 어디서 태어났을까? 궁금증과 함께 뒤늦게 잊고 있던 미안함이 다시 밀려왔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동물원에서 동물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다.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동물원에서 행복한 건 사람뿐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에서다. 높은 새장 안의 새들은 얼마나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가고 싶을까!..
서울대공원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마쳤을 때쯤 동물원을 참 좋아하는 특히 호랑이, 사자를 평소에도 유튜브로 즐겨보는 남편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새단장을 마친 맹수 사는 역시 인기가 최고였다. 리프트에서 내려 조금만 내려오면 새로 지어진 표범을 바로 볼 수 있었다. 나무 위 생활을 좋아하는 표범을 위해 인위적인 가짜 나무에 그물을 씌어 통로를 만들어 주었다. 사람들은 표범이 어슬렁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사진을 찍고 “와~”하며 감탄을 연발한다. 하지만 나무 통로는 표범에 몸에 비해서 비좁아 보였고 앉아있는 표범은 표독스러워 보이거나 매우 날렵해 보이지도 않았다. 그저 좁은 통로에 먼 곳을 응시하며 귀찮은 듯 공허하게 앉아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표범이 지루해 보인다고 느끼는 건 나만이었을까!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과 내 아이를 더 잘 보여주려는 열성 부모들 때문에 통유리 사이로 보이는 호랑이는 한참을 기웃거려야 볼 수 있었다. 용맹에 상징인 시베리아 호랑이는 철장 대신 유리창 너머로 볼 수 있었다. 유리창 하나를 두고 호랑이를 보고 있으니, 마치 사람 앞으로 호랑이를 더 가깝게 데려다 놓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환호했다. 하지만 호랑이 입장에서는 어떨까? 유리창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지르며 그것도 종일 호랑이의 반응을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말이다. 호랑이도 역시 사람들이 반가울까? 표정만 봐도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게다가 책에서 어떤 전문가가 말하기를 유리창을 과하게 사용하면 통풍이 잘 안 되고 동물의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동물원은 수익 창출을 위해 전면을 유리로 바꾸고 앞에 열선까지 깔아 호랑이를 사람들과 더 가까워지도록 유리창 앞으로 끌어들인다. 호랑이가 앉아있는 모습만 봐도 멋있다며 연신 감탄하던 남편은 금세 지루해졌는지 나를 잡아끌었고 호랑이가 내 코앞에서 포효라도 하길 기다리던 사람들도 하나둘 무심하게 자리를 떠났다. 마치 연극이 끝나고 나가는 관객처럼 말이다. 나도 종일 사람에게 시달리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이나 공간이 필요한데 동물들에게도 혼자만이 쉴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겠다 싶은 마음에 진심으로 동물을 존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 아이가 어릴 적 강원도 여행을 다녀오며 동물 먹이 주기 체험을 경험한 적이 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입장료를 지급하고 준비된 먹이를 받아 들고 토끼, 양, 염소, 기니피그 등에 아이가 먹이를 주었다. 그런데 먹이를 받아먹는 동물들은 마치 며칠은 굶은 것처럼 정신없이 받아먹고 또 달라는 몸짓을 했다. 나는 동물들의 그 모습에 혹시 아이에게 해를 입히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동물들이 있는 사육장도 관리가 철저하게 안 되는지 양의 엉덩이 부분 털에는 분변이 묻어 있고 다른 동물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물들과 사진도 찍고 작은 동물은 아이가 안아보기도 하며 교감하고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울 수 있는 시간이 될 거라는 내 생각은 큰 꿈이었다. 체험장을 나오면서 나는 내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기에 있는 동물들은 명백하게 돈벌이의 수단이자 도구이다. 아이를 따라다니며 교감을 해야 하는 동물들은 마치 구걸하듯 보였고, 사업장의 주인은 영락없이 악덕 업주 같아 보였다. 우리 가족은 그날 이후 다시는 동물 먹이 주기 체험을 하지 않는다.
과거에 나도 아이가 외로우니까 정서적으로 좋다고 하니까 인간의 이기심으로 아무 생각 없이 준비 없이 애완동물 빠이를 키웠고 집 안에서 전시되었던 것 같다.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듯 쉽게 구매를 해서 그런지 아이도 며칠이나 갔을까? 잠깐 신기하고 귀엽다며 관심을 두었지만 금세 시들어져 결국에는 엄마의 일이 되어 버렸고 나도 청소해주고 먹이를 갈아주고 하면서 귀찮아했다
지금도 가끔 아들은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되느냐 고양이는 조용해서 괜찮다던데 하며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어 한다…. 언제쯤 반려동물을 키울 수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만일 기회가 온다면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동물이 아닌 동물의 행복도 같이 실현될 수 있는 공생관계로 함께 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