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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Nov 29. 2022

미국 뚜레쥬르 인턴쉽 2 _ 사장님이랑 같이 살자구요?

숙소 제공이 이게 맞아요..?

2021년 9월.

미국에 도착했다.


눕코노미 가능했던 시절




사장님 남편 분이 공항으로 픽업을 나오셨다.

공항을 빠져나와 집으로 가기 전,

배는 안 고프냐며 가는 길에 중식당이 있으니 거기서 밥을 먹고

1분 거리에 뚜레쥬르 매장이 있으니 한 번 들러서 인사를 하고 가자고 하신다.

기내식을 먹어서 배는 딱히 고프지 않았고

장거리 비행에 경유까지 하고 오느라 많이 피곤한 상태였지만

"아, 네..ㅎㅎ"   ( 장거리 비행으로 딱 봐도 피곤해 보이는데 인사는 나중에 해도 되지 않나..ㅎㅎ)

라고 대답하는 나.


중식당에서 식사를 마친 후,

차로 1분 거리에 있는 뚜레쥬르에 도착해 뒷문으로 들어섰다.

시각은 2~3시 쯔음..

흰 조리복을 입고 계신 매니저님만 주방에 남아 케이크를 만들고 계셨고

주방을 지나쳐 홀 쪽으로 나가, 사장님과 홀 매니저를 만났다.


간단한 인사와 대충 매장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을 끝낸 후,

사장님 남편분 차를 타고 사장님 댁으로로 향했다.



왜 숙소가 아닌 사장님 '댁'으로 향하냐구요..?



- 숙소 -


내가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 중에서 뚜레쥬르를 선택한 이유.

그건 바로 뚜레쥬르가 '숙소 제공'을 해준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숙소 제공이라 함은

매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 숙소 제공이 필요한 사람들을 한 주택 혹은 아파트먼트에 같이 살게 하고,

매장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거나,

차를 타고 가야 할 거리라면 셔틀버스가 있거나 혹은 벤이나 카니발 같은 차 하나를 지원해주고

직원들이 한 번에 같이 출퇴근할 수 있게 해주는 형식으로 '숙소 제공'이라는 말이 붙어야 한다.

적어도 내가 한국에서 일하던 곳들의 '숙소 제공'은 그러한 형태로 지원되어왔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 모집공고에 숙소 제공이라는 말을 보고

아 직원들이 다 같이 지내는 집을 사장님이 렌트를 해놓으신 모양이다

그럼 나는 거기 바로 들어가면 되는 거구나

그럼 거리가 멀어도 직원들이랑 같이 차 타고 출퇴근하면 되는 거겠지?

월급도 주고 거기에 숙소 제공이면 월급에서 숙소비가 안 나가니 부담이 덜겠다

라고 생각하며 간 거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지원한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을 했을 것이다.



_미국에 도착하기 전으로 잠시 돌아가요


비행기 표를 끊고 사장님께 이 날짜에 도착합니다

라고 말을 했더니

"아니 그 날짜에는 딸 결혼식이 있어서 공항 픽업을 못 나가는데~

말을 좀 하고 끊지 그랬니 변경은 불가능한 거예요?"

.

"아.. 대사관 인터뷰 통과돼서 바로 비자 나온 거 말씀드렸고, 그럼 2주 내로

미국 들어간다고 말씀드렸었는데... 에이전시에서도 비행기표 끊고 나서 알려달라고 해서

그래서 비행기표 끊은 다음에 알려드리는 거예요."

.

"에이전시에서 말 전달이 잘 안 된 거 같은데 제가 그날에는 딸 결혼식이 있어요.

미국 처음 오는 건데 누가 픽업을 나가줘야 하지 않겠어요? 하루라도 늦췄으면 좋겠는데.."

.

"아 근데 저 공항 픽업 안 나오셔도 되는데.. 저 혼자 갈 수 있어요!

숙소 주소만 알려주시면 바로 거기로 가겠습니다!"

.

"숙소를 아직 안 구해놔서 우리 집에서 지내야 해요~

집으로 가는 교통편도 없고 공항이랑 거리가 있어서 택시비도 많이 나올 거고..

나는 영어 인터뷰 이렇게 빨리 통과하고 그럴 줄 모르고~  인터뷰 통과 안돼서 못 들어올 수 도 있는데

미리 방을 구해놓으면 안되니까~ 전에도 당연히 들어와서 일할 줄 알고 다 구해놨는데 못 온다고 해서

집주인이랑 좀 그랬어요. 와서 같이 방 보러 가야 되고 하니까 일단은 우리 집에서 같이 지내야겠네요."

 

흠..

뭐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함과 동시에

'아 직원들 전용 숙소가 원래 있는 게 아니구나!'

'워홀 갔을 때처럼 플랫을 구해야 하는 건데 그걸 그냥 사장님이 해주시는 거구나!'

를 깨달았다.


어쨌든, 결혼 당일 날에 내가 그 집에 들어가면 사장님네도 많이 바쁘고 정신이 없으실 거 같아서

그럼 변경이 가능한 항공권인지 알아보고 다시 연락을 드린다고 했고

다행히 수수료 없이 변경이 가능한 항공편이라 하루 뒤로 표를 변경했다.


이것이 내가 사장님 '댁'으로 향한 이유이다.






사장님 댁으로 향하는 길.

정말 주변에 인도가 없고 차도만 이어져있다.

걸어 다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연함. 인도가 없으니..


도로를 달리다 중간에 있는 코너를 돌아 들어가니 갑자기 주택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잉 이렇게 쌩쌩 달리고 있는 길 중간에 갑자기 집들이 나타난다고..?

물어보지 않았지만 사장님 남편분이 여기는 비싼 동네라며

다른 집들보다 관리비를 2~3배는 더 주는 곳이고 근처에 학군도 좋지만

돈 많은 사람들이 들어오는 곳이고, 은퇴한 돈 많은 할아버지도 앞집에 산다고 하신다.




사장님 댁은 아니고 마을 구경 겸 산책하다가 집이 너무 예쁘길래 찍었다.





흠 그렇구만 잘 사시나 보군요..

네..



사장님이 저녁에 퇴근을 하고 오셨고,

"너는 차가 없어서 어디 못 나가니 나 출퇴근할 때 같이 나가서

집도 보고 중고차도 보러 가고 하자꾸나."라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그러고

일 시작하기 전, 나는 출근 시작일이 아직 아니었음에도

집이랑 차를 알아보려면 아침에 출근하시는 사장님을 따라나서야 했다.

장보는 업무, 은행 업무, 지인분 만나는 업무 등을 다 따라다니고 매장에 가서 앉아서 기다리다가

사장님 시간이 나시면 집 보러 가고, 또 혼자는 집에 못 가죠~?

매장 마감 시간, 사장님 정산까지 다 끝난 8시 30분~9시가 되어서야  집으로 갈 수 있었다.

맘 같아선 우버를 타고 가고 싶었는데 우버비만 40불이 넘게 나오는 거리였고,

그럼 버스를 탈까? 했는데

구글맵에 검색해보니 버스를 타려면 차로 정류장까지 가서 버스를 타거나,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10분이 넘게 차를 타고 가야 한다는 것이다.

아니 차가 없어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차가 있어야 된다니요....








그러던 중, 2개의 집 뷰잉을 갔는데


첫 번째 집은

뚜레쥬르에서 차로 20~25분 거리에 젊은 부부 한 쌍과 그 부모님 두 분이 살고 계시고,

대학생 여자 한 분이 방 하나 세 들어서 살고 계신 중이었다.

2층 집으로 돼있는 주택이었고

내 방은 2층에 있고 화장실은 대학생 언니분과 같이 쉐어하는 형식이었다.

방 크기도 꽤 컸고 창문도 크게 나있었다.

냉장고도 작은 거 제공해준다고 하셔서 나는 그 집이 썩 마음에 들었다.

젊은 부부 분들이 사시는 것도 좋았고, 대학생 언니가 있으니 그 언니와 미국 생활에 대해서

궁금한 것도 물어보고, 같이 여행을 갈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두 번째 집은

뚜레쥬르에서 차로 10분~11분 거리에 위치해 있고

70대 부부 한 쌍이 살고 계시는데  90세가 넘으신 시아버님도 같이 지내고 계신다.

1.5층 정도 되는 곳에 내 방이 있었는데

방은 첫 번째 집보다 작았고, 창문과 벽면에 곰팡이가 있었다.


사장님과 같이 뷰잉을 마치고 두 군데 중에 맘에 드는 곳을 편하게 고르라고 하셔서


거리로만 따지면 두 번째 집이 좋은데

거리 빼고는 같이 사는 사람들의 연령대로 보나 방 상태로 보나

첫 번째 집이 더 좋아서, 사장님께 첫 번째 집으로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거기는 부모님들도 자택근무 하신다고 하루 종일 같이 살 텐데 불편하지 않겠어?

남자도 있고.."

.

"괜찮아요 또래 남자애들도 아니고 결혼 다 하신 어르신 분들인데요 뭐.

그리고 남자는 두 번째 집에도 있는데요..? 오히려 90세 넘으신 할아버지 계신 게 더 불편해요."

.

"아니 그래도 두 번째 집 아주머니는 사람이 참 좋아서 잘 챙겨주실 텐데~"

.

"괜찮아요 첫 번째 집에 또래 되시는 분들이 있으니 대화도 잘 통할 거 같아요."

.

"근데 거리가 너무 멀지 않아? 이제 겨울 다 와가는데 겨울에 눈 많이 오고 그러면

차 운전하기 어려워~ 여기 겨울에 눈 진짜 많이 와~"

그러더니 옆에서 들으시던 남편분도 같이

"그래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데 그럼 길 정리도 안돼 있을 거고

새벽에 차에 눈 치우고 그런 거 힘들다~."

라고 덧 붙이신다.


또 사장님이

"그럼 출근할 땐 어떡할 거야? 새벽에 출근해야 되는데 너 지금 차도 없는데 멀리 가면 누가 태워줄 수도 없고 우버 비도 엄청 많이 나올 텐데~가까운데 가면 매니저님이라도 널 픽업해서 데리러 갈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출근할 때 가끔 데리러 갈 수도 있고~ 우버 비도 쌀 거고~매장에 무슨 일 있으면 오기도 편하고~"


'매장에 무슨 일 있으면 오기도 편하고'라는 말은..?

사장님한테 좋은 거지 저한테 좋은 건 아닌 거 같은데요..ㅎㅎ?


어쨌든 말을 그렇게 하시는 거다.

당장 차 없는데 출퇴근은 어떡할 거냐는 식으로.

당장 다음 주부터 일 시작하면서 집 구해서 나가야 한다는 식으로.

그 상황에서 첫 번째 집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이 나에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그럼 두 번째 집으로 할게요.."

라고 말했고 사장님네 부부는 잘 결정했다며 이제 차를 알아보자고 하신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정말 사장님네 부부가

눈 많이 오고 어쩌구 저쩌구 나를 걱정해서 해주는 말인 줄 로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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