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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모리정 Apr 03. 2023

미국 인턴을 끝내고 런던행 비행기에 오르다

미국의 마지막은 뉴욕여행으로

5월 11일

나의 마지막 뚜레쥬르 출근이다.


사실 그만두게 된 이유는 갑작스럽게 정해졌다.

미국 인턴비자는 9월 초에 종료되는 거였고,

인턴 12개월을 무사히 마치면 국가에서 주는 해외정착지원금 나머지 100만 원을 받을 수 있음과 동시에

미국생활을 정리하고 여행도 하고 가라는 의미에서 한 달간의 비자 연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에서 캐나다 워홀비자를 준비 중에 있었고,

한 달이나 여행할 돈을 모으진 못 할거 같아 예전부터 꼭 길게 여행하고 싶었던

뉴욕을 2주 정도 여행하고 캐나다 워홀을 가려고 했던 내 계획.


그래서 사장이 너무 싫어도 8개월을 이미 버텼는데

4개월은 뉴욕여행과 캐나다를 위해 버텨야지라고 생각하던 즈음





사장이 구해준 그 자동차가 또 말썽이다.

빨간 불이라 브레이크를 밟는데 브레이크가 자꾸 밀리는 느낌이다.

그리고 초록 불로 바뀌어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는데 차가 안 움직인다.

원래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면 슬슬 움직여야 하는 게 정상.

액셀을 밟으니 그제야 힘겹게 출발한다.


중식당에 들러 점심으로 먹을 음식을 픽업하고 다시 집으로 출발하는데

갑자기 차 앞 쪽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한다.

전에 맡겼었던 카센터에 전화를 걸어 바로 카센터로 차를 몰고 갔고,

다행히 내가 있던 곳에서 카센터가 7분 정도 거리라 아무 일 없이 카센터까지 갔다.


카센터 아저씨가 내 차를 보고 하는 말.

조금만 더 있었으면 차에서 불이 났을 거라는 말에

나는 사고가 안 났음에 큰 다행을 느낌과 동시에

또 이 차를 멀쩡한 차라며 준 사장 생각이나 열불이 뻗치기 시작했다.

사장한테 차를 받은 이후 이미 한 번 문제가 있었어서

530불을 내 돈을 주고 고쳤는데 이번엔 차에서 불이 날 뻔했다니

이걸 정녕 고쳐서 줬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때는 5월 달

슬슬 더워지기 시작해 에어컨을 틀었더니 뜨거운 바람만 나온다.

카센터 아저씨가 에어컨도 확인해 보시니 에어컨은 적어도 300불 이상,

자동차에서 연기가 난 건 앞바퀴 때문인데 그 비용은 최소 280불 정도 든다고 한다.


그럼 최소 580불 이상에서 많으면 7~800불까지 내가 낼 수도 있다는 건데

전에 고쳤던 비용까지 포함하면 내 차도 아닌 이 똥차에 내 돈 1200 이상은 들여서 고친다는 거다.

내가 되팔고 간다면 어느 정도 손해는 줄일 수 있겠지만, 미국 나갈 때 사장한테 반납하고 가야 하는 이 차에

내 돈 1200을 들인다는 건 남의 차를 그냥 쌩으로 고쳐주는 거 아닌가.


그래서 이번엔 사장한테 비용을 좀 내주십사 연락을 드렸다.


사실 돈에 예민한 분이란 걸 알아서 순순히 승낙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만약 안 된다고 하면 그만둔다고 하는 승부사를 던져볼 심산이었다.

어느 정도 확신이 있었던 이유는 지금 매장에 사람이 부족해서

내가 주방에서도 일하고 홀에서도 일하고 있는데

주방에서도 매니저님 외에 케이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나뿐이었고, 손이 제일 빠른 사람도 나였다.

홀에서도 나머지 알바생들은 거의 고등학생들이기도 했고,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음료제조와 빵 포장에 있어서 많이 느렸다.

내가 혼자 빵을 OPP에 담아서 주면 다른 알바 두 명이 그걸 포장해야 할 정도로 나는 손이 빨라지고 있었고,

주방에서도 일하니 케이크 예약문의 및 신제품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 손님응대가 빨랐다.


다른 알바생들 말을 들어보면

'OO이, 네가 일을 너무 잘한다고 사장님이 칭찬을 엄청 하시더라.'

'너 없으면 매장이 안 돌아간다더라.'

또, 주방에서도 내가 필요하고, 홀에도 일 할 사람이 없으면

주방 매니저님은 "OO이 오늘 꼭 주방에 있어야 돼요."

사장님은 "근데 홀에도 일 할 사람이 없어~ OO이 필요한데 어떡하니."

라고 말하는 등


내가 이 매장에서 차지하는 필요지분(?)이 상당하다는 거다.

그런 내가 그만둔다고 하면 내가 그만둔 만큼의 인력을 뽑아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뽑는다 한들 트레이닝도 시켜야 하고 잘한다는 보장도 없다.

주방도 케이크 생산이 되지 않으면 그게 바로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니,

그런 모든 걸 생각해서 내가 그만둔다고 하면 차 수리비용을 순순히 내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처음부터 정상적인 차를 주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

이런 승부사를 던지지 않아도 되는데... 무슨 일이람





전화 통화로

차에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었고 카센터에 가니 차에 불이 날 뻔했다고 해요

근데 이거 고치는데 얼마 정도 든다는데.. 제가 낼 돈도 없고, 저번에도 제 돈 들여서 고쳤으니

이번에는 사장님이 내주시면 안 될까요?

라고 말 했더니

본인은 다 고쳐서 준거라며, 자기가 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거다.

보통은 '사고는 안 났니, 다치지 않았니'가 먼저인데 말이다.


그래서 그럼 전 차를 못 고치니 출근을 못하네요..

라고 했더니 아니 출근을 못하면 어떡하니?

이러길래

그럼 그만둬야겠죠, 차가 없으면 출근을 못하는데

저는 고칠 돈도 없고 사장님도 안 내주신다는데..

라고 말하니

"그래?"

...

끝이다.

그래..?

정말 그만둬도 그러려니 할 거 같은 말투로 '그래?' 이러는 거다.


그러더니 본인도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시길래,

잠시 뒤에 연락을 다시 했는데

그럼 바퀴 고장 난 거 280불 중에 140불만 본인이 내겠단다.

그럼 에어컨 고장 난 건 제가 차 받았을 때가 가을 겨울쯤이라 튼 적이 없는데

원래 고장 나 있던 거라 제가 고장 낸 게 아니니 그건 사장님이 고쳐주셔야 되지 않겠냐 했더니

그럼 140불 나눠내기로 한 거는 취소하고 에어컨 고치는 비용만 내겠단다.


진짜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하는 그 마음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140불 더 내는 게 그리도 아깝나.

내가 매장에서 만들어주는 케이크랑 홀에서 뛰어주는 노동력이 얼만데.

이 사장은 매니저 급으로 일해서 그만큼의 매출과 업무능력도를 보여줘도

그걸 안 보고 이 사람한테 나가는 인건비가 얼마네 정도만 생각하며 아까워하는 사람이다.


차의 문제도 문제지만

내가 여태까지 열심히 일해주고, 없으면 안 될 사람인 것처럼 칭찬을 받고

그만큼 내가 매장에 기여도가 높다고 생각했고, 사장도 그렇게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그만둔다고 하는데도 140불 더 내는 게 아까워서 그만 두든지 말든지 하는 그 행동에

개미 똥만큼 남아있던 정도 뚝 떨어져 나가 버렸다.


그래서 나는 사장이 차만 고쳐줬어도 1년 다 채우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보인 그 행동에 정나미가 떨어져 그만뒀다.

사실 차 문제만이 아니라 전에 쌓인 것들이 이번에 폭발한 셈이다.


그래서 나는 바로 스폰서 기관과 에이전시에 인턴쉽 프로그램을 종료하겠다는 메일을 보냈고,

차 보험 정리하고 집주인에게도 말씀드려 집 정리도 시작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캐나다 워홀비자가 아직 안 나왔다는 것.

여행비자로 먼저 들어가도 되지만 그랬다가 워홀비자가 늦게 나오면

일도 못하고 집 값 및 생활비만 나갈까 봐, 모험을 하진 못하겠다.


그래서 예전에 체코 한인민박에서 스탭으로 일하던게 생각나

마침 유럽도 다시 가고 싶기도 했고,

영국 런던에서 한인민박 매니저를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왔길래

바로 지원해서 전화면접을 보고 합격했다.


그런데 이대로 미국을 떠나면 아쉬울 것 같아서

마지막으로 시티도 쭉 돌아보고,

짧게라도 뉴욕여행을 하고 가고 싶어

뉴욕행 티켓을 끊고, 뉴욕에서 런던행 비행기를 끊었다.


그렇게 나의 짧고 굵은 2박 3일간의 뉴욕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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