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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퓰러 Feb 12. 2024

여왕의 위엄 - 소치 김연아를 떠올리며

진정한 '역대 최고'란 이런 것

곧 2014 소치동계올림픽이 개막합니다.
이제 우리는 소치동계올림픽을 역대 최고의 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2014년 2월, 소치동계올림픽 최종 점검 미팅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했던 말이다.


나는 이 말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다. 현재의 대회가 역대 최고가 되도록, 우리 모두가 역대 최고의 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말은, 개최도시와 IOC는 물론이고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나에게도 커다란 동기부여가 됐다.  


역대 최고가 되어야 했던 소치동계올림픽은 알게 모르게 사건사고도 많았다.

부당하지만 스포츠 정신을 넘은 개최국의 특권을 인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내가 가장 마음이 아팠던 것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김연아의 은메달이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최고의 기량으로 환희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녀.

우리 모두의 여왕님이 되었다.


김연아는 2010년 올림픽 이후 은퇴를 하고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힘썼다. 동계스포츠 최고 인기 종목 최고 스타의 노력이 더해져 평창은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김연아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활발한 대외 활동을 이어갔다.


그런 그녀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2년도 채 남기지 않고 국가대표로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세계 최고란 이런 것일까.

더욱 강해진 그녀는 무섭게 피겨 세계를 다시 평정했다.

그녀는 녹슬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기에 더욱 빛이 났다.

 

소치 올림픽 경기장에서 그녀의 경기를 봤다. 가장 여유로웠고 가장 빛이 났고 가장 아름다웠다.  

역시 김연아였다. 갓연아였다.


그러나, 결과는 어처구니없는 은메달.

개최국 특권의 희생양이 하필 김연아 선수가 되는 분위기였다.

내가 소치에 있는 것이 너무나도 싫을 만큼 분노가 치밀었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무덤덤한 것 같았다.

갈라쇼를 마치고 나온 김연아 선수를 봤다.

역시나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국민 여론이 좋든 나쁘든, 개인적으로 얼마나 화가 나고 억울했든, 그녀는 전혀 개인감정을 표현하지 않았다. 내가 직접 본 표정 그대로 김연아는 무덤덤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겉모습으로만 보면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  


강한 멘탈의 소유자인 걸까? 이것이 세계 최고의 여유인 걸까? 스스로의 경기에는 만족해서였을까?

어찌 보면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서 겪은 많은 일들이 그녀를 모든 일에 초연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후 올림픽을 볼 때마다 토마스 바흐가 이번에도 "이번 올림픽을 역대 최고의 올림픽으로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있을지 궁금하다.


매번 열리는 올림픽은 고질적인 이슈가 재등장하거나 새로운 이슈들이 급부상하면서 화제가 된다. 역대 최고이든 아니든 그 올림픽을 대표할 강렬한 '사건'은 늘 발생한다.  그런 가운데 과거 올림픽에서의 진한 기억은 점점 잊혀진다.


그럼에도 김연아의 위대했던 모습을 덮을 '이슈'는 적어도 내게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이후 올림픽이 거듭될수록 소치동계올림픽에서의 얻어낸 김연아의 은메달은 더욱 빛나 보인다. 


그래서 나는 김연아의 소치동계올림픽에서의 은메달이 당시의 금메달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 동계올림픽 은메달이라고 생각한다. 그 위대한 기록은 쉽게 깨질 수 없다. 




2022년 겨울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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