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결혼과 이혼이야기
#004 돌이킬 수 없는 마음
어제 남편과 아기가 2박 3일 동안 면접교섭을 하고 돌아왔다. 아기와 아빠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며 나는 복잡한 생각에 잠겼다. 아빠와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웃고 있는 아기를 보니, 마음 한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아기는 아무것도 모른다. 부모 사이의 갈등도, 이혼이라는 단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저 아기는 사랑받고 싶고, 웃고 싶을 뿐일 텐데, 내가 아기에게 남긴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이어졌다. 나는 한동안 아기를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아기의 맑은 눈을 보며 묵직한 미안함과 슬픔이 밀려왔다.
그 순간, 이상하게도 남편에게 다시 매달리고 싶어졌다. 아기를 생각하니 내 자존심 같은 것은 아무 의미가 없어 보였다. 결국 나는 남편에게 말했다. "다시 잘해보자. 내가 더 노력할게." 내 입에서 나온 이 말은 예상 밖이었지만,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다시 시작해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단호했다. "그런 말 할 거면 다시는 나한테 오지 마." 그는 흔들림 없이 선을 그었다. 어쩌면 그 반응은 예상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마음은 이미 멀리 떠나 있었고, 나와의 관계를 다시 시작할 의사는 없었다. 그런데도 나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돌을 던져보고 싶었다. 그렇게라도 해보고 싶었던 나 자신이 얼마나 절박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
남편의 단호한 반응을 들으며 나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남편이 유책임이 있었던 것은 맞다. 그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 잘못에 대응하는 나의 태도가 과연 성숙했는가를 돌아보게 되었다. 나는 그의 잘못을 용서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고, 그를 포용하려 한 적도 없었다. 내내 그의 실수와 잘못을 탓하며, 나 자신 또한 벽을 쌓아온 것은 아닌가 싶었다. 나 역시 그 관계 속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더 나은 방식으로 대처했어야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 깨달음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남편에게 다시 손을 내밀었지만, 이미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와 있었다. 남편의 잘못만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던 시간들, 그리고 그로 인해 무너져버린 관계가 너무도 선명하게 다가왔다.
이제는 내가 해야 할 일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아기를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더 성숙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과거를 후회만 하며 머물 수는 없다. 내가 마주한 이 현실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