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뭘까?
연한 갈색 빛이 맴도는 투명한 눈동자가 흔들림 없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진아는 어렸다. 어린아이처럼 많은 질문을 해댔다. 항상 뭘까로 끝나는 질문은 물음을 담고 있긴 하지만, 언제나 대답을 찾는 질문은 아니었다. 가끔, 한 번씩 튀어나오는 의문, 또는 물음. 거기에 답변 잇는 것은 주로 진아 자신이었다.
"그런 건 고민하는 게 아니래. 스스로 깨달아야 하는 거라고. 아 이런 게 사랑이구나."
나는 그렇게 진아의 뇌가 흘러가는 장면을 목격한다. 진아의 왼쪽 뇌가 가지고 있는 의문에, 고개가 갸우뚱 넘어가는 그 사선을 따라, 진아의 온몸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열심히 혈액을 공급해 그럴듯한 대답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오른쪽 뇌는 여기에 약간 조미료를 섞어 진아가 만족할만한 형태로 모양을 갖춘다. 그렇게 한 번씩, 진아는 숨을 내쉬었다.
나는 뭘까, 나는 그렇게 나에게 첫 질문을 했다.
"손목이 부르틀 때까지 잡고 있는 건 사랑이 아니래."
마치 어린아이가 엄마의 치맛단을 붙잡는 것처럼, 진아는 묵묵히 짐을 챙기는 나의 옷자락을 꼭 붙잡고 섰다. 내가 차곡차곡 가방을 채워갈 때마다 진아가 잡은 옷의 끝자락은 점점 늘어났다. 늦은 저녁에 창가에 어린 빛줄기가 점차 줄어들었다.
너는 어차피 내 옆에 있을 거잖아. 어차피 다시 이곳에 올 텐데. 다시 내 옆으로 올 텐데.
다시 올 거잖아,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날 사랑해 줄 거잖아. 그게 너잖아.
손 끝으로 간신히, 그렇게 손톱이 갈라지듯, 여린 몸 구석구석에 퍼지던 진한 손톱자국들이, 진아의 손목 위에 또 한 번 새겨졌다.
무엇이든 다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어떤 모습이든 좋아해 줄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외치던 진아는, 내게 사랑이 뭔지 물었다.
끝끝내 아주 간신히, 숨 막혀 도망쳐 가는, 그런 나에게 내뱉는 한 마디, 아주 잔인한 말.
사랑이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