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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 l ll Feb 18. 2023

시선.

  처음에, 정말 처음에 말이야. 난 네가 아주 이상한 사람인 줄 알았어. 왜냐하면, 넌 열심히 무언가를 하면서도 얼굴엔 전혀 생기가 없었거든. 마음은 아주 복잡한데, 그렇게 보이기 싫어서 애쓰는 사람 같았어. 가끔 누군가 너에게 말을 붙이면 애써 눈웃음을 보이면서도 대화에 정을 붙이진 못하는 것처럼 보였지. 그런 네가 말이 없는 나를 걱정했다는 건 정말 웃기는 일이었지. 남들에게 일절 관심도 없던 네가, 나를 챙겨야겠다 생각했던 거 말이야.  


  그렇게 거짓말을 쌓아서 얻어내야 했던 건 무엇이었을까. 네가 쟤는 도대체 왜 여기에 왔을까 생각했던 것처럼, 나에겐 네가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었다. 시선이란 것은 관리하지도 신경 쓰지도 않아야 된다고 생각했거든. 넌 거기에서 한참을 목매어 있었으니까.


  우리가 그렇게 반대로 행동해서 얻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남들에게 아무런 관심 없는 척 주변을 살피던 나는, 벗어나지 못하는 시선에 갇혀버린 너를보고, 그러다 멍청하게 사는 게 실증 나서, 물음을 잃어버린 내 모습이 이젠 싫어서, 그런데 이젠 그렇지 않은 내 모습이 기억이 나지 않아. 아무리 과거의 내 모습을 되짚어봐도, 내가 쫓고 있던 게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 거 있지. 아무리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뱃속에 꾹꾹 눌러 담아도, 이미 뭉개진 살점을 헤집는 것처럼, 그런 기분인거 있지.


  차에 치인 고양이를 꼭 붙잡고 서럽게 울던 그 모습이 생각난다. 흘러나온 내장을 꾹꾹 눌러 담으며 도로 한복판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그 모습과, 꺾어온 나뭇가지를 손에 들고 있던 내 모습이 여전히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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