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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dinni Nov 12. 2023

상급자가 좋아하는 좋은 기획서 작성하는 법

IT업계에서 기획자로 일하면서 와이어프레임, 화면설계서, IA 등을 작성할 일이 많다. 그러 가장 많이 작성하는 것은 '기획서'일 것이다. 회사는 문서로 소통하고 소통도 문서로 기록해야 하는 곳이다. 기획서는 기획자의 주된 소통 도구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작성하고 가장 잘 작성해야 하는 문서라고 생각한다.


나의 기획서는 "그럼 OO님이 기획 한번 해보세요", "기획서 작성해서 보여주세요"라는 말과 함께 시작됐다. 처음에는 '드디어 나의 아이디어로 무언가를 진행할 수 있겠구나', '나의 기획력을 보여줄 수 있겠다'라는 설레는 감정이 들었다. 하지만 그 감정은 답답함으로 바뀌었다. '내 말은 그게 아닌데...', '그 의견도 고려했다는 내용이 기획서에 담겨있는데...', '내가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은 이 내용인데...'라는 생각과 함께 내 기획서와 보고 태도에 실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과정을 몇 번 거치고 나서 나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의 생각 과정이나 기획서의 준비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려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자료를 보고, 이런 통계를 보고, 이런 기사를 보고~ 그렇다면 어떻게 진행을 해야 하고~ 다시 왜 이렇게 진행을 해야 하고~ 의 과정이 나한테만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연결처럼 보이는 것이었다. 즉,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닌 듣는 사람이 듣고 싶어 하는 내용을 들려주는 것이 좋은 기획서이고 설득력 있는 기획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


1. 첫인상

기획서는 첫인상이 전부다. 첫인상이 좋으면 무조건 좋다. 책도 앞부분 또는 목차만 보고 뒷내용을 판단하듯 기획서 역시 첫 부분에 가장 많은 힘을 쏟아야 한다. 결정권자는 그 분야의 전문가이거나 능통한 사람일 것이므로 우리가 구구절절 뒷부분을 설명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잘 요약한 첫인상만 있다면 충분히 예측 가능할 것이다. 리서치는 며칠 혹은 몇 달에 걸쳐 할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을 완벽하게 한 장에 담을 수 있어야 한다. 그 내용은 [제목-부제-목표-2차 목표-논리적 근거-재정-현재 상태-실행]의 8개 부문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 꼭 지켜야 하는 것

-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 혹은 프로젝트를 둘러싼 모든 객관적 사실, 추론, 상황을 간결하게 표현한다.

-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것이므로 설득력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 구체적인 실행 과정을 설명한다.

- 이 모든 것을 1 Page 분량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한다.


왜 1 Page 분량으로 만들 줄 알아야 할까? '가장 쉬운 결정'의 법칙을 보면, 사람들은 여러 가지 결정을 내려야 할 경우 가장 쉬운 결정부터 먼저 내린다고 한다. 조사나 회의를 거쳐야 하거나 자료를 더 보충한 후에 내려야 할 결정은 뒤로 미뤄진다. 지나친 정보는 결정을 앞당기는 것이 아니라 지연시키는 것이다. 1 Page에 집중하다 보면 위의 내용들이 잊힐 수 있는데 단순히 '요약'하는 겉표지 같은 페이지가 아닌 '기획서'라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3. 자신감이 있어야 1 Page를 쓸 수 있다

예를 들어 게임 캐릭터나 스킬의 특징 또는 축구의 전술, 기계의 성능 등 자신이 잘 알고 있는 분야에 대해 알려달라고 하면 마치 고인물이 뉴비를 만난 듯 술술 설명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내가 확실히 알고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1 Page 역시 준비 과정이 철저하고 내용을 확실하게 숙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보다 더 쓰기 쉬워질 것이다. 그러려면 자료 조사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한다.


1) 리서치

- 제안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필요한 모든 지식을 모은다(기획서를 읽는 사람의 특징, 사업, 타깃, 팩트, 예산 등등)

- 이를 통해 내가 잘 알고 있는 부분 / 잘 모르는 부분으로 목록을 만든다

- 어떻게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지는 이미 많은 곳에서 팁들을 알려주고 있다


2) 예측

제안에 대한 가장 안전한 대답은 무엇일까? 바로 '거절'이다. 거절하면 어떠한 위험도 처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거절하지 않게끔 상대방이 걱정하고 있는 부분 또는 문제가 될만한 부분에 대해서 확실한 사실과 논리로 대응해야 한다.


- 꼭 답변할 수 있어야 하는 질문들

1) 해당 프로젝트는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가?

2) 그 책임자는 누구인가?

3) 비용은 얼마나 드는가?

4) 회수 자금의 예상 가능 액수는?

5) 해당 기획서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며, 시기는 적절한가?

6) 기획서를 제출한 사람에게 특별한 경력이 있는가?

 

이렇게 리서치와 예측을 바탕으로 충분한 자신감을 갖추었다면 이제 1 Page를 당당하게 채워나갈 차례이다. 8개 항목을 채워야 하는데 제목, 부제, 목표, 2차 목표, 논리적 근거, 재정, 현재 상태, 실행이 있으며, 다음 6가지 항목에 대해 의식적으로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1) 제목과 부제는 기획서 전체를 규명하고 한계를 명확히 한다.

2) 목표와 2차 목표는 기획서의 궁극적인 목적을 규정한다.

3) 논리적 근거는 제안된 실행이 필요한 기본적 이유를 설명한다.

4) 재정은 거래와 관련한 금전적 부분을 명시한다.

5) 현재 상태는 일의 현재 상황을 보여준다.

6) 실행은 기획서를 작성한 사람이 그것을 읽는 사람에게 원하는 행동을 직접적으로 명시한다.


4. 이것만 지켜보자 

6가지 항목을 잘 지키면서 내용을 작성하기 위해 각각 작성하는 세부적인 방법을 적어본다.

제목은 기획서의 주제를 간단하게 나타내는 것으로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한 줄로 표현하면 좋다. 부제는 제목을 보강하는 내용으로 읽는 사람의 흥미를 자아낼 수 있는 형용사와 명사를 사용하여 두 줄로 쓰는 것이 좋다. 목표는 ~하기 위한 것으로 끝나면서 내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말해야 한다. 2차 목표는 부가적인 목표들을 나열하면 된다. 주목표의 연장선상에 있으므로 동떨어진 사항을 적어서는 안 된다.


논리적 근거는 나의 주장이며 '설득'이다. [설정, 매력포인트, 설득] 세 부분으로 구조를 나누어서 두세 개의 문단으로 구성하면 좋다. 재정 부분에서는 숫자와 도식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 좋다. 항목별로 리스트를 만들어도 되고 재정적인 면을 완전히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심어줘야 한다. 준비 중인 기획서에 재정적인 부분이 전혀 없다면 왜 비용이 들지 않는지 아니면 보이지 않는 비용이 있는 것인지 설명한다. 현재 상태에서는 어떤 요소들이 자리 잡았고 어떤 요소들이 답보 상태인지 설명한다. 모든 내용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실행은 지금까지 전달한 '누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얼마나'에 대한 정보를 통해 읽는 사람이 어떻게 해야 나를 도울 수 있는지를 밝혀야 한다. 다만, 읽는 사람이 제공할 수 없는 것을 부탁해서는 안 된다. 


5. 교정, 축소, 압축

초고를 마쳤다면 이제 교정, 축소, 압축 단계만 거치면 완성이다. 우선, 길이가 한쪽 분량을 넘는다면 잘라내야 한다. 다시 천천히 읽어보면서 흥미롭지만 불필요한 사실들이 있다면 잘라내자 리서치 도중 굉장한 발견이라고 느껴져서 끼워 넣었지만 중심 내용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장이 아니라면 과감히 지워도 된다. 또한, 과다하게 정보를 부풀리는 형용사와 뻔한 사항을 지워본다면 길이가 훨씬 줄어들 수 있다. 


빼야 할 내용을 모두 뺏다면 문체를 다듬어야 하는데 미사여구를 줄이면 좋다. 같은 단어 반복을 줄이고 형용사, 부사 및 꾸며 주는 말들과 지나치게 세부적인 것들을 제거해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문체로 작성해야 한다. 길이를 줄이고 문체를 다듬었다면 이제 몇몇 단어를 개선해 보는 작업을 거쳐야 한다. 먼저 '당신', '나', '우리'라는 말 대신 '그', '그녀', '회사'라는 3인칭을 사용하며 약하고 수동적인 단어들 대신 강하고 능동적인 단어들을 사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맞춤법, 철자법, 구두점, 약자 등 가장 기본적인 것을 놓치지 않았는지 확인한다.


1 Page Proposal은 이전에 했던 기획서 또는 상상의 프로젝트를 만들어 기획서를 제출해 본다고 생각하면서 연습해 보는 것이 좋다. 나도 이 방법을 통해 나의 의견이 더 이상 오해받지 않고 나의 기획이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짜릿한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



[출처]

[The One Page Proposal : 강력하고 간결한 한 장의 기획서] (패트릭 G. 라일리, 을유문화사, 200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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