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 30분까지 회사에 가야 하는 나는 7시에 알람과 함께 눈을 떴다. 사실 6시 45분부터 알람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깬 상태였다. 서둘러 준비해서 7시 36분경 집에서 2분 거리의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버스 대기 예상시간은 8분 아마도 내가 도착하기 직전 버스가 출발했나 보다 그래서 7시 44분 버스를 타니 도착 예정시간은 8시 21분이었다. 이렇게까지 구체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이유는 지각할 것 같다는 두려움 때문에 계속해서 시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광진구부터 영동대교를 건너 신사동까지 가는 길은 차가 매우 막혀 5.7km의 거리를 46분에 걸려 도착했다. 계산이 빠른 사람 또는 기억력이 좋은 사람은 내가 몇 시에 도착했을지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다. 8시 30분에 도착했다. 회사에서 1분 거리의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난 내리자마자 달려갔고 32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첫날이라 절대 지각하고 싶지 않았는데 지각으로 내 첫 출근을 시작하게 되었다.
팀원분들과 인사 후 뻘쭘하게 자리에 앉아 있다가 대표님의 출근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가 시작됐다. 사이드 프로젝트, 부트 캠프에서 들었던 용어와 아티클에서만 접했던 용어들이 오고 가던 멍하니 있을뻔했다. 그러던 중 "기획, 디자인, 개발을 함께 정제해 가면서 이 과정을 iteration 해야 돼, 워터폴식으로 하다 보면 부서와 마찰이 생길 수 있어"라는 대표님의 말이 나의 주의를 끌어당기면서 다시 눈을 초롱초롱하게 뜰 수 있었다.
그 후 '이제 시작인가'라는 설렘과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각자의 업무를 진행하면서 나는 기획팀에서 현재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flow와 figma로 만들어진 디자인, Jira, confluence, 화면설계서 등 각종 문서로 이루어진 화면을 보면서 머릿속에 많은 정보를 집어넣고 있었다.
모니터를 계속해서 보면서 '안경을 하나 사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 어느새 점심식사 시간이었다. 팀원분들과 식사를 하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잊고 있던 여유를 느꼈다. 그리고 나와 마찬가지로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나와 식사를 하는 많은 직장인들을 보며 새삼 취준생의 시절을 되돌아봤다.
짧지만 달콤했던 점심시간이 지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와 파악해야 할 정보들을 반복해서 들여다보면서 빠르게 프로젝트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다만 에이전시 회사이고, 중간에 프로젝트에 투입이 돼서 파악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또한, 클라이언트에 대응하고, 릴리즈와 마감기한을 맞추기 위한 업무를 계속해서 반복할까 봐 두려웠다. 그 이유는 유저를 끊임없이 파고들고, 각 부서와 치열하게 토론하며 최선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기획자의 업무를 바라며 이 직무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흘러간 시간 끝에 퇴근 시간이 찾아왔다. "인생은 실전이다"처럼 "실무도 실전이다"라고 생각했다. 이제는 내가 혼자서 살아남아야 하고 열심히 (노력) 해서 잘할 수 있도록 성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우당탕탕 첫 출근 길을 시작으로, 성장 일기라고 쓰고 TIL이라고 읽고 싶은 이야기를 써 내려갈 예정이다. 미술 작품 중 물감을 계속해서 덧칠하는 작품이 있듯이 나의 글들이 레이어가 되어 쌓이고 쌓여서 생각지도 못한 멋진 작품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